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6.18 THUTHURSDAY, JUNE 18, 2026

AI의 역설: 인건비를 추월한 컴퓨팅 비용과 '토큰 맥싱'의 시대

AI의 역설: 인건비를 추월한 컴퓨팅 비용과 '토큰 맥싱'의 시대

인공지능(AI) 혁명의 최전선에서 예상치 못한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간 근로자를 AI로 대체하려 하지만, 현실에서는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용이 인건비를 훌쩍 넘어서는 현상이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직원 월급보다 컴퓨팅 비용이 더 든다"

가장 충격적인 고백은 다름 아닌 'AI 골드러시'에 칩을 팔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엔비디아(Nvidia) 내부에서 나왔다. 엔비디아의 응용 딥러닝 부문 부사장인 브라이언 카탄자로(Bryan Catanzaro)는 최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경우, 컴퓨팅 비용이 직원들의 인건비를 훨씬 초과한다"고 밝혔다.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엔비디아마저 이러한 상황이라면, 일반 기업들이 체감하는 비용 압박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AI 도입으로 인한 예산 초과 사태가 속출하며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버(Uber)를 들 수 있다. 우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프라빈 네팔리 나가(Praveen Neppalli Naga)는 회사 실시간 코드 업데이트의 11%를 AI 에이전트에 맡기는 등 코드 생성 도구 활용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그 결과, 2026년 한 해 동안 사용하기로 계획했던 AI 예산을 불과 4개월 만에 모두 소진하여 예산 편성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비용 충격이 보고되고 있다. 스완 AI(Swan AI)의 최고경영자(CEO) 아모스 바-조셉(Amos Bar-Joseph)은 단 4명으로 구성된 자신의 팀이 한 달 동안 사용한 앤스로픽(Anthropic) AI 비용으로 무려 11만 3천 달러(약 1억 5천만 원)가 청구되었다는 사실을 링크드인에 자랑스레 공개했다. 이는 직원 1인당 월 2만 8천 달러에 달하는 금액으로, 웬만한 개발자의 월급을 아득히 초과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러한 비용 급증은 개별 기업의 씀씀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출 관리 기업 트로픽(Tropic)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AI 소프트웨어 수수료는 20%에서 37%까지 가파르게 급등했다. 이에 따라 점차 AI 구독 모델이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이른바 '가격 한계(Pricing Wall)'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 맥싱(Tokenmaxxing)' 현상: 과시가 된 비용 지출

이러한 비용 급증의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의 행동 양식 변화도 있다. 이른바 '토큰 맥싱(Tokenmaxx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가 연간 25만 달러어치의 토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매우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말하며, 엔지니어들의 생산성을 토큰 사용량과 결부시켰다. 이에 자극받은 일부 엔지니어들은 토큰 사용량을 자신의 생산성을 증명하는 과시 수단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메타(Meta)의 직원들은 30일 동안 무려 60조 개의 클로드(Claude) 토큰을 소진했으며, 스톡홀름의 한 엔지니어는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돈을 토큰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간이 AI보다 저렴한 이유: 환상과 현실의 괴리

기술 기업들은 비용 효율성을 명목으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해 왔다. 2026년에만 100개에 가까운 기업에서 9만 2천 명 이상의 기술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에만 AI 관련 지출에 약 7,4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2024년 MIT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AI 대체'가 아직 시기상조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AI 자동화가 경제적으로 타당한 경우는 전체 직무의 약 23%에 불과하며, 나머지 77%의 작업에서는 여전히 인간 근로자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비용 효율적이라고 결론지었다. AI를 도입하더라도 환각이나 시스템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끊임없는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며, 구현 비용과 하드웨어 유지보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비싼 토큰 연소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기본적인 코딩 작업을 수행할 주니어 개발자를 다시 고용하고 있다는 뼈있는 농담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일부 개발자들과 기업들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최첨단 거대 언어 모델 대신, 젬마4(Gemma4)와 같은 로컬 모델이나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며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려 시도하고 있다.

스위스 인공지능 연구소의 키스 리(Keith Lee)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단기적인 불일치(short-term mismatch)"라고 진단한다. 서류상의 경제성과 실제 기업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 모델을 실행하는 비용이 떨어지고 인프라가 개선되면 경제성이 바뀔 것"이라며, AI가 단지 저렴해지는 것을 넘어 대규모로 예측 가능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비용 효율성이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들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작정 막대한 토큰을 소모하기보다는, 진정한 투자 대비 수익률과 운영 효율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하는 전환점에 섰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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