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월급제 택시'의 몰락과 모빌리티의 한계... 진모빌리티 파산으로 본 업계 현주소

'월급제 택시'의 몰락과 모빌리티의 한계... 진모빌리티 파산으로 본 업계 현주소

프리미엄 대형 승합택시 '아이엠(i.M)'을 앞세워 모빌리티 업계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던 진모빌리티가 결국 2026년 2월 20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회생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곧바로 청산 절차에 돌입한 진모빌리티의 비극은 단일 기업의 방만 경영을 넘어,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이 처한 척박한 현실과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타다'의 빈자리를 파고들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진모빌리티가 어쩌다 파산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파파모빌리티 등 경쟁사들의 상황을 통해 모빌리티 업계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 진모빌리티는 어떤 회사였나: '택시 면허+IT'의 결합, 그리고 대규모 투자 유치

진모빌리티는 플랫폼 기술에만 의존해 기존 택시 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이전 스타트업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택시 법인들이 직접 모여 IT 서비스를 접목하며 택시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기업이다. 특히 사납금 없는 100% 월급제 직고용을 통해 기사들에게 월 400만 원 수준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서비스 품질을 철저히 관리했다. 또한, 서울시 '엄마아빠택시' 등 영유아 동반 가정 대상의 공공사업을 수행하며 시민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갔다.

'피치덱' 자료에 따르면, 진모빌리티는 2020년 택시업체 2세 경영인 출신인 조창진, 이성욱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설립되었다. 이들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은 자본 시장에서도 높게 평가받았다. 2022년에는 에버베스트파트너스, 하나증권,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총 8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당시 추정 기업가치는 무려 2,300억 원에 달했다. 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수의 법인 택시 회사를 공격적으로 인수, 한때 1,200여 개가 넘는 택시 면허를 보유하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영 규모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 겉잡을 수 없는 적자와 방만 경영... 왜 무너졌나

그러나 화려한 외형 확장 이면에는 심각한 재무 악화와 도덕적 해이가 곪아가고 있었다. 수익 모델이 정착되기도 전에 고정비(차량 할부금, 기사 월급, 차고지 유지비 등)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진모빌리티의 21년 매출은 56억(영업손실 -138억), 22년 매출 130억(영업손실 -136억), 23년 매출 178억(영업손실 -42억)을 기록하며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내지 못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심각한 유동성 고갈이었다. 2023년 말 기준 유동부채는 무려 771억 원에 달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단기차입금(336억), 미지급금(57억), 예수금(53억), 유동성장기부채(312억, 이중 262억은 유동성 사채) 등이었으나, 당시 보유 현금은 5.6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단기대여금을 모두 회수한다 해도 135억 원 수준의 현금으로는 700억 원이 넘는 유동부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 극심한 경영난이 이어지며 2023년 3월 65명이던 직원 수는 2025년 10월 12명까지 급감했다.

소속 기사들의 급여에서 공제한 4대 보험료를 수개월째 미납했으며, 퇴직금 등 각종 임금 체불 논란이 불거졌다. 급기야 노조원들이 이성욱 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은 혐의가 입증된다고 보아 검찰에 송치하기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들은 진모빌리티의 방만 경영을 강하게 질타했다. 카니발 차량을 무리하게 LPG로 개조하려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선정해 잦은 고장을 유발했고, 당장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 차체를 중고로 팔아버리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강남이나 동대문이 아닌 외곽 지역에 차고지를 배정해 물류 비효율을 초래하는 등 관리 부실도 심각했다.

결국 진모빌리티의 숨통을 끊은 것은 채권자인 현대캐피탈의 파산 신청이었다. 59억 원 규모의 차량 할부금이 장기 연체되자, 현대캐피탈은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기사들의 임금 채권이라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직접 파산을 신청했다.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회사는 망가져 있었다. 진모빌리티는 2024년 12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외부 감사인인 예지회계법인은 거절 사유에 대해 "우리는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재무상태표와 동일로 종료되는 회계연도의 손익계산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자료를 포함한 감사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였습니다. "라고 명시하며 재무 시스템의 붕괴를 공식화했다.

■ 파파모빌리티와 산업분위기: "대기업 뒷배와 규제 완화 없이는 불가능한 생존"

진모빌리티의 실패는 단일 기업의 방만 경영 탓도 크지만, 동시에 대한민국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의 가혹한 현실을 대변한다. 초기 대규모 인프라 투자(차량 구입, 면허 확보, 기사 직고용)가 필수적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파파모빌리티'의 사례를 보면 이 산업이 얼마나 자본 집약적인지 알 수 있다. 파파모빌리티 역시 심각한 적자 늪에 빠져 있다. 2022년 말 기준 자산총계가 32억 원에 불과한 반면, 당기순손실은 86억 원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파파모빌리티가 진모빌리티와 달리 파산을 면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든든한 모기업의 자금 수혈 덕분이다. 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의 초기 투자를 시작으로, 지주사인 (주)코오롱이 경영권을 인수한 후 지속적인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재까지 누적 329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 역시 자회사들의 잇단 자금 지원 요청으로 재무적 부담(골머리)을 안고 있을 정도다.

파파모빌리티도 코오롱의 지원이 계속 되고 있음에도, 25년 1월 166명이던 직원수가 26년 1월 29명까지 줄어들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진모빌리티는 택시 면허 직접 매입과 100% 직고용이라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모빌리티의 혁신을 꿈꿨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초기 고정비를 감당할 만한 정교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고, 결국 파산으로 가게 되었다.

코오롱이라는 대기업의 막대한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파파모빌리티의 현실과, 규제에 묶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는 업계의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은 획기적인 규제 완화나 대기업 수준의 무한 자본 수혈 없이는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시밭길'이라는 점을 진모빌리티의 파산표가 뼈아프게 증명하고 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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