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9 WEDWEDNESDAY, AUGUST 19, 2026

“씻겨도 남긴다”는 KAIST 샴푸…“씻고 바르라”는 서울대 출신 의사

“씻겨도 남긴다”는 KAIST 샴푸…“씻고 바르라”는 서울대 출신 의사

화학자는 ‘접착 기술’, 의사는 ‘체류 시간’…탈모 케어 해법 엇갈려

같은 탈모 시장을 바라보는 화학자와 의사의 해법이 정반대로 갈렸다.

지난 6월 8일 카이스트 교원창업기업 폴리페놀팩토리는 ‘그래비티 PDRN 헤어 리커버리 샴푸’를 공개했다. 물에 씻기는 PDRN을 두피와 모발에 남기는 기술이 핵심이었다.

한 달여 뒤인 7월 14일 탈모 케어 브랜드 리필드를 운영하는 콘스탄트는 기존 탈모 샴푸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인 양미경 연구소장은 샴푸는 오염물질을 씻는 제품일 뿐, 탈모 케어 성분을 모낭까지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래비티가 “샴푸도 성분을 남길 수 있다”고 했다면, 리필드는 “씻는 제품과 바르는 제품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맞선 모양새다.

샴푸를 포기하지 않은 화학자

그래비티를 개발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석좌교수는 접착 화학 분야 연구자다. 2007년에는 홍합과 도마뱀붙이의 접착 원리를 응용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PDRN 샴푸에도 접착 기술이 적용됐다. 회사에 따르면 해양 미세조류에서 얻은 PDRN을 폴리페놀과 결합하면 물속에서 서로 뭉치는 ‘코아세르베이트’가 만들어진다. 이를 이용해 샴푸를 헹군 뒤에도 PDRN 복합체가 두피와 모발 표면에 남을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제품에는 순수 PDRN이 아니라 ‘PDRN 복합 원료’ 10만ppm이 들어갔다. 복합 원료 안에 실제 PDRN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외부 시험기관의 인체적용시험에서 2주 사용 후 샴푸할 때 빠진 모발 수가 73.66%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 차례 사용한 뒤 모발 뿌리 볼륨과 두피 진정, 모발 윤기도 개선됐다고 했다.

다만 73.66%라는 수치를 ‘탈모가 그만큼 개선됐다’거나 ‘머리카락이 새로 자랐다’는 뜻으로 볼 수는 없다. 측정한 것은 샴푸할 때 빠진 모발의 수다. 출시 자료와 언론 보도만으로는 대조군 설정과 무작위 배정 여부 등 자세한 시험 설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비티의 접착 기술에는 앞선 연구도 있다. 이해신 교수 연구팀은 탄닌산을 모발에 붙인 뒤 살리실산·나이아신아마이드·덱스판테놀을 서서히 방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 Interface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샴푸를 사용한 12명을 7일간 관찰한 결과, 샴푸할 때 빠진 모발 수가 평균 56.2% 줄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대조군 없이 사용 전후를 비교한 소규모·단기 연구였다. 현재 출시된 PDRN 샴푸가 아니라 탄닌산과 기존 성분을 적용한 제품을 시험했다는 차이도 있다. 연구는 폴리페놀팩토리의 지원을 받았다.

이 연구는 샴푸 성분이 모두 씻겨나간다는 주장에는 반론이 될 수 있다. 다만 PDRN 샴푸가 장기간 탈모 진행을 억제한다는 근거로 보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샴푸에서 ‘효능’을 떼어낸 의사

리필드는 다른 길을 택했다. 샴푸에는 세정 기능만 맡기고, 탈모 케어 성분은 토닉·앰플·세럼처럼 씻어내지 않는 제품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정근식 콘스탄트 대표는 7월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샴푸라는 카테고리가 소비자에게 친숙한 것과 실제 효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양미경 연구소장은 탈모 케어의 핵심은 유효 성분을 충분한 농도로 오랜 시간 모낭세포에 전달하는 데 있다고 했다.

리필드는 기존 샴푸를 ‘스칼프 리셋 클렌저’로 바꿨다. 클렌저로 두피의 피지와 노폐물을 제거한 뒤 토닉·앰플·세럼을 바르는 방식이다.

회사는 탈모 케어 성분이 흡수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샴푸를 두피에 오래 두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8월 출시 자료에서는 흡수에 필요한 시간을 5~7분, 샴푸를 두피에 둘 수 있는 시간을 3분 이내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시간 기준은 현재까지 리필드 측이 제시한 설명이다. 모든 성분과 모든 샴푸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임상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리필드가 내세우는 핵심 성분은 cADPR(cyclic ADP-ribose)다. 지난 1월 국제학술지 《Applied Sciences》에 게재된 연구에서 cADPR를 처리한 인간 모낭 진피유두세포는 모발 성장과 관련된 β-catenin 전사 활성이 약 2.3배 증가했다. 모낭 퇴행과 관련된 TGF-β2 발현은 약 0.3배 수준으로 낮아졌다.

다만 이 연구는 사람의 두피에 완제품을 사용한 임상시험이 아니다. 배양한 모낭세포에 cADPR를 처리한 시험관 연구다. 논문도 생리학적 의미와 인과관계를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 저자 3명 가운데 2명은 콘스탄트 소속이다.

새로 내놓은 스칼프 리셋 클렌저에 대해 리필드는 한 차례 사용 후 두피 노폐물이 93.59% 감소하고 피지 세정·조절 효과가 85%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두피 세정에 관한 지표다. 모발 성장이나 탈모 진행 억제 효과를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샴푸는 치료제가 아니다…그렇다고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현행 화장품법 시행규칙은 탈모 관련 기능성화장품을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으로 규정한다.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고, 머리카락을 새로 나게 하는 의약품과는 법적 지위가 다르다.

이런 점에서 “샴푸는 탈모 치료제가 아니다”라는 리필드의 말은 맞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탈모 치료제로 허가한 샴푸는 없으며, 기능성화장품은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범위에서만 광고할 수 있다고 안내해왔다.

다만 모든 탈모 샴푸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2022년 발표된 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 연구에서는 살리실산 0.2%, 판테놀 0.2%, 나이아신아마이드 0.1%를 함유한 샴푸를 24주간 사용한 시험군이 위약군보다 정수리 모발 수 증가 지표에서 17.76% 높은 결과를 보였다. 시험을 끝까지 마친 사람은 42명이었다.

하나의 소규모 연구만으로 샴푸를 치료제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샴푸라는 제형에는 어떤 효과도 있을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지나치게 넓은 해석이다. 성분과 제형, 사용 기간, 시험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비티 PDRN 샴푸의 법적 기능성 근거가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도 공개된 성분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식약처는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화장품을 표방하려면 원칙적으로 품목별 심사를 받고, 효능을 나타내는 성분의 함량으로 실시한 인체적용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덱스판테놀이나 비오틴 같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성분이 해당 제품의 기능성 심사 근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PDRN이 심사의 핵심 성분이라고 확인할 공개 자료도 현재로서는 찾기 어렵다.

‘샴푸냐 세럼이냐’보다 중요한 질문

그래비티는 씻어내는 샴푸의 약점을 접착 기술로 보완하려 한다. 리필드는 세정과 유효 성분 전달을 분리해 클렌저 뒤에 토닉과 앰플, 세럼을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화학자는 성분이 씻겨나가지 않도록 붙잡는 방법을 제시했고, 의사는 유효 성분을 오래 남기려면 애초에 씻어내지 않는 제품을 써야 한다고 본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그래비티가 공개한 PDRN 제품 데이터는 짧은 기간의 회사 인체적용시험이다. 리필드의 cADPR 연구는 아직 세포실험 단계다. 그래비티가 측정한 핵심 지표는 샴푸할 때 빠진 모발의 수이고, 리필드 새 클렌저의 지표는 두피 노폐물과 피지 세정이다. 장기간 모발 밀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탈모 진행을 억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규모 독립 임상시험은 양측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가를 것은 카이스트와 서울대라는 이름만은 아니다. 사용감과 가격,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에 더해 얼마나 충실한 임상 데이터를 내놓느냐가 중요하다.

‘씻겨도 남기는 샴푸’를 택한 그래비티와 ‘씻은 뒤 바르는 두피 케어’를 내세운 리필드. 정반대 방향에서 출발한 두 브랜드가 앞으로 탈모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이동열 기자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

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

#Beauty#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