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5 TUETUESDAY, SEPTEMBER 15, 2026

마유크림 굴곡 넘어 매출 1,412억…비앤비코리아, K뷰티 훈풍 타고 코스닥 재도전

마유크림 굴곡 넘어 매출 1,412억…비앤비코리아, K뷰티 훈풍 타고 코스닥 재도전

K뷰티 열풍의 수혜가 브랜드사를 넘어 화장품 제조사로 번지고 있다.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는 비앤비코리아도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한때 중국에서 ‘마유크림’으로 이름을 알렸다가 사드 사태 이후 매출이 급감했던 회사가 10년 만에 매출 1,000억 규모의 ODM 업체로 돌아온 셈이다. 비앤비코리아의 2025년 연결 매출은 1,411.7억으로 전년 803.2억보다 75.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6억에서 262.1억으로 57.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8.6%다. 2021년 234.4억이던 매출은 2022년 329.5억, 2023년 442.1억, 2024년 803.2억을 거쳐 지난해 1,411.7억까지 늘었다. 4년 만에 약 6배가 됐다.

국내 화장품 수출이 지난해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해외에서 성장한 국내 인디 브랜드의 생산 주문이 비앤비코리아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보다 12.3% 증가했고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이 됐다.

기획부터 생산까지 맡는 ‘원스톱 ODM’

비앤비코리아는 브랜드를 대신해 화장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ODM 업체다. 고객이 정한 사양에 맞춰 제품만 생산하는 OEM과 달리, ODM은 제품 콘셉트와 원료·제형 개발, 패키지 선정까지 제조사가 관여한다. 비앤비코리아는 여기에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유통 지원까지 더한 ‘토털 원스톱 ODM’을 내세운다. 스킨케어를 주력으로 하며 캡슐 제형과 두 가지 내용물을 분리해 담는 이층상 제형 등을 개발해 왔다. 자체 브랜드의 이름과 콘셉트까지 함께 만드는 OBM 사업도 한다.

외형은 코스맥스나 한국콜마보다 작지만 수익성은 높은 편이다. 코스맥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약 8.2%, 한국콜마는 8.8%, 코스메카코리아는 13%였다. 비앤비코리아는 이들보다 높은 18.6%를 기록했다. 다만 각 회사의 연결 대상과 사업 구성이 달라 이익률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매출 73%가 두 거래처에서 나왔다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고객 편중이 있다. 지난해 비앤비코리아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거래처는 두 곳이었다. 이들 거래처에서 발생한 매출은 모두 1,033.8억으로 연결 매출의 73.2%에 달했다. 2024년 60.8%에서 12.4%포인트 높아졌다. 감사보고서에는 거래처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와 언론에 공개된 고객사에는 달바글로벌과 에이피알의 메디큐브, 닥터펩티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이들이 감사보고서에 나온 두 거래처와 정확히 일치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달바글로벌 관련 매출은 2022년 183억에서 2024년 396억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비앤비코리아가 직접 수출로 기록한 매출은 지난해 24.7억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해외 매출을 직접 올리기보다는 국내 고객 브랜드가 제품을 수출하면서 간접적으로 K뷰티 성장의 혜택을 받는 구조에 가깝다. 고객 브랜드가 계속 성장하면 주문도 함께 늘지만, 주요 고객이 생산처를 바꾸거나 판매가 꺾이면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 있다.

자회사 제이엘벤처스를 통해 자체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제이엘벤처스의 지난해 매출은 171.5억, 순이익은 16.9억이었다. 더마팩토리와 러비더비 등이 이 회사의 브랜드다. ODM 고객사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은 있지만, 특정 고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1,200억대에 팔렸다가 10년 만에 다시 손바뀜

비앤비코리아의 성장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함봉춘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뒤 중국에서 마유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2015년 매출 505억, 영업이익 213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사드 사태로 중국 판매가 막히면서 매출이 100억대 초반으로 급감하고 적자로 돌아섰다.

SKS프라이빗에쿼티와 워터브릿지파트너스는 마유크림이 한창 잘 팔리던 2015년 특수목적회사 더블유에스뷰티를 세워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보도에 따라 1,250억에서 1,290억으로 차이가 난다. 인수 직후 실적이 급락하면서 한때 매입가의 절반 수준인 600억에도 매각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제품군과 고객사를 넓히고 ODM·OBM 사업을 강화하면서 실적이 회복됐다.

새 주인은 하이트진로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서영이앤티다. 서영이앤티는 진백글로벌이라는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2024년 비앤비코리아 지분 81.02%를 1,002억에 인수했다. 이듬해 잔여 지분 18.98%를 277억에 사들여 지분율을 100%로 높였다. 총 인수금액은 1,279억이다.

기존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약 10년간 보유한 회사를 매입 원금과 비슷한 가격에 처분한 셈이다. 큰 투자수익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한때 투자금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상황에서는 원금 수준을 회수했다는 의미가 있다.

자본잉여금 460억 옮긴 뒤 이어진 배당

인수 전후의 배당도 짚어볼 부분이다. 비앤비코리아는 2024년 임시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 460억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겼다. 같은 해 이익잉여금에서 78.2억이 배당으로 차감됐고, 2025년에는 120억의 현금배당이 지급됐다. 올해 3월에는 90억을 추가로 배당했다. 자본잉여금 전입이 오로지 배당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조치로 배당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최근 세 차례 결산에서 배당으로 결정된 금액은 모두 288.2억이다.

2024년 배당 78.2억 가운데 50억은 더블유에스뷰티가 보유한 회사채 투자금과 상계됐다. 따라서 78.2억 전액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것은 아니다. 반면 지난해에는 120억이 실제 현금으로 지급됐다. 지난해 회사가 영업에서 창출한 현금은 189.7억이었다. 여기서 배당 120억과 법인세·이자 등을 지급하고 남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0.6억이다. 같은 해 유형자산 취득에는 124.5억을 썼고, 신공장 부지 취득 과정에서 장기차입금 50억을 새로 조달했다.

회사가 성장 투자를 확대하는 시기에 주주 배당도 함께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말 현금은 123.3억, 차입금과 리스부채 등을 뺀 순현금은 약 45.5억으로 재무상태가 불안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매출채권이 75.3억에서 186.4억, 재고자산은 94.2억에서 126.5억으로 늘어 이익 증가분이 그대로 현금으로 쌓이지는 않았다.

공모주 절반은 기존 주주 몫

비앤비코리아는 지난 5월 2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과거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상장을 추진하다 무산된 뒤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이번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예정 공모주식은 186만6,000주다. 신주가 약 51%,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파는 구주매출이 약 49%다. 구주매출 대금은 회사가 아니라 최대주주 진백글로벌에 돌아간다.

진백글로벌은 비앤비코리아 인수 과정에서 상당한 외부자금을 조달했다. 최초 1,002억 인수 당시 서영이앤티가 출자한 금액은 250억이었고, 나머지는 인수금융과 전환사채 등으로 마련했다. 잔여 지분 인수 후 금융기관 차입 약정은 900억 수준으로 늘었으며 서영이앤티가 이자 지급채무에 연대보증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가치 전망도 아직 편차가 크다. 초기에는 3,000억 안팎에서 5,000억 이상이 거론됐고, 예심 청구 이후에는 동종 화장품 기업의 주가수익비율을 적용해 6,000억∼7,000억을 예상한 보도도 나왔다.

실적보다 복잡한 상장 방정식

비앤비코리아는 김포 학운산업단지에 약 2,800평 규모의 신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 1공장, 2028년 2공장 가동을 목표로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취득한 신공장 부지와 관련 건설중인자산은 113.4억이다. 실적만 보면 상장에 나설 시점은 나쁘지 않다. 4년간 매출이 6배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국내 주요 ODM사보다 높다. 과거 마유크림 한 제품과 중국 시장에 기대다 큰 타격을 입었던 회사가 여러 K뷰티 브랜드를 지원하는 ODM 업체로 체질을 바꿨다는 점도 분명하다.

반면 매출의 73%가 두 고객에게 집중돼 있고, 공모 물량의 절반 가까이가 구주매출이다. 최대주주가 인수에 사용한 차입금과 상장 전 배당도 함께 살펴야 한다.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다면 비앤비코리아는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성장이 중견 ODM사의 기업가치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상장 과정에서는 빠른 실적 성장뿐 아니라 고객 편중과 구주매출, 최대주주의 자금 회수 구조를 시장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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