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공급이 늦어 MS 영국 계약 잃고, 일부 투자자는 몸값 낮추라 압박
AI 반도체를 빌려주는 영국 회사 엔스케일은 에식스 러프턴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었다. 회사가 '영국에서 가장 큰 AI 슈퍼컴퓨터'가 될 곳이라고 내세운 현장이다. 이곳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쓸 AI 계산용 반도체 2만 3,040개가 2027년 1분기에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기를 끌어오는 시점이 2030년대로 밀리자 MS는 계약을 접었다. 철회 소식이 전해진 이달 18일, 블룸버그는 일부 투자자가 엔스케일의 상장 몸값을 낮추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투자와 대형 기술기업의 계약을 등에 업은 회사가 뉴욕 상장을 앞두고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이 따질 문제는 이제 분명하다. 제때 전기를 끌어올 수 있는지, 손실을 메울 만큼 돈을 벌 수 있는지다.
전기 공급이 늦어 날아간 계약
엔스케일이 러프턴 계획을 발표한 때는 지난해 9월이다. MS에 AI 계산용 설비를 빌려주기로 했지만, 이 지역에 전기를 대는 전력망 회사는 2030년대 초·중반은 돼야 전기를 넉넉히 보낼 수 있다고 알려 왔다. MS가 원하는 때 설비를 돌릴 수 없게 되면서 계약도 틀어졌다. 건물과 반도체를 다 갖춰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손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들어온 뒤에도 여러 해를 전기 없이 기다려야 할 처지였다. MS가 손을 뗀 곳은 러프턴 한 곳뿐이다. 미국 텍사스와 포르투갈, 노르웨이에서 맺은 계약은 그대로 유지된다. 러프턴 계약 금액은 처음부터 공개되지 않았다.
엔스케일 대변인은 19일 로이터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는 여전히 견고하고 장기적"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러프턴 사업도 접지 않고 다른 전기 공급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계약 하나가 틀어졌을 뿐인데 상장 몸값까지 흔들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엔스케일은 투자금을 모으고 돈을 빌려 아주 빠르게 설비를 늘려 왔다. 상장을 앞둔 지금은 그 설비로 얼마나 벌 수 있을지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칩 임대업을 키운 엔비디아의 돈
엔스케일은 2024년 암호화폐 채굴 사업에서 떨어져 나왔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창업자 조시 페인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AI 계산용 반도체를 대량으로 모아 놓고 빌려주는 회사다. 고객은 필요한 만큼 설비를 빌려 AI를 가르치거나 챗봇 같은 서비스를 돌린다. 엔스케일은 반도체와 함께 전기, 데이터센터,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마련하고 사용료를 받는다. 상장 서류에서 앞으로의 큰 고객으로 꼽은 곳은 MS와 AI 개발사 앤트로픽이다.고객이 늘면 사들여야 할 설비도 늘어나기 때문에 외부 자금이 필요했다. 지난해 9월 엔스케일은 투자자들에게서 11억 달러를 받았고, 엔비디아도 이때 돈을 넣었다.
올해 3월에는 20억 달러를 더 모았다. 이때 투자자들이 매긴 회사 전체 몸값은 146억 달러였으며, 엔비디아는 이번에도 참여했다.
9월 18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겠다며 미국 증권당국에 서류를 냈다. 상장하면 일반 투자자도 엔스케일 주식을 살 수 있다. 신청 발표 당시에는 팔 주식 수와 가격 범위를 정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인 25일에는 33억6,000만 달러를 조달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자가 먼저 돈을 빌려주고 회사가 상장하면 그 빚을 주식으로 바꿔 받는 전환사채 방식이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가 내기로 한 10억 달러는 11월 중순 납입 예정이다. 엔스케일이 고객에게 빌려주는 반도체는 엔비디아 제품이다. 엔비디아는 자기 반도체를 쓰는 회사에 돈까지 대는 셈이다. 투자금이 들어오면서 몸집은 커졌지만, 비상장 때 매긴 몸값이 상장 때 그대로 통하지는 않는다. 새로 주식을 살 투자자들은 앞으로 따낼 계약과 함께 지금의 실적도 살핀다.
시점 | 있었던 일 | 금액·구분 |
|---|---|---|
2025년 9월 | 투자 유치, 엔비디아 참여 | [투자금] 11억 달러 |
2026년 3월 | 추가 투자 유치, 엔비디아 참여 | [투자금] 20억 달러 / [몸값] 146억 달러 |
2026년 9월 |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신청 | 공모 주식 수·가격 범위 미정 |
2026년 9월 | 상장 전 전환사채 조달 발표 | [조달액] 총 33억6,000만 달러, 미납 약정 포함 |
2026년 10월 | 일부 투자자의 몸값 인하 요구 | [몸값] 160억~190억 달러, 투자자 요구액 |
2026년 11월 중순 예정 | 엔비디아 약정금 납입 | [약정금] 10억 달러 |
주: 회사 발표와 보도 기준. 출처는 엔스케일 발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출 상장 신청서, 법률자문사 윌키 파 앤드 갤러거 공지
매출보다 큰 손실과 고객 쏠림
상장 신청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억 4,060만 달러였다. 같은 기간 비용을 모두 빼고 난 손실은 10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1달러를 벌 때 7달러 넘게 잃은 셈이다. 매출의 절반 이상인 52%는 고객 한 곳에서 나왔다. 손실이 큰 데다 매출도 특정 고객에게 크게 기대고 있다.
엔스케일이 내세우는 것은 앞으로 받을 돈이다. 8월 말까지 맺은 계약을 모두 더하면 1,030억 달러가 넘는다. 상반기 매출의 700배가 넘는 돈이다.
이 대금은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받기로 약속돼 있다. 설비를 갖추고 고객에게 실제로 빌려줘야 매출로 잡힌다. 계약 규모가 커도 약속한 때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하면 돈을 버는 일정부터 어긋난다.
러프턴에서는 그 약속 가운데 하나가 전기 공급 문제로 틀어졌다. 다른 지역의 MS 계약은 남아 있지만, 투자자들이 계약서의 금액과 함께 기계를 돌릴 시점까지 살필 이유가 생겼다. 상장 때 회사에 매길 값도 여기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의 몸값 인하 요구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엔스케일은 상장 때 약 300억 달러의 몸값을 기대했다. 일부 투자자가 제시한 가격은 160억~190억 달러였다. 기대했던 값에서 40%가량 깎자는 얘기다. 영국 언론에서는 상장 목표가 최대 350억 달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모두 상장 전 거론된 금액으로, 실제 주식을 팔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시 엔스케일은 미국 증권당국의 상장 서류 심사를 받는 중이었다. 투자자들을 만나 주식을 사 달라고 설명하는 공식 일정도 시작하지 않았다. 몸값을 낮출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투자자들의 걱정은 러프턴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블룸버그 보도에는 노르웨이 데이터센터 공사도 약 6개월 늦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르웨이의 MS 계약은 유지되지만, 설비를 마련하는 공사 일정은 늦어진 상태다.
비슷한 회사들의 주가와 상장도 삐걱댔다. 엔스케일처럼 AI 칩을 빌려주는 미국 회사 코어위브의 주가는 이달 16일까지 일주일 새 4분의 1가량 빠졌다. AI 설비를 짓느라 불어난 빚에,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걱정까지 겹쳤다.
호주의 AI 데이터센터 회사 퍼머스는 이달 9일 상장 계획을 접었다. 주식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기대보다 적었다. 빚이 많은 데다 AI 데이터센터를 지어 본 경험도 없다는 걱정이 컸다.
엔스케일은 이런 찬바람 속에서 몸값을 정해야 한다. 유명 고객을 잡은 데서 나아가, 언제 설비를 돌려 돈을 벌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전기를 확보하고 공사를 마칠 일정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러프턴의 전기와 뉴욕의 주식값
엔스케일은 러프턴에서 다른 전력 공급 방법을 찾고 있다. 설비가 돌기 전까지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숙제다. 엔비디아가 약속한 10억 달러도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뉴욕에서는 언제, 주당 얼마에 주식을 처음 팔지가 관심사다. 투자자들의 가격 인하 요구가 실제 상장 조건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앞으로 정해진다. 회사가 내놓을 주식 수와 가격 범위를 보면 그 답이 드러난다. 러프턴에서는 전기를 끌어올 방법을, 뉴욕에서는 투자자가 받아들일 주식값을 찾아야 한다. 엔비디아의 돈을 등에 업은 엔스케일 앞에 놓인 두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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