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려했던 부산 예비유니콘 ‘슬래시비슬래시’의 추락 위기… 제2의 ‘슈피겐코리아’ 신화 가능할까?](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3/12/1773283091853-weoyzl.webp)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예비유니콘’으로 쾌속 질주하던 폰 액세서리 전문기업 슬래시비슬래시(SLBS)의 성장 가도에 뚜렷한 제동이 걸렸다. 유명 K팝 아티스트 및 글로벌 브랜드와의 화려한 협업을 앞세워 12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웠으나, 최근 심각한 영업 적자와 재고 급증, 인력 이탈 등 내부 건전성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휴대폰 액세서리 1호 상장기업인 슈피겐코리아의 탄탄한 성공 방정식을 회자하며, 슬래시비슬래시가 과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이뤄낼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 전 세계 150여 개 IP와 혁신 기술로 이룬 '폭발적 외형 성장'
2020년 7월 부산에서 설립된 슬래시비슬래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약 8년간 '갤럭시 S' 시리즈의 사용자경험(UX) 기획과 디자인을 담당했던 정용채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독자적인 'CAT(Content Activation Tag)' 시스템을 개발해, 스마트폰 케이스를 장착하기만 하면 배경화면과 아이콘 등 테마가 자동으로 변경되는 혁신적인 스마트 프로덕트를 선보이며 단숨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슬래시비슬래시의 가장 큰 무기는 압도적인 지식재산권(IP) 확장력이었다. 디즈니, 포켓몬, 미니언즈, 심슨, 마블 등 글로벌 캐릭터는 물론이고 방탄소년단(BTS), 스트레이 키즈, 씨엘(CL) 등 막강한 팬덤을 지닌 K팝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쏟아냈다. 최근에는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등 스포츠 분야와 크록스 등 패션 브랜드까지 150개가 넘는 IP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Z세대의 '폰꾸(스마트폰 꾸미기)' 트렌드를 선도했다.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회사의 외형은 급격히 팽창했다. 창업 첫해인 2020년 10억 원이던 매출은 2021년 29억 원, 2022년 108억 원을 기록하더니, 2023년에는 214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데 이어, 2024년에는 부산 지역 역대 두 번째로 '예비유니콘'에 등극하는 쾌거를 거뒀다.
■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그림자… '적자 전환'과 짙어지는 '유동성 경색' 우려
슬래시비슬래시는 이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2년 인탑스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IBK기업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은 데 이어, 2023년에는 GS리테일, KB국민카드 등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추정 기업가치는 약 380억 원 수준이었으며, 누적으로 12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최근 회사의 재무 상태와 수익성에는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매출액은 2023년 214억 원까지 뛰었으나, 막대한 비용 지출로 인해 2023년 영업손실이 -3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4년에는 성장을 견인하던 매출마저 221억 원으로 정체되었고, 영업손실은 -46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치덱의 데이터를 보면 회사의 자금 흐름과 건전성 악화는 더욱 명확해진다. 눈 여겨 볼 부분은 '재고'의 증가다. 2020년 14일에 불과했던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2024년 82일로 무려 6배 가까이 폭증했다. 재고가 창고에 쌓이면서 현금 전환 주기(Cash Conversion Cycle)가 길어지고, 이는 곧바로 자금줄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피치덱의 '상대적 CAPEX(설비투자) 지표' 기준으로 투자가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조직 내부의 동요도 심각하다. 2024년 60명이 넘던 직원 수는 올해 초 기준 30명대로 반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차입금이 꾸준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매출 성장마저 꺾임에 따라, 회사가 심각한 유동성 경색(자금 부족 현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 롤모델이 된 국내 1호 상장사 '슈피겐코리아'의 내실 경영
슬래시비슬래시가 현재의 늪에서 빠져나와 증시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모바일 액세서리 업계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슈피겐코리아의 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영 대표가 2009년 설립한 슈피겐코리아는 철저한 현장 중심 경영과 끊임없는 연구개발(전체 인력의 10% 이상을 R&D에 배치)을 통해 시장의 트렌드를 선점했다. '네오 하이브리드'와 '슬림 아머' 등 독보적인 기술력이 담긴 메가 히트 상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와 유럽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슈피겐코리아의 진짜 경쟁력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닌 '압도적인 수익성'과 '글로벌 B2C 채널 장악력'에 있었다. 상장 당시 북미 지역 대형 오프라인 매장(코스트코 등) 1,825개 점에 진출해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했으며, 전체 매출의 80~86%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그 결과, 2014년 코스닥 상장 전후로 20%대 중반이라는 동종 업계 대비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증명해 냈다.
■ 위기의 슬래시비슬래시, 과연 상장 골인할 수 있을까?
슬래시비슬래시는 최근 미국 LA, 일본 도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글로벌 거점을 확대하고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5'에 참가해 5개 국어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6~2027년경 KOSDAQ 상장을 목표로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유명 IP를 사 오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재무로 증명되었다. 슬래시비슬래시가 제2의 슈피겐코리아로 거듭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이뤄내려면, 케이스티파이 등과 같은 경쟁사를 상대로 경쟁우위를 점하고, 매출 성장 및 비용 절감을 통한 흑자 전환, 그리고 차입금 상환을 통한 유동성 확보라는 험난한 산을 반드시 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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