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01 WEDWEDNESDAY, JULY 1, 2026

메르세데스·GM이 5G 차를 팔 때마다, 분당의 23명짜리 연구소가 돈을 받는다

메르세데스·GM이 5G 차를 팔 때마다, 분당의 23명짜리 연구소가 돈을 받는다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직원 23명·자본금 7,500만원의 비상장 회사 윌러스표준기술연구소는 노키아·에릭슨·퀄컴과 나란히 Avanci 5G 특허풀의 라이센서로 등재돼 있다. 메르세데스·GM 같은 완성차 업체가 5G 커넥티드카를 팔 때마다 이 풀에 사용료를 내고, WILUS는 라이센서로서 그 분배를 받는다. 제조 기반 없이, 보유한 표준특허의 사용료가 이 회사의 수익원이다.

제품은 없고, 특허 451건과 순이익 278억

윌러스표준기술연구소(WILUS Institute of Standards & Technology, 이하 WILUS)는 2012년 5월 분당구 수내동에 설립된 직원 23명(2026년 4월 기준, 피치덱 고용현황)의 비상장 회사다. 제품을 만들지 않고 특허 자체를 수익원으로 삼는 회사로, 규모는 작아도 USPTO에 등록한 미국 특허가 451건에 이른다.

피치덱 기업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361억원으로 전액 로열티 수입이었고, 영업이익 272억원(영업이익률 75%)·순이익 2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68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Avanci 5G 풀 — 퀄컴 옆에 분당 연구소

5G 연결 자동차 — 내비게이션·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텔레매틱스를 위해 5G 통신 모듈을 탑재한 커넥티드카 — 에 들어간 셀룰러 모듈은 수백 개의 표준 필수특허(SEP)를 사용한다. 표준 필수특허란 5G 같은 기술 표준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특허로, 우회 설계가 불가능해 보유자가 그 표준을 쓰는 모든 제품에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이 특허를 일일이 협상하면 권리자 수백 곳과 개별 계약을 맺어야 한다. Avanci는 이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설계된 특허 라이센싱 풀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Avanci에 단일 창구로 라이센스를 얻고, Avanci가 각 라이센서(특허를 빌려주는 권리자)의 기여도 비율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WILUS는 2021년 Avanci 4G 풀에, 2023년 Avanci 5G 풀에 라이센서로 등재됐다. 현재 Avanci 5G 풀의 라이센서 명단에는 노키아, 에릭슨, 퀄컴, 인터디지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허를 빌려 쓰는 쪽인 라이센시로는 메르세데스(2023)·GM·도요타(2024)·닛산·혼다(2025)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5G 라이선스에 순차 합류해 5G 프로그램 참여 브랜드는 55곳을 넘었고, 4G·5G를 합치면 2025년 7월 기준 약 2억 2,500만 대를 포괄한다.

Avanci 외에도 WILUS는 Sisvel Wi-Fi 6 표준특허 풀에 라이센서로 참여하고 있다. 3GPP·IEEE 802.11·MPEG 등 표준화 단체에 12년간 700여 건을 기술 기여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며, 이런 표준화 이력이 풀 등재의 배경이다. WILUS는 이 Wi-Fi 6 분야에서는 풀 라이센싱에 그치지 않고 직접 침해소송까지 제기했는데, 소송에 동원된 특허들은 원래 SK텔레콤과 공동으로 보유하던 것이다.

발명은 직접, 소유는 SK텔레콤과 공동

WILUS의 특허는 외부에서 사들인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 인력이 발명한 것이다. USPTO Office of the Chief Economist(OCE)가 공개하는 양도(assignment, 발명자가 특허권을 회사에 넘기는 절차) 데이터셋에서 WILUS의 2013~2016년 기록 50건을 전수 확인한 결과, 양도인은 전부 WILUS 소속 발명자였고 CEO 곽진삼 본인도 'KWAK JINSAM'으로 등장하는 주요 발명자다. 직원이 발명한 특허를 회사가 양도받아 풀에 등록해 라이센싱하는 구조로, 대학·기업에서 특허를 사들여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Intellectual Ventures식 모델과는 출발이 다르다.

다만 "외부와 무관한 순수 자체 보유"라는 단순한 그림은 아니다. WILUS의 핵심 특허 상당수는 SK텔레콤과 공동 명의로 보유돼 왔다. 실제 소송에 동원된 특허들의 USPTO 등록부를 보면, 발명자는 곽진삼·손주형·고건중·안우진 등 WILUS 인력이지만 권리자(assignee)는 오랫동안 'SK텔레콤 + WILUS' 공동 명의였다. 2022년 12월에는 SK텔레콤으로부터 별도 라이선스도 받았다.

2024년, 지분 단독화와 동시에 시작된 특허 소송

2024년 6월 20일, WILUS는 이 공동보유 특허들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을 넘겨받아(USPTO 양도 기록상 양도인이 SK텔레콤) 단독 권리자가 됐다. 빌려 쓰고 공동으로 들고 있던 특허들을 단독 소유로 정리한 것이다.

권리를 정리한 직후인 2024년 9월, WILUS는 이 특허들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HP·Askey를 제소했다(9월 11일·20일 제소, 사건번호 2:24-cv-00746·00765 등, 담당은 특허소송으로 유명한 길스트랩 부장판사). 소송 대상은 Wi-Fi 6(802.11ax)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이며, 삼성 갤럭시 S24 울트라가 침해 제품으로 적시됐다.

이 분쟁은 2026년에도 이어지며 대상이 넓어졌다. 삼성·HP·Askey를 상대로 한 사건들은 2024년 10월 텍사스 동부지법에서 하나의 대표 사건(2:24-cv-00752, 길스트랩 판사)으로 묶여 함께 심리됐고, 피고들은 "WILUS가 표준특허 보유자라면 누구에게나 공정·합리·비차별적 조건으로 특허를 빌려줘야 한다(이를 FRAND 의무라 한다)"며 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WILUS는 2025년 1월 삼성·HP를 추가로 제소한 데 이어 2026년 4월에는 네트워크 장비업체 TP-Link까지 새로 제소했고, 2026년 6월에는 HP의 침해 제품 판매를 막아 달라는 영구금지명령 신청을 놓고 서면 공방이 이어졌다.


이 기사는 News Epoch가 USPTO(미국 특허청) 등록 특허·양도 기록, Avanci·Sisvel 공식 라이센서 목록, 피치덱 기업 데이터베이스(재무·고용)를 분석하여 작성했습니다.

분석 대상 특허는 2020년 1월–2026년 4월 미국 등록분입니다. 자본금 등 2023년 수치는 DART 감사보고서, 2024–2025년 매출·손익과 직원 수는 피치덱 데이터 기준이며, 개별 특허풀·계약별 로열티 분배액은 비공개입니다. SK텔레콤·WILUS 공동보유 특허의 권리 정리는 USPTO 양도 기록으로, 텍사스 동부지법 소송과 2025–2026년 경과는 CourtListener 법원 사건기록으로 확인했습니다.

염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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