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어벤져스 VFX팀' 모였던 이브이알스튜디오, 2년 연속 의견거절…사실상 파산 수순

 '어벤져스 VFX팀' 모였던 이브이알스튜디오, 2년 연속 의견거절…사실상 파산 수순

할리우드 거장들과 누적 600억 원 투자 유치, 빛나던 과거

2016년 설립된 이브이알스튜디오는 리얼타임 디지털 휴먼과 가상현실(VR), 콘솔 게임 개발 등 메타버스 붐을 타고 화려하게 등장한 차세대 미디어 기업이었다. '트랜스포머', '킹콩', '캐리비안의 해적'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명량', '신과 함께' 등 국내 대작 영화의 시각특수효과(VFX)를 담당했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콘텐츠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상은 글로벌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19년 글로벌 게임엔진 개발사인 에픽게임즈로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언리얼 데브 그랜트(Unreal Dev Grant)'를 수상했으며, 제작에 참여한 실감형 콘텐츠 '기생충 VR'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되었다. 또한, 시인 윤동주의 삶을 다룬 '시인의 방 VR'은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이머시브 부문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브이알스튜디오는 제일기획, 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한 다수의 투자기관으로부터 전환사채 약 200억 포함해서 누적 6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었다. 여기에 상장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면서 기업공개(IPO)까지 준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특히 인기 웹툰 '무당'의 IP를 기반으로 허성태, 이홍내 등 유명 배우들을 디지털 휴먼화해 접목시킨 AAA급 콘솔 게임 '프로젝트 TH(Project TH)' 개발 소식은 많은 게이머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와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으로 인한 극심한 재무적 출혈이 자리 잡고 있었다. 회사의 요약 손익계산서와 사업보고서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부터 지속적인 막대한 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회사의 매출액은 2019년 약 645만 원에서 출발해 2021년 약 6억 원, 2022년 약 16억 원, 2023년 약 23억 원으로 점진적인 외형 증가세를 보였고, 2024년에도 약 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게임 개발과 기술 연구에 막대한 영업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됨에 따라 당기순손실은 2019년 약 42억 원 수준에서 2022년 약 120억 원, 2023년 약 166억 원, 2024년 약 154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급기야 2025년에는 매출이 65만 원으로 급감하며 사실상 영업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에 이르렀으며, 한 해 동안에만 약 8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추가로 기록했다.

이러한 참담한 재무 성적표는 외부 감사보고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24년에 제출된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서는 대규모 순손실과 유동부채 초과 등으로 인해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강조사항으로 기재되며 본격적인 경영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가 켜졌다. 결국 이어진 2024년도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유의적인 의문과 주요 감사 증거 확보의 제약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2026년에 제출된 2025년도 재무제표 역시 또다시 '의견거절'을 받으며 2년 연속 퇴출 위기 상태에 놓였다.

■ 직원 '0명' 개점휴업 상태… 'Project TH' 비전 입증 못하면 파산 불가피

극심한 재무 악화는 곧 조직의 전면적인 와해로 이어졌다. 2023년까지만 해도 170명이 넘는 개발 및 그래픽 전문 인력이 대작 프로젝트 개발에 매달려 있었지만, 계속된 투자금 고갈과 자금난 속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되었다. 결국 2025년 말 기준 이브이알스튜디오에 남아있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는 사실상의 개점휴업 상태다.

현재 이브이알스튜디오의 재무 상태는 부채가 너무 많아 단순 폐업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2025년 말 기준 회사의 총부채는 총자산(약 7억 6천만 원)을 압도적으로 초과해, 현재 부채가 자산을 약 267억 원이나 초과하는 심각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스스로 부채를 상환할 자력 구제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만큼, 회사는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려 파산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원에서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고 승인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으로 '회사를 계속 운영할 때 발생하는 가치(계속기업가치)'가 '지금 당장 회사를 찢어서 팔 때의 가치(청산가치)'보다 크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이브이알스튜디오는 남아있는 직원이 전무하고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이므로, 법원에 청산가치 이상의 계속기업가치를 증명하기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과거 회사가 사활을 걸었던 AAA급 콘솔 게임 '프로젝트 TH'나 미래지향적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 등 향후 수익 모델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재기 가능성을 법원에 명확히 소명하지 못한다면, 회생 신청은 기각되고 회사는 곧바로 파산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할 위험이 매우 커 보인다.

뉴스에포크 데이터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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