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노피아 매출 22.5억→242.8억…1년 만에 10.8배
반도체 투자 확대에 배출가스 처리장비 수요도 증가
선수금 191.4억·제작 중인 장비 53.9억…올해 납품 실적 주목
반도체를 만들 때는 여러 종류의 가스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인체에 해롭거나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가스가 발생한다. 반도체 공장에는 이 가스를 분해하거나 걸러내는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엔노피아는 이런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기업정보 서비스가 집계한 임직원 수는 35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42.8억원, 영업이익 85.8억원을 기록했다. 직원 한 명당 매출은 6.9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꼴이다.
반도체 투자가 늘면서 제조장비뿐 아니라 공장에 함께 들어가는 환경설비 수요도 커진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엔노피아의 매출 증가율은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실적을 만든 고객과 납품 프로젝트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반도체 업황 회복만으로 실적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매출 10.8배, 영업이익률 35.3%
재무자료에 따르면 엔노피아의 지난해 매출은 242.8억원으로 전년 22.5억원보다 10.8배로 늘었다. 2023년 매출 53.7억원과 비교해도 4.5배다.영업손익은 2024년 15.3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85.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률은 35.3%였다. 순이익도 16.3억원 적자에서 80.5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2024년에는 매출 22.5억원보다 매출원가가 더 많아 4.7억원의 매출총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총이익이 110.1억원으로 늘었고, 판관비는 24.3억원에 그쳤다. 납품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적은 해마다 크게 움직였다. 매출은 2022년 17.4억원에서 2023년 53.7억원으로 늘었다가 2024년 22.5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손익도 같은 기간 13.9억원 적자, 12억원 흑자, 15.3억원 적자를 오갔다. 장비 납품 시점에 따라 연간 실적이 달라지는 사업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처리
엔노피아는 2015년 12월 한국기계연구원과의 합작으로 출범했다. 이듬해 한국기계연구원이 참여한 연구소기업으로 등록됐다. 이후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미세먼지를 처리하는 장비를 개발해 왔다. 회사가 만드는 대표 제품은 스크러버와 촉매 처리장치다. 쉽게 말하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나온 배기가스를 공장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분해하거나 씻어내는 설비다. 엔노피아는 온실가스를 처리하는 촉매 장비와 가스 속 미세입자를 제거하는 전기집진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연혁에 따르면 2018년 SK하이닉스에서 장비 실증과 성능 검증을 진행했다. 2020년에는 대만 TSMC 거래업체로 등록돼 IPA 스크러버를 판매했고, 2022년에는 대만 마이크론에 같은 장비를 공급했다. SK하이닉스와는 2022년 베이 촉매 시스템 실증, 2023년 성능 검증을 거쳐 같은 해 8월 ‘SKh 업체’로 등록됐다. 다만 회사 홈페이지의 연혁은 2023년 8월에서 끝난다. 지난해 매출이 어느 고객사에서 발생했는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시장은 15% 성장했는데 엔노피아 매출은 10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은 1,351억달러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인공지능용 반도체와 첨단 메모리 생산을 위한 투자가 장비 수요를 이끌었다.
새로운 생산라인을 만들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면 배기가스 처리설비도 추가로 필요하다. 엔노피아의 실적은 반도체 투자가 공정 주변의 환경설비 회사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장이 15% 성장한 해에 엔노피아의 매출은 980.6% 증가했다. 업황 회복 외에 규모가 큰 장비 납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고객별 매출과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는다.
선수금 191억, 제작 중인 장비도 54억
지난해 말 선수금은 191.4억원으로 전년보다 140.8억원 늘었다. 선수금은 제품을 넘기기 전에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돈이다. 전체 부채 257.2억원의 74.4%가 선수금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장비를 뜻하는 재공품도 53.9억원이 잡혔다. 2024년 말에는 재고자산이 거의 없었다. 선수금과 재공품이 함께 늘었다는 점을 보면 지난해 말에도 제작 중인 장비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납품을 마친 장비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지난해 말 12.2억원을 하자보수충당부채로 새로 잡았다. 장비를 납품한 뒤 발생할 수 있는 수리나 보증 비용에 대비해 미리 반영한 금액이다.
설치나 공사를 마치고 아직 받지 못한 돈인 공사미수금도 16.9억원 발생했다. 일반 매출채권은 63.2억원에서 37.8억원으로 줄었지만, 공사미수금을 더하면 지난해 말 받지 못한 대금은 54.7억원이다.
부채비율 높지만 차입금은 없어
엔노피아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365.8%다. 수치만 보면 높지만, 부채 대부분이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아니다. 선수금 191.4억원이 전체 부채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2024년 말 19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말 모두 사라졌다. 현금 88.6억원과 단기금융상품 100억원을 합하면 보유 자금은 188.6억원이다.
재무구조도 한숨을 돌렸다. 2024년 말에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0.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쌓이면서 자본총계가 70.3억원으로 늘었다. 자본금은 6억원으로 변동이 없어 외부 증자 없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올해도 납품 규모 유지할지가 관건
엔노피아의 지난해 실적은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환경설비도 반도체 투자 확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가 매출 242.8억원과 영업이익 85.8억원을 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앞으로 확인할 부분은 지난해 말 받은 선수금 191.4억원과 제작 중이던 장비 53.9억원이 올해 매출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지난해 실적이 일부 대형 납품에 집중된 것인지, 기존 고객의 추가 주문이 계속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반도체 투자가 이어지고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관련 장비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엔노피아가 지난해 확보한 일감을 실제 납품으로 마무리 마무리하고 비슷한 규모의 주문을 다시 받을 수 있을지 시장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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