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산소 캔 자판기'에서 시작된 1,100억 기업의 씁쓸한 현재…엔에프, 사업 다각화에도 결국 '회생 절차' 돌입](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3/13/1773376475170-ziivw9.webp)
국내외 산소공급시스템 시장을 선도하며 한때 기업가치 1,100억 원을 돌파했던 유망 강소기업 주식회사 엔에프가 극심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료용, 웰니스, 모빌리티, 국방 등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을 이뤄냈던 터라 업계의 안타까움이 더욱 크게 남고 있다.
■ 일본 '산소 캔 자판기'에서 영감… 1인 기업에서 강소기업으로 성장
엔에프의 역사는 이상곤 대표의 독특한 창업 배경에서 출발한다. 조선공학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이 대표는 일본에서 우연히 '산소 캔 자판기'를 보고 큰 영감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2002년 산소발생기를 유통하는 '산소 같은 사람들'이라는 1인 기업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단순 유통을 넘어 자체 제품 개발에 성공한 이 대표는 2012년 주식회사 엔에프로 법인을 전환하며 회사의 기틀을 다졌다. 창업 이후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고압 산소통 없이도 93% 이상의 고순도 산소를 24시간 제공하는 특허 기술을 확보하며 기술 중심 기업으로 거듭났다.
■ 의료용부터 헬스케어, 모빌리티, 국방까지 아우른 광폭 행보
엔에프는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핵심 제품인 병원용 산소공급시스템 'MOSS'는 고압 산소통을 대체하는 혁신성을 인정받아 인도, 미얀마, 브라질, 멕시코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었으며, 최근에는 필리핀의 대형 병원 60여 곳에 납품하는 총판 계약까지 맺는 성과를 거두었다.
의료용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헬스케어 산소가전 브랜드 '오투렉스(O2REX)'와 'NOSS' 등을 론칭하여 가정과 사무실의 공기 질 개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대기업 KT와 협업해 빌딩 및 가정용 공기질 관리 솔루션인 '지니에어'를 공동 개발하는 등 B2C 시장으로도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듯했다.
사업 다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밀폐된 차량 내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차량용 제품 'O2REX-V'를 개발해 수소차 적용 계약을 맺고 독일 완성차 업체의 샘플 테스트를 진행했다. 또한, 국방과학연구소(ADD)로부터 촉매 제조 기술을 이전받아 차세대 재난대피용 '무전원 휴대용 산소 발생기' 상용화를 추진하고, 외상후스트레스(PTSD) 해소를 위한 산소 시스템 공급을 논의하는 등 방산 및 재난 안전 분야까지 진출했다.
■ 화려한 투자 유치 행진, 기업가치 1,100억 원 돌파
이러한 눈부신 사업 성과와 독보적인 특허 기술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2016년 L&S벤처캐피탈, 한국과학기술지주 등으로부터 10억 원을 유치한 데 이어, 2017년 지엔텍벤처투자로 부터 10억 원을 유치하며 추정 기업가치 105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일본 상장사인 니토 세이코(Nitto Seiko)와 신제품 공동개발 협약을 맺으며 3억 엔 규모의 지분 출자를 받아 추정 기업가치가 3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후에도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BNK캐피탈, 케이그라운드벤처스 등 굴지의 금융 및 벤처캐피탈 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냈다. 2021년에는 더네이처홀딩스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추정 기업가치가 1,100억 원을 돌파했고, 누적으로 약 3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2024~2025년 상장(IPO)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
■ 외형 확장 이면의 심각한 재무 악화와 자금 압박
하지만 다방면의 사업 확장과 100명이 넘는 조직 규모 유지(2022년 기준 116명)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했다. 활발했던 설비투자마저 2022년부터 급감하기 시작하며 회사 내부의 이상 징후가 감지되었다.
매출은 2020년 34억 원에서 2021년 82억 원으로 뛰었으나, 영업손실은 오히려 -33억 원에서 -44억 원으로 불어났다. 2022년에는 72억 원의 매출에 무려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에도 2023년 매출 75억 원(영업손실 -50억 원), 2024년 매출 39억 원(영업손실 -36억 원)으로 외형마저 쪼그라들었다.
결국 2024년 기준 누적결손금은 384억 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그동안 유치했던 누적 투자금 300억 원과 정부지원금 45억 원은 모두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기준 유동부채가 224억 원에 달했지만 유동자산은 23억 원(가용 현금 1억 원 미만)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 뼈아픈 인력 감축, 그리고 결국 '법원행'
생존의 기로에 선 엔에프는 2024년부터 뼈를 깎는 비용 절감과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100명을 훌쩍 넘겼던 직원 수는 2024년 60명대로 줄었고, 2026년 1월 기준 20명까지줄었지만 재무개선까지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유동성 고갈을 버티지 못한 주식회사 엔에프는 수원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수원회생법원 제1부는 2026년 3월 9일 자로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으며, 이로써 엔에프는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날 때까지 채권자들의 강제집행과 가압류가 전면 금지된 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되었다. 일본에서 산소 캔 자판기를 보고 꿈을 키웠던 청년 창업가의 1,100억 원 벤처 신화는 결국 씁쓸한 구조조정과 법정 관리의 문턱에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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