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15 TUETUESDAY, SEPTEMBER 15, 2026

영업이익률 43.7% 한솔생명과학…매출 91%는 관계사에서 나왔다

영업이익률 43.7% 한솔생명과학…매출 91%는 관계사에서 나왔다

소비자에게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화장품 제조사가 지난해 500억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성남에 본사와 공장을 둔 화장품 OEM·ODM 업체 한솔생명과학이다. 한솔생명과학의 2025년 매출은 1,113.1억으로 전년 580억보다 9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95.8억에서 486.3억으로 148.3%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70.5억에서 389억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3.8%에서 43.7%로 높아졌다. 매출 100원 가운데 약 44원이 영업이익으로 남은 셈이다. 연결 기준과 별도 기준, 회계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상장 화장품 ODM사의 영업이익률이 대체로 8~13%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브랜드사인 에이피알의 지난해 영업이익률 23.9%도 크게 웃돈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은 114억달러로 전년보다 12.3%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K뷰티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OEM·ODM 업체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매출은 두 배, 판관비는 8% 증가

한솔생명과학의 영업이익률이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배경은 비용 구조에서 확인된다.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50.4%에서 지난해 53.1%로 2.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매출에서 판매비와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7%에서 9.4%로 7.3%포인트 낮아졌다. 영업이익률 상승분 9.9%포인트 가운데 대부분은 판관비 부담이 줄어든 효과에서 나왔다.

매출은 91.9% 증가했지만 판관비는 96.6억에서 104.6억으로 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판관비로 처리된 급여는 43.3억에서 43.2억으로 비슷했다. 제조와 연구개발 부문까지 합산한 총급여는 71.1억에서 79.3억으로 11.5% 증가했다. 인력을 포함한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율에 크게 못 미쳤다.

따라서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제조 원가가 갑자기 크게 낮아진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기존 인력과 설비를 활용해 생산량이 늘면서 고정비 부담이 낮아진 영향이 더 컸다.

공시된 관계사 매출만 1,016억

다만 한솔생명과학의 실적을 일반적인 화장품 ODM 성장 사례로만 보기는 어렵다. 매출 대부분이 관계사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주요 특수관계자 매출은 카리스 394.4억, 가이아홀딩스 621.9억이다. 두 회사에 대한 매출만 1,016.3억으로 전체 매출의 91.3%에 달한다.

감사보고서는 이 표를 ‘중요한 영업상의 거래’로 한정하고 있다. 매출채권 11.6억이 잡힌 케이오에스인터내셔널 등 다른 관계사의 매출은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다. 실제 관계사 매출 비중은 91.3%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공시된 두 회사만 놓고 계산하면 관계사 매출은 2024년 467.8억에서 지난해 1,016.3억으로 548.5억 증가했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 증가액은 533.1억이었다. 관계사 외 매출은 역산 기준 112.2억에서 96.8억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매출채권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지난해 말 매출채권 137.7억 가운데 카리스·가이아홀딩스·케이오에스인터내셔널 등 관계사 채권이 123.3억으로 89.5%를 차지했다. 관계사 유통망이 한솔생명과학의 생산량과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대 거래처는 가이아홀딩스, 카리스는 다단계판매사

감사보고서는 카리스를 한솔생명과학과 ‘동일 최대 주주’를 둔 회사로 분류한다. 카리스는 화장품 브랜드 르네셀을 운영하는 다단계판매업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다단계판매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2025년 공정위 집계 매출은 868.3억으로 전체 업체 가운데 10위였다. 다단계판매는 일반 소매 유통과 달리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후원수당이 제품 가격과 유통 마진에 포함되는 구조다. 카리스가 이런 판매망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한솔생명과학의 높은 제조 마진을 살펴볼 때 고려할 대목이다.

그렇다고 다단계판매 구조가 곧바로 한솔생명과학의 영업이익률 43.7%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계사 간 제품 공급가격과 카리스가 부담하는 판매원 수당, 최종 소비자 판매가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유통사 사이에서 이익이 어떻게 배분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더 큰 거래처는 가이아홀딩스다. 한솔생명과학 매출의 55.9%가 이 회사에서 나왔지만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최종 판매 지역은 확인 되지 않는다. 2024년 말 가이아홀딩스 매출채권은 72.2억이었고, 같은 시점 한솔생명과학의 달러화 매출채권은 72.3억이었다.

완제품 재고 12배…평가손실도 발생

생산 확대와 함께 재고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113.4억으로 전년 35.2억보다 3.2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완제품이 98.9억으로 전체 재고의 87%를 차지했다. 전년 완제품 재고 8.4억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약 12배로 불어난 것이다. 완제품 재고는 지난해 매출원가를 기준으로 약 69일치다. 관계사 판매 확대를 예상해 미리 생산한 물량일 수 있지만, 유통망의 판매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할인이나 추가 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고 위험은 일부 현실화됐다. 회사는 지난해 2.28억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평가충당금 누계액은 3.9억이다. 아직 전체 재고와 비교하면 크지 않지만, 완제품 재고가 짧은 기간에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향후 소진 속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공장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성남 공장 증설 인허가와 관련한 6.3억 규모의 예치금 보증이 기재됐다.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를 취득했고 건설중인자산도 증가했다. 관계사 주문 확대가 계속된다는 판단 아래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금 408억…2022년 이후 중간배당 170억

재무상태는 안정적이다.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은 366.8억이었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08.2억으로 늘었다. 총자산은 935.1억, 자본총계는 809.7억이다. 차입금은 없고 부채비율은 15.5%에 그쳤다.

배당도 이어졌다. 한솔생명과학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결의한 중간배당은 총 170억이다. 지난해 현금으로 지급한 배당금은 92.3억으로, 2025년 중간배당 50억과 전기 말 미지급배당금 42.3억으로 구성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진기가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형석 전 대표가 27.5%, 올해 2월 대표로 선임된 김영래 대표가 20.5%, 기타 주주가 2%를 갖고 있다.

지분율대로 계산하면 지난해 결의한 중간배당 50억 가운데 이진기 최대주주 몫은 세전 25억이다. 신형석 전 대표는 13.75억, 김영래 대표는 10.25억, 기타 주주는 1억이다. 전기 미지급분까지 포함한 현금 지급액 92.3억을 같은 지분율로 단순 계산하면 각각 46.15억, 25.38억, 18.92억, 1.85억이다.

한솔생명과학은 K뷰티 호황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제조사가 브랜드사 못지않은 이익을 낸 사례다. 동시에 독립 고객이 고르게 늘어난 ODM사라기보다는 특정 관계사 유통망과 함께 성장한 회사에 가깝다.

앞으로의 실적을 판단할 때도 전체 K뷰티 시장보다 카리스와 가이아홀딩스의 판매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이아홀딩스의 정확한 역할, 관계사 간 거래가격, 크게 늘어난 완제품 재고의 소진 속도가 확인돼야 지난해 영업이익률 43.7%를 새로운 기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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