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망 의료 AI 벤처 '레이메드(RayMed)'가 방사성의약품(RPT) AI 솔루션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레이메드는 기존 수십 일이 걸리던 몬테카를로 연산을 1분 이내로 단축해 환자 맞춤형 정밀 치료계획을 세워주는 소프트웨어 '레이비전(RayDose)'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최근에는 안국약품과 전략적 투자 및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HLB펩과 '펩타이드+AI' 방사성 항암제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괄목할 만한 행보와 기술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레이메드는 좀처럼 실적을 내지 못한 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그 이면에는 단순히 벤처기업의 역량 부족을 넘어선 복합적인 산업 구조적 장벽과 심각한 재무적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 혁신 기술을 가로막는 산업 구조적 장벽
전문가들은 레이메드와 같은 방사성리간드 치료(RLT)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고전하는 이유로 다음의 산업적 한계를 지적한다.
1. 보수적인 임상 현장과 '책임 소재'의 딜레마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의 플루빅토(Pluvicto) 등 대표적인 방사성 항암제는 임상 단계부터 철저히 '고정 용량(Fixed dose)'으로 허가되었다. 환자마다 약물 분포 편차가 큼에도, 의사가 AI 소프트웨어의 권고에 따라 임의로 투여 용량을 늘렸다가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 소재가 의사, 병원, 소프트웨어 중 누구에게 있는지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임상의들은 가이드라인 위반 위험을 안고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2. 5~10년이 걸리는 험난한 세일즈 사이클과 인프라 비용
매출로 직결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 병원의 보안 시스템과 기존 영상 장비(PACS 등)에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든다. 도입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개념검증(PoC)부터 임상 논문, 인허가, 가이드라인 반영, 본격 확산까지 5~10년 단위의 긴 세일즈 사이클을 견뎌야만 실제 유료 라이선스 매출로 이어진다. 또한 방사성 의약품 특성상 반감기가 짧아 AI 고도화에 필요한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기도 어렵다.
3.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생태계 장악
글로벌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GE 헬스케어는 'MIM Software'를 앞세워 다양한 영상 장비와 호환되는 '벤더 중립성' 전략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또한 노바티스, 텔릭스(Telix) 같은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단계부터 자사 맞춤형 플랫폼을 통합하고 있어, 순수 독립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뼈아픈 재무 성적표… 불어나는 적자와 핵심 인력 이탈
이러한 구조적 장벽은 레이메드의 재무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회사의 매출은 2022년 6억 원, 2023년 7억 원, 2024년 8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인 반면, 영업손실은 2022년 5억 원, 2023년 6억 원에서 2024년 무려 18억 원으로 급증했다. 매출 규모 자체가 크진 않아서 유의미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매입채무 회전일이 2022년 14일에서 2024년 90일로 급격히 늘어난 것은 우려스러운 신호다.
최근 안국약품으로부터 추정 기업가치 175억 원에 2억 원을 투자받았고, 누적으로 약 40억 원의 투자금과 약 7억 원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32억 원에 달하고 있고, 구조상 2025년 흑자 전환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누적 투자금과 정부지원금을 소진 속도를 감안할 때,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당장 대규모 후속 투자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인력 유출이다. 취재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20명 가까이 되던 직원들은 대부분 퇴사하고, 현재는 등기임원 정도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셈이다.
■ 생존의 갈림길, 돌파구는 있나
결론적으로 레이메드가 푸는 과제인 '환자 맞춤형 정밀 투여'는 임상적으로 필요한 분야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진짜 크지만, 그 문제를 돈 내고 바로 해결해 주는 시장 구조가 아직 덜 성숙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의 재무적 위기와 인력 이탈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후속 투자를 유치하여 숨통을 틔우고, 어떻게든 상용화 시장을 개척해 유의미한 실제 라이선스 매출로 이어지게 만들어야만 회사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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