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를 야심 차게 추진하던 전기버스 제조사 피라인모터스가 상장 철회 이후 최대의 재무 위기와 각종 사법·행정 리스크에 직면하며 기업 존속의 기로에 섰다. 쾌속 질주하던 매출은 2025년을 기점으로 수직 낙하했고, 완전자본잠식과 외부감사인 의견거절 등 초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피라인모터스는 어떤 회사인가? 원전 기술력에서 상용차 2위로 도약했던 과거
피라인모터스는 본래 2003년 설립되어 원자력 발전소와 방위산업 분야에 계측제어 제품 및 전원공급기를 개발·납품하던 기업으로 출발했다. 특히 원전 산업에서 최고 안전 등급인 'Q-Class'를 확보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2016년 전기차 충전기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 전기버스 브랜드 '하이퍼스(HYPERS)'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전기 상용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경쟁사였던 에디슨모터스의 부재를 틈타 시장을 빠르게 장악,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전기버스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으며, 전체 매출의 90%를 전기버스가 차지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출처: 피라인모터스 홈페이지]
폭발적 성장과 상장(IPO)의 꿈…FI들의 대규모 보통주 전환 강수
전기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피라인모터스의 실적은 매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0년 별도 기준 218억 원이던 매출은 2021년 365억 원, 2022년 853억 원으로 뛰어올랐고, 종속기업을 편입해 작성하기 시작한 연결 기준 매출 역시 2022년 1,152억 원, 2023년 1,719억 원으로 폭발적인 외형 확장을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2024년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코스닥 입성을 노렸다. 특히 상장에 걸림돌이 되는 부채비율(2023년 기준 2,776%)을 낮추기 위해 스마트모빌리티2024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은 보유 중이던 약 64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를 2024년 말에 대부분 보통주로 전환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2025년 실적 쇼크…매출 2천억 대에서 400억 대로 수직 낙하
그러나 장밋빛 미래는 2025년에 산산조각이 났다.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고환율)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과 이자 비용 폭발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결국 회사는 2025년 4월 상장 예비심사를 스스로 철회해야 했다.
매출과 손익 흐름을 살펴보면 회사의 급격한 붕괴가 여실히 드러난다. 연결 기준 2021년 매출 365억 원(영업이익 18억 원), 2022년 매출 1,152억 원(영업이익 89억 원), 2023년 매출 1,719억 원(영업이익 116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매출 2,171억 원, 영업이익 95억 원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매출은 4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무려 639억 원에 달했다.
별도 기준 역시 상황은 안좋다. 2020년 매출 218억 원(영업이익 17억 원)에서 2024년 매출 1,967억 원(영업이익 108억 원)까지 치솟았으나, 2025년 매출은 221억 원으로 급락하고 60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감사의견 '거절'과 완전자본잠식의 늪
이러한 실적 쇼크에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이라는 이슈가 발생했다. 피라인모터스의 2025년 재무제표를 감사한 태성회계법인은 연결 및 개별 재무제표 모두에 대해 감사의견을 거절했다.
감사인은 '계속기업가정에 대한 극심한 불확실성'을 핵심 이유로 들었다. 2025년 말 기준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연결 기준 68,668백만 원, 개별 기준 54,367백만 원이나 초과하며 심각한 유동성 경색 상태에 놓여 있다. 여기에 현금창출단위(CGU)에 대한 적합한 손상평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장부상 자산 가치에 대규모 손상 상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2025년 말 기준 막대한 누적 결손금(연결 약 849억 원, 별도 약 783억 원)을 떠안게 되었고, 자본총계는 연결 기준 -177억 원, 별도 기준 -110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주 고객사 연쇄 부실 우려와 공정위 리베이트 조사 '직격탄'
내부 재무망 붕괴의 이면에는 운수업체 등 주 고객사들의 부실화 징후도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연결 기준 판매비와 관리비 내에 대손상각비만 약 118억 원(별도 기준 약 104억 원)이 인식되었는데, 이는 고객사 채권의 부실화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운수회사의 전기버스 구매 자금 할부금융에 피라인모터스의 보증이 얽혀 있어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파악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외부의 법적, 행정적 리스크가 쏟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피라인모터스가 전기버스 납품을 대가로 운수회사 임직원과 가족에게 현금 및 상품권 등 부당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포착하고, 2025년 11월 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등 제재가 확정될 경우, 회사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이 밖에도 환경부 및 한국환경공단을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 등의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이 다수 진행 중이며, 일부 친환경 차량 부가가치세 면세 요건에 대한 과세예고통지서를 수령해 조세 불복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금양과의 배터리시스템 구매보장 계약 미달 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약 78억 원(10%)의 위약금 리스크와, 다수의 차량 및 채권이 양도담보로 묶여 있는 재고금융 문제까지 얽혀 있어 회사의 회생 앞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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