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05 THUTHURSDAY, NOVEMBER 5, 2026

AI에 쓴 돈, 누가 벌었나…빅테크 7곳과 나머지 기업의 차이

AI에 쓴 돈, 누가 벌었나…빅테크 7곳과 나머지 기업의 차이

아폴로는 일반 기업의 매출·이익 제자리 지적…골드만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성장 효과 정점 전망

토요일인 10월 24일, 아폴로가 짧은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제목은 ‘기술 업종 밖에서는 AI 성과의 흔적이 없다’였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이 회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이 썼다. 슬록은 AI가 “기술 업종 밖 미국 기업에는 재무적 성과를 전혀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AI에 돈을 쓰는 열기만큼 일반 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늘지 않았다.

주말을 전후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도 경고가 나왔다. 얀 하치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I가 미국 성장에 보태는 힘이 곧 정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장부와 나라 경제를 따로 살핀 두 사람이 AI 열기의 한계를 짚었다.

빅테크와 나머지 기업의 장부

슬록이 비교한 한쪽은 미국 증시를 이끄는 대형 기술주다. 엔비디아·애플·구글 모회사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테슬라가 속한다. 이들을 묶어 ‘매그니피센트7’이라고 부른다.

다른 쪽은 미국 대표 기업을 모은 S&P500에서 이들을 뺀 나머지 493곳이다. 슬록의 보고서는 이 두 집단의 매출과 이익을 나란히 놓았다. AI로 돈을 버는 일이 기술 기업 밖까지 퍼졌는지를 살피려는 비교다.

첫 차트는 직원 한 명이 벌어 오는 매출을 다뤘다. 물가 변화를 반영한 직원당 매출은 빅테크 7곳에서 올랐다. 나머지 기업에서는 제자리였다. AI를 쓰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일반 기업 장부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둘째 차트는 매출에서 이익으로 남기는 몫인 이익률이다. 많이 팔아도 비용이 함께 늘면 남는 몫은 커지지 않는다. 빅테크에서는 이 몫이 커졌지만 나머지 기업에서는 제자리였다. 직원 한 명이 더 많이 팔았는지, 팔고 나서 더 많이 남겼는지 두 기준 모두에서 일반 기업은 빅테크와 달랐다.

생산성에도 보이지 않는 AI 효과

기업 장부에 없는 변화가 경제 전체에서는 나타났을까. 슬록은 같은 사람과 기계로 더 많이 만들어 내는 힘, 생산성도 살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생산성 지표를 가져왔다. 공장과 설비를 얼마나 바쁘게 돌렸는지도 반영한 지표다. 이 차트에서도 AI가 생산성 증가를 끌어올린 흔적은 없었다. AI 도입 소식만으로 경제 전체의 생산성 개선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나머지 차트는 돈을 쓰는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AI 지출은 극소수 기업에 쏠려 있었다. 기업 카드·지출 관리 회사 램프의 자료에서는 벤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 AI 사용에 돈을 많이 썼다. 슬록은 AI를 둘러싼 돈의 흐름이 경제의 좁은 부분에 머문다고 우려했다.

최신 AI와 남는 돈의 거리

일반 기업의 성과가 더딘 이유로 슬록은 수요부터 짚었다. 이들 기업은 최신 AI 모델을 꼭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만큼의 값을 낼 생각도 없다. AI 개발사가 더 좋은 제품을 내놓는 속도와 고객이 지갑을 여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기업은 AI 사용량을 ‘토큰’이라는 단위로 계산해 AI 사용료를 낸다. 슬록은 일반 기업이 AI 사용료를 매출을 키울 투자보다 이익을 깎는 비용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AI 사용료가 내려가더라도 기업은 여전히 비용부터 따진다.

AI 사용료가 조금만 올라도 사용을 줄이거나 더 싼 공개형 AI로 옮겨갈 수 있다. 고객이 최신 기능에 웃돈을 내지 않으면 개발사가 기대한 매출도 나오기 어렵다. AI 성능의 발전만으로 기업들의 지출이 계속 늘어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슬록은 “AI는 훌륭한 계산기일 수 있지만, 사업에서 지능이란 대부분 판단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업에는 계산 외에도 책임과 신뢰가 얽혀 있다. 조직의 문화나 글로 적지 않은 규칙을 헤아려야 할 때도 있다. 슬록은 AI가 이런 판단까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봤다.

주가가 밀어준 소비의 한계

기업이 AI로 이익을 내는 문제는 나라 경제의 성장과도 이어진다. 포춘이 26일 전한 골드만의 계산은 소비와 투자, 금리를 함께 살폈다. 하치우스는 AI의 성장 효과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먼저 주가 상승이 소비를 밀어주는 힘이 약해진다고 봤다. 주식값이 오르면 보유자는 더 부자가 된 느낌에 지갑을 연다. 경제에서 말하는 ‘부의 효과’다. AI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전에도 주식시장을 거쳐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골드만은 이 효과가 지난 1년 미국 소비 증가율을 0.4%포인트 높였다고 추산했다. 미국 경제 전체 크기인 국내총생산의 약 0.25%에 해당하는 소비가 더 생겼다. 앞으로 1년간은 이 힘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 상승 덕에 소비가 늘던 효과가 약해진다는 뜻이지, AI 기업 매출이 꺾인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속도와 높아진 이자

AI 투자도 여전히 빠르게 늘고 있다. 골드만이 짚은 것은 투자 자체의 감소가 아니다. 앞으로 1년간 미국 경제에서 AI 투자가 차지하는 몫이 커지는 속도가 둔해진다는 전망이다. 투자가 늘더라도 성장을 추가로 밀어주는 힘은 줄 수 있다. 금리는 성장에 부담을 준다. 선진국의 장기 금리는 올해 초부터 평균 약 1%포인트 올랐다. 골드만은 큰 재정적자와 AI 관련 차입이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봤다.

골드만은 높아진 금리가 이어지면 미국 국내총생산이 누적으로 0.6% 줄어들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AI만으로 생기는 손실을 따로 떼어낸 숫자가 아니다. 금리 상승이 경제에 주는 부담을 계산한 값이다.

구분

아폴로

골드만

살핀 대상

기업의 매출·이익과 경제의 생산성

소비·투자·금리

핵심 진단

빅테크 밖에서 AI 성과의 흔적 없음

성장 효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점

근거

나머지 기업의 직원당 매출·이익률 제자리

주가 상승에 따른 소비 효과 축소, 투자 비중 증가 둔화, 장기 금리 약 1%포인트 상승

앞으로의 관건

나머지 493곳에서 성과가 날지

일자리 부담을 넘어 생산성과 이익을 끌어올릴지

주: 아폴로 ‘데일리 스파크’(2026년 10월 24일), 포춘(10월 26일) 종합. 골드만 고객 보고서 시점은 10월 26일 무렵. 금리 수치는 올해 초 이후 선진국 평균.

일자리 부담과 장기적 기대

일자리에서도 부담스러운 신호가 나왔다. 골드만은 비제조업에서 AI를 업무에 쓰는 기업이 많은 업종을 살폈다. 이런 업종일수록 고용 증가는 더디고 실업은 높았다. AI를 쓰는 기업의 확산과 고용 부진이 함께 나타났다.

다만 골드만의 기본 전망은 AI 투자가 결국 성과를 낸다는 쪽이다. 시간이 지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 이익도 늘어난다고 예상한다. 일자리 혼란은 그 과정에서 겪는 단기 부작용으로 본다. 당장의 성장 효과가 정점을 지난다고 장기적인 이익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슬록은 일반 기업이 단지 늦게 따라오는 중이라는 해석에 회의적이다. AI 사용이 경제의 작은 부분에 머물면 전체 성장에 주는 효과도 제한된다고 봤다. 두 사람은 현재의 한계를 함께 짚었지만, 이후 성과가 얼마나 넓게 퍼질지를 놓고는 무게중심이 다르다.

남은 493곳의 성적표

토요일 보고서가 던진 질문은 AI가 얼마나 똑똑해졌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 기업이 AI 사용료를 내고도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주가 상승과 투자 확대가 먼저 끌어올린 기대를 기업의 장부가 뒷받침해야 한다.

빅테크의 실적만으로는 그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직원당 매출과 이익률이 제자리에 머문 기업들에서 변화가 나타나야 한다. 슬록은 보고서의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AI 이야기의 승부는 빅테크 7곳이 아니라 나머지 493곳에서 갈린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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