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유오피스 업계가 건물을 직접 빌려 지점을 늘리는 방식에서 발을 빼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스파크플러스·위워크코리아 3사가 건물주에게 진 임대차 부채는 2023년 1조520억원에서 지난해 8,038억원으로 24% 줄었다. 대신 건물을 빌리지 않고 건물주를 대신해 운영만 맡는 위탁운영이 새 확장 통로로 떠올랐다.
공유오피스는 사무실을 통째로 빌려 잘게 나눠 되빌려주는 사업이다. 차액이 이익이 된다. 건물주와의 계약은 통상 10년 안팎인 반면 회원사는 한 달 단위로 드나든다. 공실이 나도 건물주에게 낼 돈은 줄지 않는다. 코로나 시기 늘어난 수요로 한때 호황을 누렸지만, 그 무렵 맺은 장기 계약이 지금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3사의 2023~2025 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세 회사 모두 회원권 매출의 상당액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권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은 스파크플러스 67%, 패스트파이브 71%, 위워크코리아 81%였다.
장부는 흑자, 임대료 반영하면 3사 모두 적자
지난해 3사의 공시 영업이익은 위워크코리아 298억원, 스파크플러스 102억원, 패스트파이브 60억원이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흑자다.
하지만 이 숫자에는 그해 건물주에게 지급한 장기 임대차계약의 현금 부담이 영업비용으로 온전히 반영돼 있지 않다. 2019년부터 의무 적용된 리스회계기준(IFRS 16) 때문이다.
장기간 사무실을 빌리는 계약을 일종의 금융거래처럼 처리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낼 임대료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리스부채로 잡고, 사무실을 사용할 권리는 사용권자산으로 인식한다. 매년 지급하는 리스료는 부채 원금을 갚는 부분과 이자로 나뉜다. 영업비용에는 실제 지급액 대신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가 반영되고, 리스이자는 영업이익을 계산한 뒤 금융비용으로 따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실제 리스료 지급액과 영업이익 계산에 반영된 감가상각비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리스부채에 반영된 장기 임대차계약으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399억원을 지급했지만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는 273억원이었다. 차이는 126억원이다. 같은 기준의 차이가 패스트파이브는 187억원, 위워크코리아는 456억원이었다. 변동·단기·소액 리스료는 이미 영업비용에 반영돼 있어 이 계산에서 추가로 차감하지 않았다.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를 되돌리고 실제 지급한 장기 리스료를 비용으로 반영하면 세 회사 모두 적자로 바뀐다. 조정 영업손실은 스파크플러스 25억원, 패스트파이브 127억원, 위워크코리아 158억원이다. 장부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회계기준에 따른 공식 영업이익과 현금 임차료 부담을 반영한 분석지표가 서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공시 영업이익만으로는 공유오피스 사업자의 실질적인 임차료 부담을 파악하기 어렵다.
패스트파이브, 임대차 줄이고 지점은 늘려
패스트파이브는 매출 기준 1위다. 2023년 1,261억원에서 지난해 1,493억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4년 흑자 전환한 뒤 2년째 흑자를 유지했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은 확장 방식이다. 건물주에게 진 임대차 부채는 2,942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25% 줄었는데 지점은 오히려 늘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누적 60호점 돌파를 발표했다. 올해 1월 문을 여는 신사콜렉티브점을 포함한 수치다. 한 해 동안 새로 연 공간은 5,695평이다.
건물을 직접 빌리는 대신 건물주를 대신해 운영을 맡고 성과를 나누는 위탁운영을 늘린 결과다. 지난해 신규 지점의 절반 이상이 이 방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건물 보유 없이 운영 역량으로 확장하는 에셋라이트 모델의 본격화"라고 평가했다. 직접 임차가 아니어서 임대료를 떠안는 부담도 그만큼 작아진다.
현금 사정도 3사 중 가장 낫다. 영업으로 번 현금 550억원에서 임대차 원금 521억원을 갚고 29억원이 남았다. 인테리어·설비 투자 43억원까지 반영하면 13억원 적자다.
과제는 본업이다. 회원권 매출은 2022년 970억원, 2023년 1,020억원, 2024년 984억원, 지난해 1,010억원으로 4년째 1,000억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늘어난 매출 194억원 중 87%가 회원권이 아닌 사무실 설계·시공, 컨설팅, 제휴서비스 등에서 나왔다. 공사 원가가 113억원에서 210억원으로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시공 사업의 비중이 커진 것으로 파악되나,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수익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재무구조는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 갚아야 할 돈이 자산보다 586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이 중 461억원은 투자자에게 발행한 우선주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된 금액이다. 회사는 2년 연속 영업흑자를 근거로 증시 상장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최종 손익은 60억원 적자였다.
스파크플러스, 운영 효율 1위…현금은 39억
스파크플러스는 3사 중 규모가 가장 작다. 지난해 매출 766억원으로 나머지 두 곳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실제 임대료를 반영한 손실은 25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지점 단위 운영 효율만 놓고 보면 3사 중 앞선다.
회원권 매출은 684억원에서 705억원으로 3.1%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매출이 느는 동안 영업비용은 675억원에서 664억원으로 줄였다. 수익성이 나쁜 지점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3년 연속 감소해 부실 점포 정리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동성은 취약하다. 현금과 단기예금이 1년 새 182억원에서 39억원으로 줄었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116억원을 상환하면서 여유자금을 대부분 소진했다.
2018~2019년 투자자에게 발행한 우선주도 부담이다. 투자자가 요구하면 원금에 연 8% 복리 이자를 얹어 돌려줘야 하는데, 그 금액이 573억원에 이른다. 현재 보유 현금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다만 이 우선주는 발행 10년이 되는 2028년 9월과 2029년 11월에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상환 요구 없이 그때까지 버티면 부채가 자본으로 넘어가면서 자본잠식(444억원)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 지난해에도 일부 투자자가 상환 대신 전환을 택해 9만 3296주(액면분할 전 기준)가 보통주로 바뀌었고 자본이 118억원 늘었다. 앞으로 3년을 넘기는 것이 관건이다.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SK스퀘어가 보유하던 지분이 SK플래닛으로 넘어가면서 SK플래닛(25.4%)이 최대주주가 됐다. 같은 달 주식 액면가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했다. 감사보고서만으로 이를 상장 준비와 연결짓기는 어렵다.
위워크코리아, 흑자 463억…영업으로 번 돈은 아니었다
위워크코리아는 지난해 순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흑자다.
내용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익의 대부분은 미국 모회사가 탕감해준 차입금 437억원과,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며 되돌려 잡은 205억원이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아니다.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매출은 2024년 1,248억원에서 지난해 1,102억원으로 11.7% 감소했다. 회원권 매출도 8.9% 줄었다. 매출의 81%가 임대료로 나가는 구조여서 남은 19%로 인건비와 관리비, 마케팅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실제 임대료를 반영한 손실은 2023년 38억원에서 지난해 158억원으로 2년 새 네 배가 됐다.
계약 기간도 부담이다. 앞으로 내야 할 임대료가 6,676억원으로 연매출의 6배에 이른다. 이 중 5년 넘게 남은 계약 비중이 38%로, 경쟁사(12~14%)를 크게 웃돈다. 사업 규모를 줄이려 해도 계약에 묶여 있다. 회사는 2024년 일부 계약을 조기 정리해 임대차 부채를 6,348억원에서 4,772억원으로 줄인 바 있다.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 "회사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적었다. 존속 근거로는 모회사가 향후 1년간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었다. 미지급금 837억원은 임대료 연체나 협력업체 대금이 아니라 전액 위워크 계열사에 대한 채무다.
지배구조는 미국 본사의 파산 절차를 거치며 바뀌었다. 부동산 소프트웨어 기업 야디홀딩스가 새 최상위 모회사가 됐다. 직접 모회사는 위워크아시아홀딩스로 유지됐지만 한국 법인의 최종 의사결정 구조가 달라졌다.
성장·수익성·안정성 순위
세 회사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순위가 갈린다.
성장 | 수익성 | 재무 안정성 | 종합 | |
|---|---|---|---|---|
패스트파이브 | 1위 | 2위 | 1위 | 1위 |
스파크플러스 | 2위 | 1위 | 2위 | 2위 |
위워크코리아 | 3위 | 3위 | 3위 | 3위 |
성장에서는 패스트파이브가 앞선다. 3년간 매출을 18% 늘렸고 지점도 확대했다. 다만 증가분 대부분이 시공·컨설팅 매출이고 회원권은 제자리다. 회원권만 보면 지난해 증가율은 스파크플러스 3.1%, 패스트파이브 2.7%로 격차가 크지 않다. 위워크코리아는 홀로 역성장했다.
수익성은 스파크플러스가 앞선다. 실제 임대료를 반영한 손실이 25억원으로 패스트파이브(127억원), 위워크코리아(158억원)보다 크게 작다. 매출 규모가 절반인데 손실은 5분의 1 수준이다.
재무 안정성은 패스트파이브가 낫다. 현금 93억원을 보유하고 대주주 지원 확약을 받았으며, 임대료를 지급하고도 현금이 남는 유일한 회사다. 스파크플러스는 운영은 효율적이나 현금 39억원에 상환 요구 가능액 573억원을 안고 있다. 위워크코리아는 감사보고서에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기재된 상태다.
종합하면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위워크코리아 순이다. 1·2위 격차는 크지 않다. 패스트파이브는 규모와 현금으로, 스파크플러스는 효율로 버티는 구조다. 패스트파이브가 본업 정체를 해소하지 못하거나 스파크플러스가 자금을 확보하면 순위는 바뀔 수 있다.
회원권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위워크코리아(1,046억원)가 패스트파이브(1,010억원)를 근소하게 앞선다. 위워크가 줄고 국내 두 곳이 소폭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 순서도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경쟁 방식이 바뀌고 있다
3사 모두 임대료 부담률은 높아졌다. 매출은 정체된 반면 계약서상 임대료는 해마다 오르기 때문이다. 확장기에 받았던 무상 임대 기간이 끝나가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파크플러스와 위워크코리아는 신규 임대차 계약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스파크플러스가 지난해 새로 체결한 계약은 7,000만원어치가 전부다.
시장이 축소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에도 5,695평을 늘렸다. 달라진 것은 방식이다. 건물을 직접 빌려 위험을 혼자 떠안는 대신 건물주와 위험을 나누는 위탁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실을 안고 있는 건물주 입장에서도 전문 운영사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의 축은 '누가 더 많이 빌리느냐'에서 '누가 임대료 위험 없이 더 넓은 공간을 운영 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자금 조달은 변수로 남아 있다. 3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이고 최근 3년간 신규 투자 유치 실적이 없다.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는 투자자가 우선주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패스트파이브는 상장 재도전으로, 스파크플러스는 우선주 자동 전환으로 각각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위워크코리아의 향방은 새 모회사인 야디의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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