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상장 때 6억 달러에 이어 3억3,000만 달러 추가 투자, 다음 인수 실탄
에버노트·AOL·비메오·위트랜스퍼·에어테이블을 한 지붕 아래 모은 이탈리아 밀라노 회사에 버크셔해서웨이가 두 차례에 걸쳐 합계 9억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벤딩스푼스다. 지난 7월 상장 때 6억 달러를 넣은 데 이어 이번에 3억3,000만 달러를 더 댄다. 익숙한 디지털 서비스를 사들여 운영하고, 구독 수입을 다음 인수에 재투자하는 회사다.
벤딩스푼스는 10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버크셔가 신주 1,000만 주를 주당 33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래를 마치면 버크셔의 지분은 4%가 된다. CNBC는 이날 주가가 35%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금도 다음 인수에 쓸 실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투자의 조건
벤딩스푼스는 사모로 신주를 발행하고 버크셔는 이를 인수한다. 기존 주주가 주식을 파는 거래와 달리 돈이 회사로 들어간다. 통상적인 거래 종결 조건을 충족하면 올해 4분기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루카 페라리 최고경영자 겸 공동창업자는 "버크셔는 수십 년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존경받는 자본 배분자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상장 때 주주로 맞은 버크셔가 추가로 자금을 넣으면서 양사의 관계도 깊어졌다.
버크셔는 발표와 공시에서 투자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투자는 버핏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그레그 에이블이 최고경영자를 맡은 첫해에 이뤄졌다. 버크셔 내부에서 누가 이번 투자를 주도했는지는 공시에 명시되지 않았다.버크셔가 두 차례 자금을 댄 이 회사의 사업은 익숙한 서비스들을 사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익숙한 앱을 모으는 회사
벤딩스푼스는 2013년 밀라노에서 공동창업자 5명이 세웠다. 현재 보유한 사업은 50개가 넘는다. 에어테이블과 AOL, 에버노트, 비메오, 위트랜스퍼, 이벤트브라이트, 밋업 등이 한 지붕 아래 있다. 2026년 3월 기준 월간 이용자는 5억 명이다.
회사 이름보다 산하 서비스 이름이 더 익숙할 만하다. 벤딩스푼스는 디지털 사업을 인수해 바꾸고, 거기서 번 돈을 재투자하는 방식을 10년 넘게 이어왔다. 그동안 중요한 사업을 매각한 적이 없다. 고쳐서 되팔기보다 계속 보유하며 수입을 쌓는 쪽이다.
이 방식을 이어가려면 인수한 서비스에서 구독 수입을 지켜야 한다. 고객이 계속 돈을 내야 다음 사업을 살 밑천도 생긴다. 외형이 커지는 속도와 함께 인수 뒤 이익과 부채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매출 두 배 뒤의 인수와 빚
2025년 매출은 13억1,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95% 늘었다. 영업이익은 2억7,800만 달러였다. 상장신청서상 2025년 매출의 93%가 구독에서 나왔다. 회사가 8월 13일 발표한 2분기 매출은 7억42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억4,030만 달러, 영업이익률은 34%였다. 순이익도 171% 늘어난 1억7,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인수 효과를 뺀 유기적 성장률은 3%에 그쳤다. 매출 증가의 대부분은 기존 사업의 성장보다 새로 사들인 사업에서 나왔다.
지표 | 수치 | 비교 기준 |
|---|---|---|
2025년 매출 | 13억1,000만 달러 | 전년 대비 95% 증가 |
2025년 구독 매출 비중 | 93% | 전체 매출 기준 |
2026년 2분기 매출 | 7억420만 달러 |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 |
2분기 유기적 성장률 | 3% | 인수 효과 제외 |
순부채·레버리지 | 40억9,000만 달러·2.4배 | 6월 말 재무상태 |
2026년 매출 전망 | 27억8,000만~28억2,000만 달러 | 향후 인수 제외 |
주: 2025년 수치는 회사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상장신청서(F-1) 기준, 2026년 수치는 8월 13일 회사 발표 기준. 순부채와 레버리지는 2026년 6월 30일 기준이며, 연간 전망에는 향후 인수를 반영하지 않았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 13억550만 달러, 순이익 2억440만 달러를 거뒀다. 6월 말 순부채는 40억9,000만 달러, 레버리지는 2.4배였다. 같은 시점에 보유한 현금은 7억9,300만 달러, 미사용 대출 한도는 12억8,000만 달러였다. 상반기 영업현금흐름은 2억5,420만 달러였다.
회사가 제시한 연간 매출 전망은 27억8,000만~28억2,000만 달러다. 여기에 앞으로 살 사업은 빠져 있다. 이후 실적에 더해질 사업의 규모와 매입 가격은 최근 거래 두 건에서 드러난다.
정점보다 낮아진 앱의 몸값
벤딩스푼스는 9월 4일 에어테이블 인수를 마쳤다. 상장 후 첫 인수로, 기업가치는 12억8,500만 달러였다. 순현금을 포함한 지분가치는 약 22억5,000만 달러다. 2021년 약 110억 달러였던 평가액과 지분가치를 견주면 약 80% 낮다. 지분가치끼리 비교한 할인율이다. 싸게 샀더라도 인수 뒤 이익을 얼마나 낼지는 지켜봐야한다.
다음은 미로다. 9월 10일 맺은 인수 계약의 기업가치는 13억5,500만 달러다. 미로는 유료 이용자 약 400만 명, 25만 개 조직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연간 반복 매출은 약 6억 달러로 이 가운데 약 90%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10만 달러 이상 고객도 750곳이 넘는다. 벤딩스푼스는 거래를 마치면 미로의 서비스와 함께 이 유료 고객층도 확보한다. 미로 주주 일부는 매각대금 중 2억9,500만 달러를 벤딩스푼스 신주에 재투자한다. 거래 종결 목표는 4분기다. 미로 주주 일부가 벤딩스푼스 주주로 남는 셈이다.
프란체스코 파타르넬로 공동창업자 겸 사업인수 총괄은 "인수 기회를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인수 후보군은 여전히 탄탄하다"고 말했다. 버크셔의 투자금은 재무 여력을 늘리고 추가 인수를 추진할 힘을 보탠다. 벤딩스푼스는 앞서 상장을 통해서도 인수에 쓸 자금을 확보했다.
공모가 너머의 장기 보유
벤딩스푼스의 직전 비상장 가치는 110억 달러였다. 7월 1일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공모가는 희망 범위인 26~28달러 상단을 웃도는 29달러로 정했다. 회사 신주 3,440만 주와 기존 주주가 내놓은 약 2,360만 주를 합친 공모 규모는 약 16억8,0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회사가 조달한 돈은 약 10억 달러다. 첫날 종가는 40.50달러였고, 8월 11일에는 장중 58.94달러까지 올랐다. 이번 추가 투자 발표는 다시 한 번 주가를 밀어 올렸다.
구독 매출의 높은 비중과 인수 사업을 오래 보유하는 방침은 버크셔의 장기 투자 방식과 닮은 대목이다. 페라리는 미로 인수 때 "우리는 사업을 장기간 보유하고 운영할 생각으로 인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요한 사업을 팔지 않았다는 이력도 그 방침과 맞닿아 있다. 다만 이 공통점을 버크셔의 투자 이유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장기 성과는 다음 거래의 가격과 인수 뒤 남는 이익에 달려 있다.
벤딩스푼스는 알려지지 않은 모델 대신 이미 익숙한 서비스를 사들여 운영하는 쪽을 택했고, 버크셔는 이 회사에 두 번째 투자를 결정했다. 파타르넬로가 말한 인수 후보군 가운데 어떤 사업에 얼마를 쓰고, 그 사업에서 얼마나 이익을 남길지가 이번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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