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스키장 산업①] 겨울의 실종과 벼랑 끝에 선 한국 스키 산업의 구조적 위기

[스키장 산업①] 겨울의 실종과 벼랑 끝에 선 한국 스키 산업의 구조적 위기

과거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며 연간 이용객 1000만 명 시대를 내다보던 한국의 스키장이 거대한 생존의 기로에 섰다. 2011년 약 686만 명에 달했던 전국 스키장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46만 명 수준까지 폭락했고, 2023년 기준 443만~458만 명 선에 머물며 전성기의 60% 수준을 회복하는 데 그쳤다. 과거 17개에 달했던 스키장 중 2010년 이후 5곳이 누적 적자로 인해 폐장했으며, 특히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강원 고성군의 알프스 스키장 등은 방치된 채 철거 비용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흉물로 전락해, 스키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지역 상권과 경제 공동체마저 연쇄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13년의 기후 데이터가 증명하는 '겨울의 실종'

스키 산업 붕괴의 가장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기후 변화'다.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13년(1912~2024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13년간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1℃씩 뚜렷하게 상승해 왔다. 특히 계절별 기온 상승 추세는 스키장 운영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 봄철(+0.28℃)과 겨울철(+0.24℃)에 가장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스키 리조트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100일 이상, 30cm 이상의 눈이 쌓여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100일 규칙'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난 113년간 눈일수는 10년당 0.74일씩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였고, 최근 10년(2015~2024년)의 눈일수는 과거 113년 평균 대비 무려 5.5일이나 줄어들었다. 한파일수(-1.2일), 서리일수(-17.3일), 결빙일수(-4.5일) 등 추위를 나타내는 모든 저온 극한기후지수가 최근 10년 사이 급감하며, 눈이 내리고 얼어붙어야 할 겨울의 환경 자체가 근본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비선형적 기후 리스크가 스키장 매출에 미치는 타격

이러한 기후 변화는 스키장의 경제적 수익 구조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2018년부터 2019년까지의 신용카드 지출액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스키 관광 수요는 날씨 요소와 뚜렷한 '비선형 관계'를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별 스키장 지출액은 일일 최고기온이 -13℃에서 -4℃ 사이일 때 가파르게 증가하여 -2℃ 구간에서 최댓값을 유지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온이 오르면 수익이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24시간 내 쌓인 눈의 양을 뜻하는 최심신적설이 1.2cm에 달할 때까지는 지출액이 증가하지만, 그 이상 눈이 쌓여 4.8cm에 이르면 시야 확보 및 도로 이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오히려 수익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일강수량(비)의 증가는 모든 구간에서 스키장 지출액을 급감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눈 대신 비가 잦아지고 영상의 기온이 반복되는 현대의 겨울은 스키장 입장권뿐만 아니라 장비 대여, 식음료 소비 등 복합적인 매출 구조 전체를 허물고 있다.

인공설 90% 의존의 딜레마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변비용

온난화로 자연설이 부족해지면서 한국 스키장들은 슬로프 유지를 위해 인공설에 90%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는 자연설 자원이 풍부한 일본 북부(20%), 스위스(53%), 오스트리아(70%) 등 해외 스키장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문제는 인공설을 효율적으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영하 3도 이하의 기온과 습도 50% 이하라는 엄격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온이 오르면 눈이 쉽게 녹아 인공눈을 다시 깔아야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데, 유럽의 경우 1km 슬로프에 눈을 까는 데만 약 4천만 원에서 6천만 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모된다.

한국 역시 치솟는 전기료와 막대한 수자원 소모, 눈 관리 비용의 증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게다가 인공눈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눈의 질(설질)이 급격히 나빠졌고, 이는 빙판 같은 슬로프에서 부상 위험을 높여 이용객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발길을 끊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대기업이나 대형 건설사들이 리조트를 지으며 '스키 콘텐츠' 본연의 투자보다는 '콘도 분양 수익'이라는 부동산 모델에만 기대어 온 태생적 한계가 맞물리면서, 운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데 이를 만회할 질적 성장은 정체된 완벽한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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