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드론 유망주 브룩허스트거라지, 눈덩이 적자에 직원 5명으로 급감…‘계속기업’ 의문

드론 유망주 브룩허스트거라지, 눈덩이 적자에 직원 5명으로 급감…‘계속기업’ 의문

실내 자율비행 드론을 활용한 물류창고 재고조사 무인화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스타트업 '브룩허스트거라지(이하 비거라지)'가 심각한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한때 혁신적인 기술력을 무기로 37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900억 원을 넘보던 ‘퍼스트무버’였으나,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투자금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급기야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한 자릿수로 급감하고 신규 채용마저 사실상 중단되면서, 업계에서는 기업의 존속 가능성과 향후 성장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GPS 없는 자율비행’… 화려했던 기술력과 화제성

2017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첫발을 뗀 비거라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구글, 오라클 등에서 경력을 쌓은 김영준 대표가 설립한 기업이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위성항법시스템(GPS)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실내 창고 환경에서도 카메라 비전(VIO) 기술을 통해 드론이 스스로 위치를 파악하고 자율 비행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비거라지는 인력난이 심각한 물류업계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람이 직접 지게차나 리프트를 타고 확인해야 했던 B2B 물류창고의 고층 선반 재고를 드론 4~6대가 몇 시간 만에 대신 파악하며, 95% 수준이던 재고조사 정확도를 99.9%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10대 물류회사인 켄코로지스틱스 물류창고에 상용화 레퍼런스를 구축했으며, 국내에서도 2020년 KT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2021년에는 인천항만공사(IPA)와 평치 창고용 드론 자동화 서비스 개발 협약을 맺는 등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았다.

■ 내로라하는 투자사 총출동… 누적 370억 유치, 기업가치 900억 ‘기염’

시장은 비거라지의 잠재력에 열광했다. 2021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필두로 SBVA(구 소프트뱅크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벤처캐피털(VC)로부터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기세를 몰아 2023년에는 LB인베스트먼트(70억 원), 크로스로드파트너스(30억 원)를 비롯해 하나증권, IBK기업은행, 유안타인베스트먼트, K2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43억 원 규모의 대형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피치덱이 추정한 비거라지의 기업가치는 900억 원을 훌쩍 넘겼으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만 무려 370억 원 수준에 달했다.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비거라지는 포레스트파트너스 출신이자 이원(Eone) 전 대표였던 김형수 총괄과 LG전자 MC연구소장 출신의 하정욱 교수 등을 핵심 임원진으로 영입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한때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분당) 사무소에 걸쳐 석·박사급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7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탄탄한 조직망을 구축하기도 했다.

■ 발목 잡은 ‘통합 솔루션’의 덫… 5년간 333억 눈덩이 적자

하지만 고도의 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연구개발(R&D) 및 운영 비용이 비거라지의 발목을 잡았다. 비거라지는 단순히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동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베이스스테이션, 배터리팩, 자체 드론 하드웨어, 창고관리시스템(WMS) 연동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을 자체 개발하는 ‘수직 통합 솔루션’을 고집했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이원화된 조직 운영과 고임금의 기술 인력 유지비가 더해지면서 현금 연소율(Cash Burn Rate)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수익 모델이 이를 뒤받쳐주지 못하면서 2020년 10억 원 수준이던 영업손실은 2021년 37억 원, 2022년 68억 원, 2023년 98억 원으로 가파르게 불어났고, 급기야 2024년에는 130억 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5년 만에 340억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그동안 유치했던 37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금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 직원 5명만 남은 텅 빈 사무실… ‘계속기업’ 존속 빨간불

자금 고갈은 결국 조직의 축소로 이어졌다. 투자업계 및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영난 여파로 핵심 엔지니어와 직원들의 대규모 엑소더스(대탈출)가 발생했다. 2025년 1월 기준 33명으로 줄어들었던 직원 수는, 불과 1년 만인 2026년 1월 현재 단 5명으로 급감한 충격적인 상태다. 70여 명이 북적이던 첨단 테크 스타트업이 1~2년 만에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조직 재건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비거라지는 2025년부터 사실상 모든 신규 채용을 중단했으며, 2025년 초를 제외하고는 새로운 입사자 없이 기존 인력의 퇴사만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하드웨어와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고도화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인재가 곧 기업의 동력이다. 현재처럼 핵심 인력이 증발하고 채용마저 멈춘 상태라면 정상적인 연구개발이나 서비스 유지보수조차 불가능 할 수 있다. 한때 드론 물류 혁명을 주도할 유니콘 후보로 꼽히며 수백억 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던 비거라지는, 이제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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