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5 WEDWEDNESDAY, AUGUST 5, 2026

AI, 개인투자자를 'DIY헤지펀드'로 변모시키다

AI, 개인투자자를 'DIY헤지펀드'로 변모시키다

인공지능(AI)이 월스트리트와 개인투자자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세계 각국의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을 쉬지 않고 감시하면서 뉴스와 공시를 읽고, 투자할 종목을 추려내고, 사전에 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주문까지 실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다.

과거 헤지펀드와 대형 금융회사에서나 구축할 수 있었던 자동화 투자 시스템을 개인이 직접 만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확산한 ‘바이브코딩’ 덕분이다. 바이브코딩은 원하는 기능과 작동 방식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프로그램을 대신 만들어주는 개발 방식이다.

3일 주요 외신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개인투자는 단순히 챗봇에 유망 종목을 물어보는 단계를 넘어섰다. 공시와 뉴스·주가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는 프로그램부터 종목 스크리너, 투자 리서치 비서, 백테스트 시스템, 자동매매 에이전트까지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투자도구를 직접 구축하고 있다.

24시간 시장 훑는 AI 트레이더…개미도 ‘1인 헤지펀드’ 시대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6월 개인투자자들이 AI를 이용해 자신만의 종목 스크리너와 리서치 비서, 트레이딩 에이전트를 만드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투자자는 AI에 투자전략과 매매신호, 진입·청산 조건을 설명하고 실시간 시장데이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든다. 컴퓨터와 Claude·ChatGPT 같은 AI 서비스만으로 시작한 개인투자자 사례도 소개됐다.

AI를 활용하는 투자자층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로이터가 보도한 eToro의 글로벌 개인투자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만1000명 가운데 13%가 이미 ChatGPT나 Gemini 등을 종목 선택 또는 포트폴리오 변경에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가량은 앞으로 AI 투자도구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난센의 알렉스 스바네빅 최고경영자는 향후 2년 안에 시장에서 활동하는 AI 트레이딩 에이전트 수가 인간 트레이더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난센도 기존의 데이터 분석 중심 사업에서 AI 에이전트를 통한 거래 실행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AI가 인간보다 우수한 투자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난센 역시 자율 에이전트에 실제 자금을 맡기기 전 백테스트와 모의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스바네빅 CEO는 자체 실험에서 한 AI 에이전트가 23달러의 수익을 내는 동안 AI 모델 사용료로 700달러가 들어간 사례도 공개했다.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성 사이에는 아직 상당한 간격이 있다는 의미다.

자동매매보다 먼저 커지는 ‘1인 리서치센터’

AI 투자 에이전트 확산의 핵심은 자동주문에만 있지 않다. 개인이 자신만의 투자 리서치 인프라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더 큰 변화로 꼽힌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한국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기업 공시를 수집하고, 매출과 영업이익·가이던스 변화를 찾아 표로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뉴스와 주가·거래량 데이터를 결합하면 거래량 급증주나 일정한 재무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을 자동으로 추려내는 것도 가능하다.

매일경제는 지난 4월 Claude Code를 이용해 DART와 한국거래소(KRX) 통계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수집·정리하는 에이전트를 직접 제작한 사례를 보도했다. 하나의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모으고 다른 에이전트가 표본을 추출해 결과를 검증하도록 구성했다. 휴대전화의 텔레그램을 통해 작업을 지시하는 기능도 적용했다.

이 같은 구조에 투자전략과 증권사 API를 연결하면 데이터 수집, 종목 발굴, 투자 판단, 백테스트, 주문 실행으로 이어지는 개인용 투자 시스템이 완성된다. 과거에는 상당한 개발비와 전문인력이 필요했지만, AI 코딩 도구가 프로그램 제작과 오류 수정까지 지원하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바이브코딩으로 자신만의 퀀트봇을 구축하는 개인투자자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경제는 지난 5월 코딩 경험이 없던 직장인들이 AI와 증권사 API를 이용해 해외주식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고, GitHub에서 다른 투자자들과 알고리즘과 오류 수정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사도 AI가 읽기 쉬운 투자 인프라 개방

국내 증권사들도 개인용 투자 에이전트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Open API를 활용한 투자전략 생성과 백테스트 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동평균선과 모멘텀 등 다양한 지표를 조합해 매수·매도 조건을 만들고 과거 데이터로 성과를 검증할 수 있다.

Claude Code·Cursor·Codex·Gemini CLI 등 주요 AI 코딩 에이전트와 연결하는 전용 플러그인도 내놨다. 이용자가 “RSI가 30 이하이면 매수하는 전략을 만들어줘” 또는 “삼성전자로 최근 1년간 백테스트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전략 설계와 검증을 수행하는 구조다. 현재 10개의 기본 전략과 80개의 기술지표 조합을 지원하며 모의·실전 주문도 연결할 수 있다.

토스증권이 내놓은 Open API에는 사전신청을 받은 지 2주 만에 5만5000명이 몰렸다. 토스증권 API는 국내외 주식 시세와 계좌·주문 정보를 외부 프로그램에 연결하며 Claude Code와 Codex 같은 AI 서비스와도 연동할 수 있다. 이용자가 개발언어를 몰라도 대화체로 시세 조회와 계좌 분석, 주문을 지시할 수 있도록 AI 전용 문서인 ‘llms.txt’도 제공한다.

“AI가 만든 전략”이라고 수익 보장되진 않아

투자 시스템 제작이 쉬워졌다고 해서 좋은 전략까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취재한 투자자들도 AI가 이기는 전략을 스스로 발명해주는 것은 아니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명확한 매매 원칙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정확성도 문제다. 범용 AI 모델은 유료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기업 실적의 숫자와 날짜를 잘못 인용할 수 있다. 과거 가격 흐름에 지나치게 의존해 미래를 예측하는 오류도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뉴스나 조작된 데이터가 입력되면 AI의 투자 판단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보안 위험은 더 직접적이다. AI 에이전트에 증권계좌의 주문 권한을 주면 프로그램 오류나 외부 공격이 실제 금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실전 주문 전 사용자 확인을 강제하고 API 키와 토큰이 코드에 노출되지 않도록 별도의 보안 기능을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가 여는 새로운 투자의 시대는 ‘AI에게 돈을 맡기면 알아서 수익을 내는 시대’와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개인이 기관투자자처럼 데이터를 모으고, 종목을 발굴하고, 전략을 검증할 수 있는 도구를 직접 보유하는 시대에 가깝다.

정보와 시스템을 독점하던 기관과 개인 사이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이제 투자 성과를 가르는 기준도 단순한 정보 접근 능력에서 어떤 데이터를 선택하고 어떤 원칙과 안전장치를 AI에 설계하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뉴스에포크 데이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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