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깔끔대장·메리쏘드·일상공감' SNS 대란템의 배신… 미디어커머스 신화 '블랙홀릭'의 몰락](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1766726594194-97joaw.webp)
[영상 하나로 완판 행진… '콘텐츠가 곧 상점' 미디어커머스의 명암]
[생활용품부터 뷰티·자동차까지 전 방위 확장… "브랜드 팬덤 없이 광고만 남았다"]
[매출 3000억에서 파산까지… 나스미디어 수백억 물려]
SNS 피드를 넘기다 보면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아이디어 생활용품 브랜드 '깔끔대장', '일상공감' 색조 화장품 '메리쏘드'. 이른바 'SNS 대란템'을 쏟아내며 연 매출 3000억 원에 육박했던 미디어커머스 기업 주식회사 블랙홀릭(대표 장세옥)이 결국 파산했다.
서울회생법원 제12부는 지난 19일 블랙홀릭에 대해 파산을 선고했다. 광고비로 매출을 쌓아 올리던 '미디어커머스' 시대의 명암을 나타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제조보다 '기획', 상점보다 '콘텐츠'… 미디어커머스란?
블랙홀릭은 전형적인 1세대 미디어커머스 기업이다. 미디어커머스란 제품을 먼저 만들고 유통망을 뚫는 전통적인 제조·판매 방식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판매 단계에서 소비자의 니즈와 트렌드를 먼저 데이터로 파악한 뒤 제품을 기획하고, 이를 SNS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소비자에게 직접 마케팅하여 판매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스펙보다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접하는 '비포 & 애프터' 영상, 기발한 사용법을 담은 숏폼 콘텐츠에 매료되어 지갑을 연다.
◆ 욕실 청소부터 자동차 튜닝까지… 없는 게 없었던 '브랜드 공화국'
블랙홀릭의 가장 큰 무기는 방대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였다. 이들은 생활 속의 사소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아이디어 상품부터 뷰티, 자동차, 키즈 케어까지 전 영역을 아울러 브랜드를 확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생활용품 브랜드 '깔끔대장'과 '일상공감'이다. 욕실 청소 용품, 틈새 수납함 등 주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제품들로 구성된 이들 브랜드는, 일상공감의 경우 누적 후기가 2500건을 넘을 정도로 강력한 인지도를 쌓았다.
뷰티 영역에서의 확장세도 매서웠다.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 '메리쏘드'를 필두로, 향기 스킨케어 '에티에르', 여성 스킨케어 '아유아유', 헤어 케어 '563랩' 등을 잇달아 론칭하며 여성 고객층을 공략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용품 브랜드 '블랙팟', '로드몬스터' ▲기능성 속옷 '릴렉시즘' ▲유아동 전문 브랜드 '힘찬아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옵티드' 등 보유한 브랜드만 수십 개에 달했다.
◆ "충성 고객은 없었다"… 광고비 끊기자 무너진 모래성
하지만 화려한 브랜드 라인업 뒤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숨어 있었다. 고객들은 자극적인 영상 광고를 보고 '충동구매'를 했을 뿐, "블랙홀릭의 제품이라서"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즉,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팬덤이 전무했다.
이는 곧 '광고 중독'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정책 등으로 광고 효율(ROAS)이 떨어지자 수익구조가 급격히 무너졌다. 과거에는 100원의 광고비로 300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최근에는 150원도 건지기 어려워진 것이다.
◆ 무너진 손익계산서… 유동성 미스매칭과 자본잠식
블랙홀릭의 파산은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한계에 봉착한 결과다. 재무제표상 (연결기준)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2902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2380억 원, 2024년 1159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외형이 60% 이상 급감했다.
일반적인 제조 기업이라면 매출 감소에 맞춰 변동비를 줄여 방어했겠지만, 블랙홀릭은 그러지 못했다. 미디어커머스 특성상 매출이 '광고비'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강화로 ROAS(광고비 대비 매출액)가 급락하면서, 과거 100원을 투입해 300원을 벌던 구조가 150원도 회수하기 힘든 구조로 악화됐다.
이는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의 붕괴로 직결됐다. 매출이 반토막 나는 동안에도 고정비 성격의 판관비 지출을 통제하지 못해 2023년 약 122억 원, 2024년 약 147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자금 조달 구조에 있었다. 블랙홀릭은 운전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전환사채(CB) 등 부채성 자금 조달에 의존했다.
나스미디어 등으로부터 조달한 300억 원 규모의 CB는 회사가 성장할 때는 주식 전환을 통해 자본으로 확충될 수 있는 '꽃놀이패'였지만, 실적이 꺾이자 회사의 목을 조르는 '부메랑'이 됐다. 특히 나스미디어 투자 건의 경우, 2025년 9월 말 기준 미상환 원금만 232억 원에 달하는데, 회사는 이를 상환할 현금 여력이 전무했다.
자금 운용측면에서도 만기 불일치 구조였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이 붙은 부채를 끌어와, 회수 기간이 불확실한 재고 자산이나 마케팅 비용으로 소진해버린 것이다.
이는 유동성 비율 악화로 나타났다.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69억 원 초과하는 상태였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70억 원 가까이 많다는 뜻으로, 감사인 역시 제6기(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을 핵심 감사 사항으로 지적하며 경고등을 켰다.
◆ 232억 물린 나스미디어… 파산 후폭풍
파산 선고에 따른 후폭풍은 거세다. 블랙홀릭에 3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투자했던 디지털 광고 기업 나스미디어는 직격탄을 맞았다. 나스미디어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미상환 원금 잔액만 232억 원에 달한다.
당초 나스미디어는 2025년 3월 31일까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지고 있었으나, 회사의 유동성 고갈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만기가 도래해 권리가 소멸했다.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내년 2월 4일까지 채권 신고를 받기로 했으나, 회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원금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랙홀릭의 파산은 '제품력' 없는 '마케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미디어 커머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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