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선 비파괴 검사를 도입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탄소(카본) 프레임 내부의 미세 균열까지 잡아내며 국내 최초 프리미엄 중고 자전거 거래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던 '라이트브라더스'가 창사 이래 최악의 재무 위기에 빠졌다. 자전거를 타면 주행 거리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유망 스타트업이었지만, 현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 사이클이 완전히 멈춰 선 것으로 확인됐다.
'성장 붕괴'와 400%가 넘는 기형적 원가율… 팔수록 손해 보는 역마진 고착화
라이트브라더스의 손익 흐름을 살펴보면 회사의 급격한 쇠락이 여실히 드러난다. 2019년 7억 원대 수준이던 라이트브라더스의 매출은 자전거 열풍에 힘입어 2022년 38억 3000만 원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3년(32억 원)부터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2024년 28억 원으로 주춤했고 급기야 2025년에는 전년 대비 무려 90% 급감한 2.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불과 몇 년 새 영업 기반이 붕괴 수준으로 축소된 심각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붕괴된 수익 구조다. 2024년까지는 이익을 남기고 제품을 판매했으나, 2025년에는 매출액(2.8억 원)보다 매출원가(12.4억 원)가 4배 이상 커지면서 원가율이 400%를 초과하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었다. 그 결과 물건을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되며 약 9억 6000만 원의 매출총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재고 덤핑(투매)'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024년 말 기준 11.9억 원에 달하던 재고자산이 2025년 4000만 원 수준으로 1년 만에 급감한 것은, 정상적인 판매라기보다 매출을 마련하기 위해 재고를 원가 이하의 헐값에 땡처리했음으로 추론해 볼 수 있다. 현재는 팔 물건조차 바닥나며 정상적인 영업 활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된다.

[출처: 라이트브라더스 홈페이지]
텅 빈 금고, 임직원 개인 돈으로 버티는 '시한부 연명'
회사의 유동성은 이미 고갈(Liquidity) 상태를 넘어 파탄에 이르렀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2.1억 원에서 2024년 1,100만 원으로 줄더니, 2025년 기준으로는 단 22만 원 수준으로 완전히 말라버렸다. 흑자와 적자를 논하기 이전에 당장의 생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 등 유동부채는 30억 원에 달하지만, 이를 방어할 유동자산은 4.7억 원에 불과해 유동비율 역시 극도로 악화되었다.
외부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마저 높아지자 내부자들의 자금 수혈로 버티고 있는 상황도 포착된다. 유동부채 내역 중 '주주·임원·종업원 단기차입금'은 2023년 7.2억 원에서 2025년 14.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표이사나 임직원들이 개인 돈을 가수금 형태로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무형자산의 착시… 자산 83%가 '개발비', 실제 재무 상태는 더 참혹
장부상 재무 상태도 최악이지만 실질 가치를 따져보면 상황은 한층 더 비관적이다. 라이트브라더스는 2025년 기준 누적 결손금이 영하 117억 원까지 치솟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9억 원으로 돌아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단기차입금(28억 원)과 장기차입금(28억 원) 등 외부 차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극단적인 레버리지(Leverage) 경영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가장 큰 뇌관은 자산의 질적 수준이다. 2025년 전체 자산 39억 원 중 무려 83%에 해당하는 33억 원이 무형자산이며, 이 가운데 대다수인 28억 원이 '개발비' 명목으로 잡혀 있다. 통상 개발비는 향후 매출을 일으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자산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매출이 증발하고 사실상 영업이 멈춘 상황에서는 회계감사 시 이 개발비 전액을 손상차손(비용)으로 털어내야 할 위험이 높다. 만약 개발비 28억 원이 모두 손상 처리된다면 회사의 자산은 단숨에 11억 원대로 쪼그라들고, 자본잠식 규모는 마이너스 47억 원 수준으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회생 을 신청해도 인가 가능성은 낮을지도… 아주 큰 변화가 필요
라이트브라더스가 법인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더라도 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업을 살려두었을 때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가치(계속기업가치)가 당장 문을 닫고 자산을 팔 때의 가치(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645%에 달하고 매출이 90%나 증발한 상태에서, 채권단에게 "우리에게 회생 기회를 주면 돈을 벌어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설득할 영업 창출력은 현재로서는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이트브라더스는 중고 자전거 시장에 '인증 중고거래'라는 신뢰의 개념을 도입하고, 글로벌 업계 최초로 '탄소 계산기'를 상용화하며 업계와 정부, 지자체 등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아왔다. 특히 2022년에는 서울시와 손잡고 도심에 방치된 폐자전거를 수거해 고친 '재생자전거'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자원 재활용과 지역 자활센터 고용 창출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이처럼 의미 있는 행보에도 불구하고 지금 닥친 심각한 재무적 위기를 넘어가기에는 현실의 장벽이 너무나 가혹해 보인다. 당장의 이익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경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던 혁신 기업이 결국 무거운 빚의 굴레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현실은 씁쓸한 안타까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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