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21 FRIFRIDAY, AUGUST 21, 2026

신입부터 닫히는 채용문…AI가 일자리를 줄였나

신입부터 닫히는 채용문…AI가 일자리를 줄였나

한은 “4년간 청년 일자리 28.5만 개 감소…94%가 AI 고노출 업종”

미국도 AI 노출 높은 초급 직군부터 고용 위축

기업에 필요한 인원은 46.7만 명인데 앞으로 뽑겠다는 인원은 46만 명에 그쳤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다. 올해 4월 1일 기준 국내 사업체의 부족인원보다 2∼3분기 채용계획이 0.7만 명 적었다.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통계가 공표된 2021년 이후 처음 나타난 역전이다.

사람이 부족해도 충원하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도 구인 건수는 크게 줄었지만 해고율은 낮은 ‘저채용·저해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고용 부진을 경기 둔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업의 신입 채용을 AI가 일부 대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청년 일자리 감소 94%, AI 고노출 업종에 몰렸다

한국은행은 18일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한은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8.5만 개 감소했다. 이 가운데 26.8만 개, 94.0%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다. 증가분의 75.2%인 17.3만 개가 청년층과 마찬가지로 AI 고노출 업종에서 나왔다. 해당 산업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졌다기보다 기업이 경력자는 남겨두고 청년층 채용을 줄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학력별로도 변화가 나타났다. 챗GPT 출시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실업률은 7.0%로,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의 5.4%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출시 이전에는 각각 8.2%와 8.0%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대졸 청년의 실업률도 낮아졌지만 개선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AI 고노출 업종으로 들어오는 청년은 과거보다 11% 줄었고, 이들 업종에서 빠져나가는 청년은 32% 늘었다. 한은이 주목한 것도 해고보다 신규 진입의 감소다.

다만 한은은 청년고용 감소를 모두 AI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산업별 고용조정과 경력직 선호, 재택근무 확산, 기업 내부 교육 약화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청년 일자리를 직접 없앴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진행되던 채용 방식의 변화를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취업자는 늘었지만 청년은 19.1만 명 줄어

국가데이터처의 7월 고용동향에서도 청년층 부진은 뚜렷했다.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0.8만 명 늘었지만 15∼29세 취업자는 19.1만 명 감소했다. 청년인구가 같은 기간 14.4만 명 줄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취업자 감소 폭이 더 컸다.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리더스인덱스가 연령별 고용을 공개한 132개사를 분석한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직원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30세 이하 직원은 13.8% 줄고 50세 이상 직원은 4.8% 늘었다. 이 가운데 신규채용 인원을 공개한 113개사의 채용 규모는 10.9만 명에서 9.3만 명으로 15.3% 감소했다. 신규채용에서 30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56.4%에서 51.1%로 낮아졌다.

다만 업종별 차이는 컸다. 현대자동차의 29세 이하 신규채용은 2년 동안 65.1% 감소한 반면 SK하이닉스의 청년 채용은 10배 넘게 늘었다. AI 반도체처럼 투자가 집중되는 산업에서는 오히려 청년 채용이 증가했다.

미국은 해고보다 채용 축소

미국의 6월 구인 건수는 740만 건이다. 2022년 3월 약 1200만 건과 비교하면 약 40% 줄었다. 반면 해고율은 1.1%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이 사람을 대거 내보내기보다 빈자리가 생겨도 채우지 않는 모습이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3만 명 감소했다. 하지만 민간 고용은 3만 명 늘었고 정부 고용이 5.3만 명 줄었다. 지방정부 교육에서 5만 명, 소매업에서 1.9만 명이 감소한 반면 보건의료는 2.2만 명 증가했다. 미국의 고용 부진 전체를 AI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 지출과 업종별 경기 변화가 고용 수치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 분야도 적지 않다. AI의 영향은 노동시장 전체보다 일부 연령과 직군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와 ADP가 2022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용 변화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 상위 40% 직군에 종사하는 22∼25세 고용은 약 11% 감소했다.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하위 60% 직군에서는 같은 연령대 고용이 약 10% 증가했다.

여러 조건을 반영해 추정한 두 집단의 고용격차는 2025년 7월 15%에서 올해 6월 19%로 확대됐다. 감소는 기존 직원의 해고보다 신규채용 축소를 통해 나타났다. 신입사원이 주로 맡았던 자료 정리와 초안 작성, 단순 코딩, 고객 응대 등을 AI가 대신하면서 기업이 초급 인력을 뽑아 가르쳐야 할 필요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연구도 AI의 인과효과를 확정하지는 못했다. 근로자의 교육수준을 반영하면 격차가 줄었고 일부 직군에서는 생성형 AI 확산 이전부터 청년고용이 약해졌다. ADP 표본에서 나타난 격차가 미국 전체 노동시장 조사보다 컸다는 한계도 있다.

영국·유럽도 채용 둔화…모든 나라가 같은 방향은 아냐

영국의 올해 4∼6월 공석은 71.2만 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9.7% 적다. 사업체 규모별 5개 구간 중 3개에서 공석이 줄었고, 전분기 대비 감소 폭은 직원 1∼9명 사업체가 0.8만 건으로 가장 컸다. 영국 통계청은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으로 채용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 있다는 조사 의견을 전했다. AI 외에도 비용 부담이 채용을 막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올해 1분기 공석률은 2.1%로 전년 동기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16개 회원국에서 공석률이 하락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유럽연합은 변화가 없었고, 유로존은 2.2%에서 2.3%로 오히려 상승했다. 일본의 6월 유효구인배율도 1.18배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최근 국가별 채용시장이 전반적으로 식고 있지만 모든 나라와 산업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25.9만 개는 ‘실제 감소’가 아니다

AI의 미래 충격을 다룬 전망도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뉴욕시 감사원은 AI 확산에 따른 다섯 가지 경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발생 확률을 5%로 본 ‘AI 충격파’ 시나리오에서는 2029년 1분기 뉴욕 민간 일자리가 기준 시나리오보다 25.9만 개 적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AI로 실제 사라진 일자리도, AI가 없는 경제와 비교한 감소분도 아니다. 비교 대상인 기준 시나리오 역시 AI가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고 다른 업무를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확산된다고 가정한다. 25.9만 개는 AI가 큰 고용 충격 없이 확산되는 경우와 노동시장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저확률 시나리오 사이의 격차다.

AI는 일자리를 줄였나

현재까지의 자료만으로 AI가 국가 전체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줄였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경기 둔화와 업종별 불황, 인건비 상승, 경력직 선호, 코로나 이후 고용조정,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AI의 영향을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보기도 어려워졌다. 한국에서는 청년 일자리 감소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고, 미국에서는 AI 노출도가 높은 초급 직군과 그렇지 않은 직군의 고용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대규모 해고보다 청년층 유입과 신규채용 감소가 먼저 나타났다.

지금 보이는 변화는 ‘AI가 사람을 잘라내는 노동시장’보다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입을 덜 뽑는 노동시장’에 가깝다. AI가 전체 일자리를 얼마나 줄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기업이 누구를 새로 뽑을지 결정하는 과정에는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뉴스에포크 데이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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