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간 643억원 배당한 수학교재 회사…자본 세 배 규모 인수로 사업 확장
수학 문제집 '개념원리'를 만드는 회사는 매출의 절반을 영업이익으로 남긴다. 지난해 매출 256억원에 영업이익은 137억원이었다.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32명이 일하는 이 회사가 올해 영어학원 사업에 들어섰다.
교재에서 출발한 사업의 무대가 교실로 넓어졌다. 개념원리는 지난 1월 영어교육사 디쉐어 지분 99%를 643억에 취득했다. 지난해 말 회사 자본의 세 배를 웃도는 인수다. 이 회사가 2019~2025년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643억원이다. 7년간 지급한 배당금과 맞먹는 규모의 기업 인수다. 교재로 이익을 쌓아온 회사가 선택한 다음 사업은 직영학원 87개를 둔 영어교육사였다.
저자의 출판사에서 모회사 품으로
개념원리의 출발점은 저자 이홍섭이 1991년 낸 고교 수학 교재다. 이홍섭은 2003년 5월 교재와 같은 이름의 출판사를 세웠다. 회사 측이 내세운 교재 누적 판매량은 5500만부다.
현재 회사를 이끄는 인물은 고사무열 대표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개년 감사보고서에 같은 이름이 올라 있다. 기업정보 플랫폼 피치덱 데이터에는 2020년 12월 케이오에듀가 개념원리 지분을 인수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해 말 감사보고서에도 케이오에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주주로 등장한다. 2019년 말 주주 명부에 있던 토트에듀를 대신한 이름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일 주주는 케이오인베스트먼트다. 그 위에는 최상위 지배회사인 케이오홀딩스가 있다. 지난해 개념원리가 지급한 배당금 120억원도 케이오인베스트먼트에 돌아갔다.
순이익에 맞먹는 배당 규모
2019~2025년 순이익 합계는 719억원, 같은 기간 지급한 현금배당은 643억원이다. 배당 지급액은 7년 순이익의 약 90%에 해당한다. 한 해 이익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배당한 적도 있다. 2021회계연도 배당은 중간배당 80억원과 이듬해 지급한 결산배당 150억원을 합쳐 230억원이었다. 해당 연도 순이익 71억원의 325%에 이른다.
주주에게 배당하면서 회사도 펀드와 주식에 돈을 넣었다. 2020년 유암코헬리오스사모투자합자회사에 40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지난해 청산을 마쳤다. 같은 해 가비아 주식도 19억7000만원에 취득했다. 가비아 주식의 지난해 말 평가액은 57억6000만원이다. 취득원가보다 약 38억원 높은 금액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 수익증권도 70억원어치 보유했다.
금융자산에서 들어온 돈이 연간 실적을 바꾼 해도 있었다. 2024년에는 배당금수익 55억원이 더해지면서 순이익이 143억원으로 영업이익 121억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배당금수익은 8,700만원으로 줄었고, 순이익도 109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출 절반 남긴 수학교재 사업
본업은 여전히 수학교재를 만들어 파는 일이다. 지난해 교재 매출은 2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했다. 최근 실적은 2023년을 저점으로 2년 연속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8%,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54%수준이다.
연도 | 매출 | 영업이익 |
|---|---|---|
2021 | 179억원 | 108억원 |
2022 | 279억원 | 166억원 |
2023 | 214억원 | 100억원 |
2024 | 236억원 | 121억원 |
2025 | 256억원 | 137억원 |
출처: 개념원리 각 연도 감사보고서, 개별 기준
2021~2022년 매출이 출렁인 데는 반품에 대비한 회계처리가 영향을 줬다. 팔리지 않고 돌아올 책에 대비해 매출에서 빼둔 반품충당부채가 2021년 말 53억원까지 늘었다. 이듬해 약 50억원을 되돌리면서 매출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에는 급여 지출 감소가 이익 증가에 힘을 보탰다. 판매·관리 부문 급여는 전년 2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줄었다. 교재 제조 부문까지 합친 총급여도 같은 기간 25억원에서 19억원으로 감소했다.
배당 멈춘 결산, 영어학원 인수
지난해 결산에서는 이익을 주주에게 나누지 않았다. 2025회계연도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는 결산배당이 없고, 미처분이익잉여금 162억원을 다음 해로 넘겼다. 지난해 현금으로 지급한 120억원은 2024회계연도 결산배당이었다.
올해 사업의 방향을 바꾼 거래는 디쉐어 인수다. 개념원리는 1월 22일 디쉐어 지분 99%를 643억6000만원에 취득했다. 디쉐어는 '에이닷' 브랜드로 직영학원 87개를 운영하는 영어교육사다. 인수 규모는 개념원리가 보유한 현금과 자본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말 현금 47억원과 수익증권 70억원을 합친 금액은 118억원이었다. 자본은 209억원이었다.
인수 주체는 모회사가 아니라 개념원리다. 인수대금은 자본의 약 3.1배다. 고 대표는 지난 1월 인수를 발표하면서 AI가 가져올 교육시장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특이점을 넘어서며 거대한 교육시장에도 혁신의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수학교재를 넘어 영어학원까지 사업을 넓히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학생 수는 줄고 교재를 둘러싼 사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교육부의 2025년 교육기본통계에서 유·초·중·고 학생은 555만명으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개념원리는 2023년 11월 메가스터디교육과 제휴를 맺었다. 제휴 이후 개념원리 교재 인강은 메가스터디에서 독점 제공한다. 자체 인강 매출은 2023년 6억원을 끝으로 실적표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말 AI 참고서 'RPM Pro'를 신간으로 내놨다. 교재 사업을 이어가면서 학원 인수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움직임이다.
교재에서 매출 절반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회사가 이제 학원을 운영한다. 수학교재에서 쌓은 수익성을 영어교육으로 이어갈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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