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이사회에서 결정한 유상증자는 418건, 신고액 합계 64조 4,594억 원이다. 이 가운데 45조 4,534억 원, 전체의 70.5%가 SK하이닉스 한 건이다. 이 건을 빼면 나머지 417건은 19조 원으로 줄고, 건수는 제3자배정이 많지만 금액은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는 방식에 3분의 2가 몰린다.
45조는 투자 유치가 아니라 나스닥 상장용 원주
SK하이닉스의 45조 원은 형식만 유상증자일 뿐 통상의 투자 유치가 아니다. 신주를 받는 곳이 미국 예탁기관인 씨티은행으로, 7월 10일 나스닥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쓸 원주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내외 투자자에게 지분을 파는 거래가 아니라 상장 절차의 일부다. 조달하는 45조 4,534억 원은 전액 시설자금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패키징 팹, EUV 노광 장비 등에 들어간다. 한 건이 전체의 70%를 넘는 만큼 이를 그대로 두면 상반기 유상증자의 합계와 비율이 모두 SK하이닉스 숫자가 되기 때문에, 아래 집계는 이 건을 뺀 417건을 기준으로 한다.
건수는 제3자배정, 돈은 주주배정 계열이 3분의 2
SK하이닉스를 제외한 417건, 19조 원을 조달 방식으로 나누면 건수와 금액의 순서가 뒤집힌다. 건수로는 제3자배정이 251건으로 60%를 차지하지만, 금액은 5조 원에 그친다. 대부분 수십억 원대의 코스닥·비상장 소액 증자여서다. 반대로 기존 주주에게 청약권을 주는 방식(주주배정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은 건수로는 4분의 1가량이지만, 조 단위 대형 증자가 이쪽에 몰리면서 금액은 13조 2,000억 원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상위는 금융사와 대기업 대형 증자로 갈렸다
신고액 1,000억 원 이상 증자 32건의 상위권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증권사·금융지주 등 금융회사의 자본 확충이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비롯한 여섯 건이 5조 원으로, SK하이닉스를 뺀 19조의 26%를 차지한다. 자기자본 규모가 종합투자계좌(IMA)·발행어음 같은 사업 진출을 좌우하는 증권업 특성 때문으로, 상반기 증권사 유상증자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다른 하나는 제조 대기업의 시설·투자 자금 조달이다. 한화솔루션이 2조 3,976억 원(3월·이후 1조 8,144억 원으로 축소), 에코프로비엠이 1조 2,000억 원, SKC가 1조 원을 각각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결정했다.
6월이 최대치…방산·바이오에 국민성장펀드
6월은 건수(101건)와 금액 모두 상반기 최대였고, 그 안에서 두드러진 것은 정부 자금의 등장이다. 방산업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5,000억 원,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가 3,300억 원을 제3자배정으로 조달했는데, 두 건 모두 재원이 정부 주도의 국민성장펀드로 보도됐다. 정부 펀드가 방산 증설과 신약 연구개발(ADC)의 대형 조달 창구로 상반기 유상증자에 등장한 것이다.
SK하이닉스 45조와 코스닥 소액 증자 수백 건을 걷어낸 19조에서 두드러진 흐름은 세 갈래다. 자기자본을 키워 새 사업에 진출하려는 증권사,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선 제조 대기업, 그리고 방산과 바이오에 자금을 댄 정부 펀드다. 겉으로 드러난 64조라는 숫자보다, 이 19조가 어디로 향했는지가 상반기 기업 자금 조달의 실제 지형을 보여준다.
이 기사는 News Epoch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의 2026년 상반기 유상증자결정·유무상증자결정 원본 공시를 전수 수집해,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금액과 증자방식을 추출·분류해 작성했습니다. 금액은 이사회 결의 시점의 신고액이며, 납입 완료액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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