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의료 교육 시장을 개척해 온 에듀테크 기업 '뉴베이스(Newbase)'가 심각한 재무 악화와 인력 이탈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메타버스 거품이 꺼진 결과로 해석하지만, 글로벌 산업의 성장세와 업계의 시각을 종합해 보면 "의료 메타버스 산업 자체가 틀렸다"기보다는, 상용화 속도가 느린 시장에서 개별 기업이 반복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를 보인 스케일업(Scale-up) 실패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의료 메타버스 시장… 수요는 확실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헬스케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4년 51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24.2% 성장하여 2033년에는 30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지리적 장벽을 극복하고, 감염 위험 없이 안전하게 지속적인 의학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가상 환경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존 의료 실습용 자재들은 고가인 데다 실질적인 실습 시간이 부족하고 소모품 비용이 크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대체할 시뮬레이션 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 "수백 번 수정하고 무작정 병원 찾아가고"… 뉴베이스의 치열했던 고군분투
뉴베이스가 처음부터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장의 문을 두드리며 제품을 고도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국문학 전공이자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전문가였던 박선영 대표는 의료 시장에 사용자 경험이 반영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무작정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하루 2~3시간만 자며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세브란스병원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다.
의학적 실재감을 높이기 위해 수백 편의 논문을 읽고, 모르는 것은 병원 의료진을 붙잡고 과외를 받다시피 하며 의학 지식을 습득했다. 가상 환자가 누워있는 모습의 경직도와 늘어짐을 구현하고, 동공이 축소하는 반응 속도를 맞추기 위해 의료진의 자문을 받아 수백 번씩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고충을 겪었다. 나아가 병원과 교육기관이 보유한 100만 건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패턴화하는 끈기를 보였다. 또한, 초기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원격·탄력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사활을 걸었다.
■ 끊임없는 파트너십과 고도화… 그러나 넘지 못한 '상용화'의 벽
그 결과, 가상현실(VR) 기반의 간호 시뮬레이션 '널스베이스'와 통합 플랫폼 '메디크루'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서울여자간호대, 순천대 등 수많은 대학과 공공 의료기관에 솔루션을 공급했다. 2024년에는 간호사연구소, 대한병원협회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2025년 3월에는 퍼즐에이아이와 인공지능(AI) 음성인식을 결합한 플랫폼 고도화 MOU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이러한 뼈를 깎는 노력과 외부 협력이 회사의 큰 매출과 의미 있는 영업이익으로 빠르게 직결되지는 못했다. 기존 교육 인프라의 보수적인 벽을 뚫고, 새로운 디지털 시뮬레이션 교육이 병원의 필수 예산으로 안착하기까지 상용화를 늦추는 산업적 허들이 뉴베이스의 발목을 잡았다.
■ 누적 투자금 45억 증발… 뼈아픈 구조조정과 인력 썰물
피치덱에 따르면 뉴베이스는 2022년 4월 BNH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등으로부터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당시 추정 기업가치는 240억이었다.
그러나 재무 지표는 참혹했다. 매출액은 2020년 2억 원에서 2024년 8.8억 원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매년 10억이 넘어서며 적자 폭을 줄이지 못했다. 누적으로 45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결손금 역시 45억 원 수준으로 쌓여 투자금의 대부분이 소진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2025년 들어 두 차례의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으며, 한때 30명이 넘던 직원 수가 현재 대표이사 본인을 제외하고 한두 명의 직원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뉴베이스가 직면한 생존 위기의 원인은 "의료 메타버스 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과 느린 상용화 속도가 결합된 결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결국 뉴베이스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동안 쏟아부은 기술적 노력이 단순한 1회성 체험이나 보조재에 머물지 않고, AI 전환 시대를 맞아 병원의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고 필수적인 교육을 담보하는 핵심 인프라임을 시장에 더 강력하게 증명해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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