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통장 잔고 827만 원"... '배리어 프리' 어뮤즈, 선의가 감당 못한 현실의 벽](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1/21/1768986763217-mok7v.webp)
'선의'가 감당 못한 '고비용 구조', 1세대 소셜벤처의 쓸쓸한 퇴장
매출 18억 정점 찍고 1년 만에 추락... 2024년 영업이익률 -60% 기록
현대드림투어·윤민재단 등 투자자 손실 불가피... '간이파산' 결정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여행’을 기치로 2016년 출범한 어뮤즈(주식회사 어뮤즈)가 설립 9년 만에 파산했다. 국내 최초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여행사를 표방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 구조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결국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서울회생법원 제18부(재판장 양민호)는 지난 1월 16일 어뮤즈에 대해 파산을 선고하며 사건을 '간이파산'으로 결정했다. 간이파산은 채무자의 자산총액이 5억 원 미만일 때 진행되는 절차로, 회사의 잔여 자산이 사실상 바닥났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재무제표 분석 결과, 2024년 말 기준 어뮤즈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고작 827만 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5억 2,000만 원에 달했던 현금 실탄이 불과 4년 만에 98% 이상 증발해버린 셈이다.

"매출 30억 목표" 자신했지만... 적자만 키운 외형 성장
어뮤즈는 국내 여행사 중 유일하게 글로벌 친환경·사회적 기업 인증인 '비콥(B-Corp)'을 획득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2018)을 수상하며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오서연 대표는 지난 2023년 9월 한 스타트업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매출 30억 원을 달성하고 규모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재무 성적표는 목표와 거리가 있었다. 2023년 어뮤즈는 전년 대비 80% 성장한 18억 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를 위해 22억 원에 달하는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가 투입되면서 3억 6,000만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기록된 5,300만 원의 당기순이익 역시 본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재무제표상 영업외수익이 약 4억 4,000만 원 발생해 영업 손실을 상쇄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 직원 수가 최대 17명까지 늘어나는 등 인건비 및 고정비 비중이 높아진 점도 재무 부담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분석된다.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적 적자의 늪
어뮤즈의 경영 위기는 외부 충격보다는 내부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서 기인했다. 2024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공공 예산 축소 등의 여파로 매출은 12억 3,900만 원으로 급감했으나, 비용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주요 매출처 편중 현상이 경영 불안정을 가중시켰다. 2023년 기준 어뮤즈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관광공사(29.13%), 공익법인 GKL사회공헌재단(24.65%), 서울특별시청(14.44%) 등 공공 및 비영리 기관 의존도가 약 70%에 달했다.
이러한 공공 용역(B2G) 중심의 사업 구조는 예산 배정에 따라 매출 변동성이 크고 마진율이 낮다는 한계가 있다. 특수 차량과 전문 보조 인력이 필수적인 '케어 여행'의 높은 고정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2024년 적자 폭은 7억 5,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커졌으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0.8%를 기록했다. 1억 원어치 상품을 팔 때마다 6,000만 원의 빚이 쌓이는 지속 불가능한 수익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자본금 전액 잠식... 투자자 회수 불투명
지속적인 영업 손실은 회사의 유동성을 급격히 고갈시켰다. 연도별 현금 흐름 지표는 회사가 겪은 재무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말 기준 5억 2,600만 원이었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매년 급감해 파산 직전 827만 원만 남게 되었다. 직원 4명의 월급은커녕 사무실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회사는 이미 자본금(1억 1,732만 원)을 전액 소진하고 자본총계 -4,426만 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에 따라 오서연 대표(85.23%)를 비롯해 초기 투자자인 현대드림투어(5.84%), 윤민창의투자재단(5.69%) 등의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어뮤즈의 파산 선고는 소셜 벤처 업계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무거운 화두를 던진다. 장애인과 고령자 등 관광 소외 계층에게 여행의 권리를 돌려주겠다는 사회적 가치는 선명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비즈니스 모델이 부재할 경우 기업은 존립할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시켰기 때문이다. 9년간 '배리어 프리' 시장을 개척해 온 어뮤즈의 도전은, 결국 이상을 현실로 지탱해 줄 자본의 한계 앞에서 멈춰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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