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텐츠랩비보, 2025년 매출 94.8억 원·영업이익 4.9억 원
송은이에게 ‘100억 CEO’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2021년이다. 그가 세운 컨텐츠랩비보가 그해 매출 100억 원, 순이익 10억 원을 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회사 매출이 송은이 개인 재산처럼 받아들여지자 그는 최근 방송에서 “100억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100억 CEO’라는 별명과 달리 회사 실적은 이후 순탄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되는 컨텐츠랩비보의 매출은 2022년 29.4억 원, 2023년 37.2억 원, 2024년 42.9억 원이다. 매출은 조금씩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2022년 8.6억 원, 2023년 13.6억 원, 2024년 9.7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매출이 94.8억 원으로 전년보다 121.2% 늘었고 영업이익 4.9억 원을 냈다. 순이익도 2.9억 원으로 흑자였다. 3년 동안 이어진 영업적자를 끝내고, 한때 회사를 상징했던 ‘매출 100억 원’에 다시 가까워졌다.
방송국이 부르지 않자 직접 만든 ‘비밀보장’
컨텐츠랩비보는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에서 시작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당시 방송 출연이 뜸해진 송은이와 김숙은 누군가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직접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비밀보장’은 방송국 밖에서 시작했지만 곧 라디오와 TV 예능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컨텐츠랩비보는 비보티비를 통해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했고, 연예 매니지먼트사 미디어랩시소와 음반사 비보웨이브, 제작사 쇼보를 자회사로 뒀다. 팟캐스트 제작사에서 출발해 방송과 공연, 음악, 매니지먼트를 함께 운영하는 회사가 됐다.
2025년은 ‘비밀보장’이 1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송은이와 김숙은 지난해 10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사흘 동안 ‘비보쇼 with Friends’를 열었다. 김종국과 이영자, 다비치, 백지영, 주우재 등 두 사람과 인연을 맺어 온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비밀보장’은 팟캐스트로 출발해 방송과 음악, 공연으로 이어졌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여러 형태로 활용하며 수익을 내는 비보의 사업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늘어난 매출 52억 원, 대부분 콘텐츠 제작에서 나왔다
지난해 실적이 좋아진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매출 증가다.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제작 등이 포함된 용역매출은 2024년 40.8억 원에서 2025년 92.8억 원으로 늘었다. 증가액만 52억 원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98%가 용역매출이었고, 상품 판매와 임대료 수입은 합쳐도 2억 원이 채 되지 않았다.
제작비를 빼고 남은 금액도 달라졌다. 2024년에는 매출보다 제작비가 조금 더 많았지만, 2025년에는 13.4억 원의 매출총이익을 냈다. 판관비도 9.7억 원에서 8.4억 원으로 줄었다. 제작 물량이 늘어난 데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남기는 이익도 커진 것이다.
첫 영화 개봉…판권 7.8억 원 중 2.8억 원은 손상 처리
컨텐츠랩비보는 예능을 넘어 영화에도 도전했다. 2021년 촬영하고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오픈 더 도어’가 2023년 10월 극장에서 개봉했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송은이가 제작한 작품으로, 미국 뉴저지 한인 사회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같은 해 컨텐츠랩비보는 장기선급금으로 잡아 뒀던 영화 판권 7.8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옮겼다. 이는 2023년 말 남아 있던 판권 금액이 아니라 최초 취득가다. 회사는 2023년에만 판권 4억 원을 상각하고 2.4억 원을 손상 처리했다.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약 0.2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3년 동안 발생한 손상차손은 모두 2.8억 원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매출 발생에 따라 상각됐고, 2025년 말 영화 판권 장부금액은 0원이 됐다.
이를 통해서 유추해 볼때 해당 판권에서 기대했던 수익을 모두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예능에서 영화로 활동 범위를 넓힌 시도는 의미가 있었지만, 장부에는 2.8억 원의 손상차손이 남았다.
영업으로 9.1억 원 벌었지만, 먼저 받은 돈도 늘었다
현금흐름도 좋아졌다. 2024년에는 영업활동에서 15.6억 원이 빠져나갔지만 2025년에는 9.1억 원이 들어왔다. 연말 현금은 16.4억 원에서 34.9억 원으로 늘었다. 다만 영업현금 9.1억 원을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과 같은 의미로 보기는 어렵다. 프로젝트가 늘면서 선수금이 5.1억 원에서 9.2억 원으로, 미지급금은 0.9억 원에서 13.3억 원으로 늘었다. 고객에게 먼저 받은 돈과 아직 지급하지 않은 제작비가 합쳐 약 16.5억 원 증가했다. 반대편에서는 받아야 할 돈도 늘었다. 매출채권은 7.2억 원에서 20.3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늘어난 매출 가운데 13억 원가량은 연말까지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콘텐츠 제작 물량이 급증하면서 먼저 받은 제작비와 지급을 앞둔 비용, 아직 회수하지 못한 매출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영업현금흐름이 흑자로 바뀐 것은 긍정적이지만, 선수금과 미지급금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외부 투자와 차입금으로 키운 회사
컨텐츠랩비보는 이제 송은이 개인이 전부 소유한 회사가 아니다. 송은이 지분은 50.4%다. 2022년에는 DSC인베스트먼트, 카스피안캐피탈 등에서 72.9억 원을 투자했다.
차입금도 있다. 2025년 말 차입금은 68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10억 원 늘었다. 회사는 지난해 연 4.44% 조건으로 운전자금 10억 원을 새로 빌렸다. 연간 이자비용은 2.5억 원이었다. 상암동 사옥의 토지와 건물은 은행 차입금 담보로 제공돼 있다.
지난해 흑자를 냈지만 과거 손실을 모두 만회한 것은 아니다. 2025년 말에도 13.9억 원의 결손금이 남아 있다. 지난해와 같은 2.9억 원의 순이익을 매년 낸다고 가정해도 결손금을 메우는 데 약 5년이 걸린다.
다시 100억 원을 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컨텐츠랩비보는 2025년 매출을 두 배 넘게 늘리며 3년 만에 영업흑자를 냈다. 비용만 줄여 만든 흑자가 아니라 본업인 콘텐츠 제작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영화 사업을 계속할지도 관심사다. 첫 영화 개봉 시기에 취득한 판권은 2025년 말 장부에서 사라졌고, 일부는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손상 처리됐다. 방송과 공연에서 번 돈을 영화 등 새로운 장르에 어떻게 투자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2025년 실적만 놓고 보면 컨텐츠랩비보는 ‘100억 CEO’라는 오래된 별명에 다시 가까워졌다. 3년간 이어진 적자를 끝내고 본업에서 다시 이익을 낸 만큼,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넘어 회사의 매출 기록까지 새로 쓰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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