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브 제작사와 웹툰 기업에는 직접 투자
2025년 3년 만에 벤처펀드 출자 재개
매도가능증권 3,280억 중 절반가량은 채권
MBC의 투자 명단에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를 만든 블래스트와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 최근 투자계약 분쟁으로 주목받은 오지큐가 올라 있다. 카카오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이 운용하는 벤처펀드에도 돈을 넣었다.
다만 MBC가 보유한 투자자산의 대부분이 스타트업 지분인 것은 아니다. 채권과 예금, 금융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등 여유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금융상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콘텐츠 기업을 직접 고르기도 하지만, VC펀드에 출자해 투자 대상을 운용사에 맡기기도 한다.
문화방송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MBC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매도가능증권 3,280억, 전체 금융자산의 19%
2025년 말 문화방송과 종속기업이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은 장부금액 기준 3,280억 원이다. 2024년 말 3,846억 원보다 566억 원 줄었다. ‘매도가능증권’이라고 해서 조만간 팔 예정인 주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매매증권이나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하지 않은 주식과 채권, 펀드 등을 담는 회계상 계정이다. 3,280억 원 중 채권이 1,536억 원으로 가장 많다. 상장주식은 227억 원, 펀드 등 수익증권은 403억 원이다. 나머지 1,114억 원에 비상장기업 지분과 VC펀드, 신종자본증권, 부동산 투자상품 등이 들어 있다.
현금과 다른 금융상품까지 합치면 운용 규모는 훨씬 크다. MBC 연결실체는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 5,615억 원과 단기금융상품 6,671억 원, 만기보유증권 1,113억 원, 장기금융상품 185억 원, 단기매매증권 93억 원을 보유했다. 매도가능증권을 포함한 현금·금융상품은 모두 약 1조 6,956억 원이다. 이 가운데 매도가능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다. 매도가능증권이 566억 원 감소했지만, MBC의 운용자금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은 2024년 말 8,873억 원에서 지난해 말 1조 2,286억 원으로 3,413억 원 늘었다. MBC 연결실체는 지난해 매도가능증권 1,534억 원어치를 처분하고 660억 원어치를 새로 취득했다.
실적에도 일회성 요인이 크게 반영됐다. MBC 연결실체는 지난해 8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나 유형자산을 처분하면서 3,453억 원의 이익이 발생해 당기순이익은 2,462억 원을 기록했다. 자산 매각과 금융상품 처분으로 들어온 돈 중 상당 부분이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장 지분 1,114억 중 절반은 금융상품
시장성 없는 지분증권으로 분류된 1,114억 원도 상당 부분이 기업 지분과 거리가 있다. 가장 많은 590억 원은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다. 전체의 52.9%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 성격을 갖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약정된 이자를 받는 채권 성격이 강하다.
VC가 운용하는 벤처펀드는 278억 원으로 24.9%를 차지했다. 일반 사업회사와 지역 계열사가 보유한 기업 지분은 173억 원, 부동산 사모신탁은 65억 원이었다. 공제조합 출자금과 영화 투자조합도 일부 포함돼 있다. 비상장 지분증권 1,114억 원을 모두 스타트업 투자금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80억 오지큐 지분은 어떻게 생겼나
비상장 사업회사 가운데 장부금액이 가장 큰 곳은 오지큐다. 2025년 말 MBC 연결실체가 보유한 오지큐 지분의 취득원가와 장부금액은 79억 9,846만 원이다. 2024년에는 없던 자산이다.
오지큐는 이미지와 스티커, 음원 등 창작자가 만든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회사다. 네이버 OGQ마켓 등을 운영한다. MBC는 오지큐에 현금을 투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지큐 지분이 새로 잡힌 해에 MBC가 보유하던 음원 제작·유통회사 블렌딩 지분이 처분됐기 때문이다. 블렌딩은 원래 MBC의 음악사업 자회사였다. 2021년 왓챠 자회사 더블유피어와 합병한 뒤에도 MBC는 블렌딩 지분 30.56%를 보유했다. 2024년 말 기준 취득원가는 27.2억 원, 장부금액은 3.6억 원이었다. MBC는 2025년 블렌딩 지분을 처분했다. 지분법 평가 내역에 나타난 처분 직전 장부금액은 약 5.8억 원이다. 오지큐도 자사 채용 공고에서 2025년 MBC로부터 블렌딩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MBC 연결실체가 인식한 지분법적용투자주식 처분이익은 79.7억 원이다. 처분된 지분법 투자자산은 블렌딩과 캐피탈원 롯데-iMBC 콘텐츠 투자조합 두 건뿐이다. 비슷한 시점에 취득원가 약 80억 원의 오지큐 지분이 새로 생겼다.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MBC가 블렌딩 지분을 넘기면서 거래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오지큐 주식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오지큐 지분 80억 원을 신규 현금 투자라기보다 블렌딩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자산으로 보는 쪽이 자연스럽다.
물론 감사보고서만으로 거래 구조를 확정할 수는 없다. 블렌딩 처분이익이 따로 공개되지 않았고, 오지큐 지분을 현금으로 샀는지 주식으로 받았는지도 나와 있지 않다. 지분법 투자자산 처분이익 79.7억 원 전부를 블렌딩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확정지어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같은 배경이다.
재담미디어·블래스트·메타로켓에 직접 투자
MBC가 직접 투자한 회사들은 콘텐츠 사업과 맞닿아 있다. MBC는 2025년 웹툰·웹소설 제작사 재담미디어에 약 20억 원을 투자했다. 재담미디어는 ‘약한영웅’, ‘궁’,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 500편 이상의 웹툰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회사다. 두 회사는 웹툰을 드라마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숏폼 콘텐츠로 만들고, MBC가 보유한 영상 콘텐츠를 다시 웹툰으로 제작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히 투자수익을 노리기보다 영상화할 원작을 미리 확보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블래스트와 메타로켓은 MBC 사내벤처에서 출발했다. 블래스트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를 제작한 회사다. MBC와 IPX가 블래스트 분사 이후 초기 투자에 참여했다. 감사보고서에 잡힌 MBC 연결실체의 블래스트 지분 취득원가는 3.4억 원이다. 한국기자협회는 2025년 2월 MBC의 기존 IP투자전략팀이 블래스트 투자에서 약 70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감사보고서의 장부금액이 3.4억 원에 불과한 것은 비상장주식의 현재 가치가 아니라 취득원가를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블래스트 지분 취득원가는 2024년 4억 원에서 2025년 3.4억 원으로 감소했다. 일부 지분을 팔거나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메타로켓도 MBC 사내벤처에서 분사한 회사다. 방송과 공연에 쓰이는 가상 무대를 제작한다. MBC 연결실체가 보유한 지분의 취득원가는 3억 원이다. 오지큐와 재담미디어, 블래스트, 메타로켓 등 네 회사의 장부금액을 합하면 106.4억 원이다. 콘텐츠 원작과 제작기술, 디지털 팬덤 사업에서 MBC와 협력할 수 있는 회사들이다.
3년 만에 다시 VC펀드에 출자
MBC가 모든 투자기업을 직접 고르는 것은 아니다. 투자 경험과 전문인력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VC펀드를 이용한다. 2025년 말 투자 장부에 올라 있는 벤처펀드는 13개다. 장부금액은 모두 277.9억 원이다.
한국투자 Re-Up II 펀드가 43.9억 원으로 가장 많고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이 43.8억 원, 카카오 그로스해킹 펀드가 34억 원이다. 뮤렉스웨이브2호액티브시니어투자조합과 스마트SF-WE언택트펀드2호에도 각각 29억 원과 25.5억 원이 들어가 있다.
MBC 본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9개 벤처펀드에 총 290억 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신규 약정이 없었다. 2025년에는 아이엠엠 Growth 벤처펀드 제2호와 한국투자 핵심역량 레버리지 II 펀드, 베이스4호 벤처투자조합, 라구나 문화신기술펀드 등 4개 펀드에 9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3년 만에 신규 출자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납입한 금액은 28.3억 원이다. 향후 납입할 금액이 61.8억 원 남아 있어 MBC의 벤처펀드 투자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MBC는 2025년 2월 사장 직속 혁신성장본부를 만들고 미래성장국 안에 투자개발팀을 뒀다. 광고와 콘텐츠 유통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사업과 투자처를 찾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신규 벤처펀드 출자약정도 같은 해 5월부터 다시 시작됐다. 조직개편과 투자 재개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지만, 혁신성장본부가 네 건의 펀드 출자를 모두 주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장부가 1,000원으로 떨어진 투자처도 8곳
성과를 낸 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팬택자산관리와 키스티브이, 홈티브이인터넷, 투어테인먼트, 제4의제국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이앤비스타스, 코이랩스, 김수로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등 8곳은 장부금액이 각각 1,000원만 남았다. 이들 지분을 취득할 때 들어간 돈은 모두 20억 원이다. 실제 주식 가격이 1,000원이라는 뜻이 아니라,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장부가치를 사실상 전액 낮춘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장부금액이 0원인 부동산 사모신탁 5건의 취득원가는 모두 132.1억 원이다. 이 중 코람코 사모부동산투자신탁 107호와 108호, 마블 사모투자신탁 제7호는 2024년 말까지 장부금액이 합계 79.9억 원 남아 있었다. 2025년 말에는 세 상품 모두 0원이 됐다.
MBC 연결실체가 지난해 손익계산서에 반영한 매도가능증권 손상차손은 86.3억 원이다. 2024년에도 113.3억 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다만 감사보고서에는 지난해 손상차손 86.3억 원이 어떤 투자자산에서 각각 발생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콘텐츠 투자는 직접, 다른 산업은 VC펀드 활용
MBC는 자체 사업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회사로 독립시킨 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블래스트와 메타로켓이 여기에 해당한다. 웹툰 원작처럼 방송 제작에 필요한 자산은 재담미디어 투자처럼 외부에서 직접 확보한다. 방송과 거리가 있거나 별도의 투자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VC펀드를 이용한다. 투자할 스타트업을 직접 고르는 대신 검증된 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 밖의 자금은 예금과 채권,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운용한다. 3,280억 원의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오지큐·재담미디어·블래스트·메타로켓과 13개 벤처펀드의 장부금액을 합하면 384.3억 원이다. 전체의 11.7%다.
이번 자료가 문화방송 본사만의 재무제표는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지역 MBC를 포함한 43개 종속기업이 함께 들어간 연결감사보고서다. 해운대블루라인과 지역 프로축구단, 관광개발회사, 지역 신용협동조합 등이 투자 명단에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지분투자를 모두 서울 상암동 MBC 본사가 집행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벤처펀드 출자약정 주석에는 투자 주체가 ‘지배기업’, 즉 문화방송 본사로 명시돼 있다. 적어도 13개 VC펀드 출자와 2025년 체결한 90억 원의 신규 약정은 MBC 본사가 결정한 투자로 볼 수 있다.
MBC의 투자 대상은 기존 방송사업의 경계를 넘어 웹툰과 음원, 버추얼 아이돌, 가상무대, 디지털 콘텐츠 유통으로 넓어지고 있다. 블래스트처럼 투자 성과가 크게 난 곳이 있는 반면, 장부가치가 0원이나 1,000원까지 떨어진 기업과 부동산 상품도 있다. MBC가 투자사업을 확대한다면 앞으로는 투자금액뿐 아니라 회수 실적과 펀드 성과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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