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생태계가 점차 기업화되면서,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대형 채널들 이면에 이른바 '유튜브 속삭임꾼(YouTube whisperers)'으로 불리는 전문 자문가 및 기획사 계층이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대표적인 유튜브 전략가인 패디 갤러웨이(Paddy Galloway)는 야생동물 유튜버 포레스트 갈란테(Forrest Galante)의 채널 데이터를 분석해 "영상에 거북이가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 이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짚어내며 알고리즘의 맹점을 간파했다. 또한 그는 스포츠 크리에이터 제서(Jesser)의 채널을 컨설팅해 구독자를 300만 명에서 4,10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세계 1위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Beast) 등 거대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기획부터 썸네일 선정, 시청자 이탈 시점 파악까지 채널 운영 전반을 컨설팅받기 위해 기꺼이 월 1만 5,000달러 이상의 높은 자문료를 지불하며 이들을 찾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트레져헌터 등 1세대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들이 '유튜버 소속사'로 불리며 시장을 선점했지만, 최근 성장통을 겪으며 체질 개선을 강요받고 있다.
1세대 MCN들의 가장 큰 약점은 만성적인 적자 구조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21년 1,137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영업손실은 121억 원에 달했으며,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이는 크리에이터 영입을 위한 출혈 경쟁과 대규모 제작 인력 유지 등 고정비 부담이 큰 데 반해, 수익 구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 광고 수익의 45%는 구글이 가져가고 크리에이터가 55%를 받는데, MCN은 그 크리에이터 수익의 20%만을 배분받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1세대 MCN들은 단순 '중간 관리자' 역할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창업자인 이필성 대표가 이사회 의장 겸 최고성장책임자(CGO)로 물러나고 재무 전문가인 차병곤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연내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이들은 크리에이터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굿즈, 출판,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등 IP·커머스 부문 매출을 100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고마진 사업으로의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처럼 1세대 MCN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 고도화의 실질적인 수혜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크리에이터와 밀착해 확실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부가가치를 직접 창출하는 '스튜디오에피소드'나 '메타코미디' 같은 전문 기획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종합 콘텐츠 기업 캐리소프트에 인수된 '스튜디오에피소드'는 추성훈, 주우재, 강형욱 등 누적 조회수 1억 회 이상의 대형 채널들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광고 수익에 의존하던 기존 MCN과 달리, 크리에이터와 팬덤을 연결해 직접 제품을 기획 및 생산하는 자체 브랜드(PB) 비즈니스로 폭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주우재가 직접 기획한 후드 집업은 출시 2주 만에 주문액 20억 원을 달성했으며, 자체 뷰티 브랜드 넛세린은 3년 만에 약 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콘텐츠가 곧 구매로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커머스 모델을 증명했다.
또한 국내 최초의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는 정영준 대표의 안목을 바탕으로 피식대학, 숏박스, 뷰티풀너드 등 대형 채널을 성공시키며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정 대표는 코미디를 '라면부터 파인다이닝까지'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는 콘텐츠로 정의하며, 각 채널에 고유의 세계관을 부여했다. 최근에는 '메타코미디아카데미(MCA)'를 개원해 무명(Nobody)의 인재를 가장 앞단에서부터 발굴해 슈퍼스타(Somebody)로 키워내는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관련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터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순한 중간 거래상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향후 유튜브 생태계는 크리에이터와 철저히 동행하며 IP 비즈니스 확장을 주도하고 정교한 알고리즘 전략을 제시하는 '유튜브 속삭임꾼' 형태의 기획사들이 독자적인 핵심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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