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하루 40톤 수거' 비대면 헌 옷 혁신 리클, 눈부신 성장 이면의 적자 늪… 결국 간이회생 절차 진행 중

 '하루 40톤 수거' 비대면 헌 옷 혁신 리클, 눈부신 성장 이면의 적자 늪… 결국 간이회생 절차 진행 중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집 앞의 헌 옷을 수거해 가고 쏠쏠한 용돈까지 챙겨주며 의류 중고거래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리클(Recl)'이 결국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환경 보호와 중고 의류 선순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투자를 유치했지만, 폭발적인 외형 성장 뒤에 숨겨진 '높은 변동비'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씁쓸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불편함에서 찾은 혁신, '국민 헌 옷 수거 앱'으로 자리매김하다
리클은 양수빈 대표가 직접 옷장 정리를 하며 느꼈던 뼈저린 불편함에서 출발해 2021년 5월 설립되었다. 기존 헌 옷 방문 매입 업체들은 무조건 20kg 이상의 무게를 요구했고 보상금도 1kg당 100원 수준에 불과했으며, 일일이 사진을 찍어 중고 마켓에 올리는 것은 너무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양 대표는 '웹 빌더(아임웹)'를 통해 빠르게 시장의 수요를 검증한 뒤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리클은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옷, 가방, 신발을 합쳐 '20점 이상'이면 무상으로 비대면 수거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무게 단위로 일괄 매입하는 기존 업계와 달리, 1kg당 300원을 쳐주는 '기본 매입'에 더해 상품성이 있는 의류는 한 벌당 최대 2만 원까지 보상해 주는 '플러스 매입' 제도를 선보였다.

편의성과 파격적인 보상 덕분에 리클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누적 방문자 1,30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 3월 기준 누적 수거량은 8,000톤을 넘어섰다. 하루에 수거하는 헌 옷의 양만 30~40톤에 달하며 국내 단일 기업 기준 1위의 수거량을 자랑했다.

AI 기술 도입과 오프라인 확장, 대규모 투자 유치까지
단순 수거를 넘어 헌 옷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 리클은 물류 차량 증차와 효율적인 수거망 확보를 위해 물류사와 업무 협약을 맺어 운영 리스크를 줄였다. IT 기술도 적극 활용하여 수거부터 정산까지 전 과정을 내부 알고리즘과 QR코드로 전산화했고, 재무회계 부문에는 AI 기반 지출 분석 서비스인 '그랜터'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케일업 팁스(TIPS)'에 선정되어 AI를 활용한 폐의류 상태 검수 및 재판매 가치 평가 모델 개발까지 추진 했다.

또한 번개장터와 협업해 '무해한 옷장정리'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플랫폼 확장에 나섰으며, 수거한 의류의 100% 재판매를 목표로 남양주 본사 스토어는 물론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리뉴드(ReNewed)'를 오픈해 B2C 판매 채널을 공격적으로 넓혔다.

이러한 혁신성과 '탄소 배출 70% 저감'이라는 강력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업계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2021년 더벤처스, 2022년 빅베이슨캐피탈과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에 이어, 2024년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주도로 세마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5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피치덱의 데이터에 따르면 당시 리클의 기업가치는 185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매출 15배 뛸 때 적자도 폭증… 발목 잡은 '변동비'의 덫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리클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회수 물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외부 정보에 따르면 2022년 3.8억 원이던 매출은 2024년 60억 원으로 15배 이상 급증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2022년 4억 원에서 2023년 13억 원, 2024년 30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원인은 과도한 '변동비'에 있었다. 리클은 플러스 매입을 위해 수거된 옷을 1차, 2차에 걸쳐 수작업으로 한 벌씩 꼼꼼하게 검수해야만 했다. 실제로 전체 50여 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이 픽업과 검수 인력일 정도로 노동 집약적인 구조였다. 물량이 늘어날수록 인건비와 물류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재판매 채널을 다각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재고와 부채를 적절히 관리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리클을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적자폭이 비례해서 커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사업 축소 징후, 그리고 이어진 '간이회생' 절차

원래 리클은 2025년까지 전국 광역시로 직접 수거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심각한 자금난에 부딪히면서, 2025년 3월부터 오히려 전국 택배 수거 서비스를 중단하고 직접 수거 지역마저 서울, 인천, 경기 일부로 대폭 축소하는 등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적자 누적을 버티지 못한 리클은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2025년 11월 7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으며, 이어서 2025년 12월 9일 자로 양수빈 대표를 법률상 관리인으로 하는 간이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렸다.

의류 폐기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막고 헌 옷 수거 문화를 바꿔보겠다던 리클의 도전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만리장성 벽돌 무게보다 많은 헌 옷을 수거해 수천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탄소 저감 효과를 창출했던 '착한 기업'이, 과연 뼈를 깎는 회생 절차를 통해 재무구조의 단점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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