
해외 매출이 96%…영업이익 29억 원으로 첫 본업 흑자
국내 브랜드가 아마존이나 쇼피, 라쿠텐에서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 배송은 금세 복잡해진다. 주문이 들어온 나라에 따라 창고와 배송사가 달라지고 통관, 재고, 반품도 따로 관리해야 한다. 판매 국가가 늘수록 물류를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어크로스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다. 여러 국가의 창고와 배송사를 연결하고, 주문부터 배송까지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는 물류 소프트웨어 ‘워크패드’를 운영한다. 대규모 창고와 배송 차량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외부 물류망을 소프트웨어로 묶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
그 결과 2025년 매출이 685억 원에 육박했다. 2020년 설립 이후 5년 동안 이어진 영업적자에서도 처음 벗어났다.
매출 2.4배 늘며 첫 영업흑자
어크로스비의 2025년 매출은 684.8억 원이었다. 2024년 287.9억 원에서 1년 만에 2.4배로 늘었다. 성장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왔다. 2025년 수출 매출은 656.7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95.9%를 차지했다. 국내 매출은 28.1억 원이었다.
회사는 매출 증가와 함께 처음으로 본업에서 이익을 냈다. 2025년 영업이익은 29억 원, 영업이익률은 4.2%였다. 순이익은 27.7억 원이다. 어크로스비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이 9.9억 원에서 287.9억 원으로 늘어나는 동안에도 영업손익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4년에는 영업손실을 0.9억 원까지 줄였고, 이듬해 매출이 크게 뛰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2024년에도 순이익은 1.6억 원이었지만 본업은 적자였다. 2025년 흑자 전환의 의미가 큰 이유다.
해외 배송을 한 화면에 모았다
어크로스비는 2020년 5월 설립됐다. 핵심 서비스인 워크패드는 쇼피파이, 아마존, 라쿠텐, 큐텐, 쇼피, 틱톡숍 등에서 들어온 주문을 모아 재고와 배송 상태를 관리해 준다.
배송 과정에서는 UPS, 페덱스, DHL, 야마토, 사가와 등 각국의 물류회사와 연결된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의 물류 거점도 소개돼 있다.
고객사로는 코스알엑스와 조선미녀, 아누아, 클리오, 코니바이에린, 디스이즈네버댓, 크림 등이 소개돼 있다. 화장품과 패션처럼 해외 전자상거래 비중이 빠르게 커진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인 셈이다. 회사는 누적 34억 원을 투자받았으며 2020년 팁스, 2024년 글로벌 팁스에 선정됐다.
그렇다고 어크로스비를 물류 현장과 무관한 소프트웨어 회사로만 보기는 어렵다. 회사는 인천 물류센터에서 입출고와 재고관리, 창고관리시스템 운영을 담당할 인력도 채용하고 있다. 창고와 배송 차량을 대규모로 직접 소유하지는 않지만 실제 물류 운영에도 관여하는 구조다.
685억 원이 모두 플랫폼 이용료는 아니다
어크로스비의 매출을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회사 매출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 2025년 매출원가는 613.2억 원으로 매출의 89.5%에 달했다. 매출 100원 가운데 약 90원이 배송사와 창고업체 등에 지급되는 물류비라는 의미다. 고객이 부담한 물류비를 매출로 잡고, 물류회사에 지급한 돈을 원가로 처리하는 총액 인식 구조로 보인다. 실제로 회사에 남은 매출총이익은 71.6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 42.6억 원을 빼고 남은 영업이익이 29억 원이다. 따라서 어크로스비가 685억 원을 순수한 소프트웨어 이용료로 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래 규모를 보여주는 숫자는 매출이지만, 회사가 실제로 만들어 낸 부가가치는 매출총이익과 영업이익에 더 가깝다.
다만 매출이 2.4배로 늘었는데도 판관비는 30억 원에서 42.6억 원으로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거래량이 늘어도 본사 운영비가 같은 속도로 불어나지 않는 플랫폼의 장점이 나타난 대목이다.
커진 거래만큼 정산 부담도 늘었다
빠른 성장에는 관리해야 할 돈도 함께 따라온다. 어크로스비의 매출채권은 2024년 말 41.9억 원에서 2025년 말 115.1억 원으로 늘었다. 고객에게 아직 받지 못한 금액이 1년 사이 73.2억 원 증가했다. 배송사와 창고업체 등에 지급할 매입채무도 43억 원에서 130.2억 원으로 늘었다. 고객에게 받을 돈과 협력업체에 지급할 돈이 동시에 커진 것이다. 지금 당장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대금 회수와 정산 관리가 중요해진다.
현금 사정은 나쁘지 않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8억 원에서 66.1억 원으로 늘었고, 별도로 25억 원의 단기금융상품도 보유하고 있다. 차입금은 단기와 장기를 합쳐 약 5.9억 원으로 현금성 자산보다 훨씬 적다.
어크로스비는 5년 동안 거래 규모를 키우면서도 영업적자를 감수했다. 2025년에는 매출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그동안 구축한 해외 물류망과 소프트웨어가 이익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제 확인할 것은 성장의 지속성이다. 지난해 매출 증가가 일부 대형 고객이나 일시적인 물량에 기대지 않았는지, 늘어난 매출채권이 제때 회수되는지, 4%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세 가지가 확인된다면 2025년은 단순히 매출이 급증한 해가 아니라 어크로스비의 사업 모델이 수익성을 증명한 첫해로 기록될 수 있다.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