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안경 산업 분석 ②] 안경산업의 빛과 그림자..기술료 '0원'의 눈물, 실속 챙기는 외국 자본, K-안경의 희망

[안경 산업 분석 ②] 안경산업의 빛과 그림자..기술료 '0원'의 눈물, 실속 챙기는 외국 자본, K-안경의 희망

"시력 검사는 공짜?" 기술료 '0원'의 눈물... 안경산업의 빛과 그림자

"차 값 수준 장비 들여도 기술 가치 인정 못 받아"

렌즈 시장 '토종 간판' 케미·대명, 알고 보니 주인은 프랑스·일본

'블루엘리펀트' 영업이익률 42%... 젠틀몬스터·루이비통 이익률 제친 '괴물 신인'

"안경원은 마진이 90%라 절대 망하지 않는다." 시중에는 안경 산업을 둘러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 아래 감춰진 현장의 현실은 정반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폐업하는 순간 막대한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못' 망하고 버티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안경 산업 기획 두 번째 순서로, 고비용 구조와 기술 경시 풍조에 신음하는 안경원의 현실, 그리고 '국산'의 탈을 쓰고 국내 안경 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외국 거대 자본의 구조를 심층 취재했다. 더불어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명품 기업을 압도하는 이익률로 돌풍을 일으키는 토종 기업의 활약상을 조명한다.

'차 한 대 값' 검안기 들이지만... 기술료는 '0원'

안경 산업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다. 서울 도심에서 안경원을 창업하려면 권리금과 인테리어, 초도 물량 확보에만 약 7억 원에서 8억 원이 소요된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용은 고가의 '검안 장비'다. 현장 안경사들은 "정확한 시력 검사를 위해 도입하는 검안 기계 한 대 값만 해도 '차 한대 값' 가격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비싼 장비를 들이는 이유는 오직 고객에게 더 편안하고 정확한 안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이 투자가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시력 검사비(검안비), 조제 가공비, 피팅비가 별도로 책정되어 전문가의 기술 가치를 인정받는다. 반면 한국은 제품 마진에 모든 서비스 비용을 녹여야 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인터넷 최저가 안경테 가격과 안경원의 판매가를 단순 비교하며 "폭리를 취한다"고 오해하기 일쑤다.

수익성 지표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내 안경 가맹점의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월 3,200만 원 수준이지만, 평균 영업이익은 366만 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약 11.4%로, 겉으로 보이는 매출 규모에 비해 실속은 없는 '빛 좋은 개살구'다. 안경 교체 주기가 약 2년 7개월로, 화장품(3~6개월)이나 운동화(연 4~6회)에 비해 현저히 긴 것도 구조적인 매출 부진의 원인이다.

국산 렌즈인 줄 알았는데... 외국 자본이 싹쓸이

소매점들이 과당 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기를 하는 동안, 정작 돈을 버는 곳은 렌즈와 프레임(안경테)을 공급하는 제조 및 도매 유통사들이다. 놀라운 점은 소비자들이 흔히 접하는 '국산 브랜드'의 대다수가 실제로는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다는 사실이다.

국내 안경 렌즈 시장은 사실상 외국 기업이 장악했다. 매출액 기준 상위 6개 기업(케미그라스, 대명광학, 에실로코리아, 한국호야렌즈, 칼자이스비전코리아, 데코비전) 모두가 외국 자본 소유거나 외국 기업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종 1위' 기업들의 현주소다. 국내 렌즈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는 '케미그라스'와 '데코비전'은 이미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인 세계 최대 안경 기업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에 인수됐다. 에실로룩소티카는 직진출 법인인 에실로코리아까지 포함해 한국 시장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케미그라스는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알짜 회사지만, 그 과실은 고스란히 유럽 본사로 흘러간다.

또 다른 토종 유력 기업인 '대명광학' 역시 일본의 렌즈 거인 '호야(HOYA)'가 소유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가 "국산 렌즈 주세요"라고 말하며 케미나 대명 제품을 선택해도, 결국 수익은 에실로룩소티카나 호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다.

안경테(프레임) 시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출 1,000억 원대의 '룩소티카코리아'와 구찌 등을 유통하는 '케어링 아이웨어' 등 해외 직진출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국내 제조사 중 매출 규모가 큰 '한국오지케이(OGK)' 역시 사모펀드(PE)가 소유하고 있어, 순수 국내 자본이 주도하는 대형 제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젠틀몬스터' 제친 괴물 신인 '블루엘리펀트'... K-안경의 희망

외국계 자본의 공세 속에서도 차별화된 브랜딩으로 놀라운 성과를 내는 토종 기업들의 약진은 희망적이다. 특히 최근 업계의 시선은 혜성처럼 등장한 '블루엘리펀트(BLUE ELEPHANT)'에 쏠리고 있다.

블루엘리펀트는 2022년 매출 10억 원 수준에서 2024년 매출 300억 원으로 불과 2년 만에 30배 성장을 이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익성이다. 이 회사의 2024년 영업이익은 12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42.7%에 달한다.

이는 'K-안경'의 신화로 불리는 젠틀몬스터(아이아이컴바인드)의 영업이익률 36.8%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명품 제국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영업이익률 23.1%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블루엘리펀트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며 2030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젠틀몬스터 역시 건재하다.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024년 매출 약 6,234억 원, 영업이익 2,292억 원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현금전환주기(CCC)를 2022년 169일에서 2024년 75일로 대폭 단축하며, 만들면 팔리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안경 소매 유통 시장에서도 토종 기업의 분전이 돋보인다. 콘택트렌즈 전문 체인 '오렌즈'를 운영하는 '스타비젼'은 2023년 매출 1,400억 원, 영업이익률 34.0%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냈다. 전통의 강자 '다비치안경체인' 역시 1,459억 원의 매출, 영업이익률 10.8%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존재감을 지키고 있다.

한국 안경 산업은 현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소매점은 출혈 경쟁에 신음하고 제조 시장은 외국 자본에 종속됐지만, 블루엘리펀트 같은 '슈퍼 루키'들은 브랜드가 곧 경쟁력임을 증명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가격 경쟁이 아닌,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와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만이 글로벌 공룡들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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