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작곡 기술로 국내외 콘텐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던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POZAlabs)'가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CJ ENM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선택을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포자랩스는 현재 누적된 적자와 급격한 인력 구조조정 속에서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 네이버·CJ ENM이 점찍은 AI 작곡가… 화려했던 투자 유치 이력
2018년 설립된 포자랩스는 일찍이 딥러닝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활용한 작곡 AI 솔루션으로 주목받았다. 창업 초기인 2018년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인 D2SF와 본엔젤스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2021년 K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2년에는 콘텐츠 공룡인 CJ ENM으로부터 약 120억 원(추정 기업가치 870억 원)의 대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CJ ENM은 이 투자를 통해 포자랩스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포자랩스의 핵심 경쟁력은 '저작권 문제가 없는 고품질의 AI 음악'이었다. 다른 생성형 AI 기업들이 기존 음원을 학습해 저작권 논란에 휩싸인 것과 달리, 포자랩스는 내부 전속 작곡가들을 고용해 100만 개 이상의 독자적인 미디(MIDI) 음원 샘플 데이터를 직접 구축했다. 또한 글로벌 최고 권위의 AI 학회인 뉴립스(NeurIPS)와 전미인공지능학회(AAAI)에 연이어 논문이 채택되며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증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누적 투자 금액만 160억 원을 훌쩍 넘겼다.
■ "매출은 제자리, 적자는 눈덩이"… 투자금 대부분 소진 우려
그러나 화려한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 유치 이면에는 참담한 재무 성적표가 숨겨져 있었다. 혁신적인 B2B 맞춤형 음원 서비스와 구독 플랫폼 '비오디오(viodio)', 창작 플랫폼 '라이브(LAIVE)' 등을 잇달아 론칭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탑라인(매출)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피치덱에 따르면 포자랩스의 연도별 실적은 ▲2021년 매출 0.3억 원, 영업손실 -9억 원 ▲2022년 매출 1.3억 원, 영업손실 -22억 원 ▲2023년 매출 1.2억 원, 영업손실 -54억 원 ▲2024년 매출 3억 원, 영업손실 -59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4년간 누적된 영업손실만 144억 원에 달한다. 매출 성장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문 반면, 영업손실 폭은 축소되기는커녕 매년 급격히 불어났다. 업계에서는 포자랩스가 그동안 외부에서 수혈 받은 160억 원 이상의 투자 자금을 사실상 대부분 소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74명에서 14명으로… 뼈를 깎는 인력 감축, 성장판 닫히나
자금 압박이 거세지자 회사는 극단적인 비용 통제에 돌입했다. 포자랩스의 직원 수는 2024년 1월 기준 74명에 달했으나, 2026년 1월 현재 14명까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년 만에 전체 인력의 80% 이상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과도한 비용 관리와 인력 구조조정이 자칫 미래의 매출 성장마저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포자랩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한 B2B 맞춤형 서비스다. 기업 고객의 의도를 100% 반영하기 위해 AI가 생성한 멜로디에 후반 작업을 더 하고, 정교하게 미디 파일을 수정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실제로 과거 포자랩스는 음악 감독, 사운드 엔지니어 등 15명의 전문 음악가로 구성된 프로덕션 팀을 운영하며 기업의 디테일한 수정 요청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현재 남은 14명의 최소 인력만으로는 기존의 퀄리티를 유지하거나 공격적으로 B2B 영업망을 확대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2025년 흑자전환 실패 시 생존 '불투명'… AI 스타트업의 근본적 딜레마
포자랩스에게 2025년은 회사의 존폐를 가를 분수령이다. 올해 어떻게든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외부 자금 수혈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리서치가 개발한 오픈 소스 기반의 차세대 3D 오디오 규격 'IAMF' 생태계에 합류하고, AOMedia에 가입하는 등 기술적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것이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포자랩스의 위기는 비단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재 AI 스타트업 업계 전체가 마주한 구조적인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 주도의 파운데이션 모델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됨에 따라, AI 기능의 범용화(Commoditization)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혁신적이었던 AI 생성 기술들이 점차 누구나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본 기능이 되면서, AI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던 '제품 차별성'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생존의 기로에 선 AI 스타트업들은 거대 모델이 침범할 수 없는 "아주 깊은 특정 산업군의 비즈니스 로직을 완벽하게 점유" 하거나, "빅테크가 건드리기에는 시장 규모가 너무 작지만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틈새시장" 을 발굴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포자랩스 역시 수노(Suno), 유디오(Udio) 같은 글로벌 음원 생성 AI와의 차별화를 위해 '저작권 안전성'과 '미디(MIDI) 수정을 통한 B2B 맞춤 제작'이라는 깊은 비즈니스 로직을 파고들었으나, 충분한 시장 수요와 이익을 창출하는 데는 험난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결국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160억 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포자랩스가 2025년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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