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1,000호점을 돌파했던 카페베네가 저가 커피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 기존 카페베네보다 가격과 매장 규모를 낮춘 ‘카페베네 익스프레스’를 앞세워 가맹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시스템에 따르면 ㈜카페베네는 지난 21일 카페베네 익스프레스 정보공개서를 신규 등록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0원으로 낮춰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등이 장악한 저가 커피 시장을 겨냥했다. 카페베네는 한때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장을 상징하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무리한 점포 확장과 해외 사업 부진으로 경영권이 사모펀드와 해외 투자자에게 넘어갔고, 2018년에는 기업회생절차까지 밟았다. 현재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익스프레스가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3㎡ 매장에 창업비용 8,990만원…아직 개점 실적은 ‘0’
카페베네 익스프레스는 소규모 매장과 테이크아웃 수요를 겨냥한 브랜드다.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기준 점포 면적은 33㎡, 약 10평이다. 가맹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총 8,990만원이다. 가입비 330만원, 교육비 300만원, 보증금 220만원, 인테리어와 장비 등을 포함한 기타 비용 8,140만원으로 구성된다. 33㎡ 기준 인테리어 비용은 1,980만원으로, 3.3㎡당 198만원이다. 최초 가맹계약 기간은 3년, 갱신 기간은 1년이다.
카페베네 익스프레스는 이제 막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단계다.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2025년 말 기준 직영점과 가맹점은 모두 0개다. 아직 실제 매장 매출이나 폐점률, 가맹점 수익성을 판단할 자료가 없다는 뜻이다. 초기 투자 부담이 경쟁 브랜드보다 낮은 것도 아니다. 2025년 등록 정보공개서에서 메가MGC커피의 33㎡ 기준 가맹점사업자 부담금은 7,847만원이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카페베네 익스프레스가 1,143만원, 약 14.6% 높다. 다만 브랜드별로 장비와 초도물품, 별도공사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개점비용은 점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카페베네 익스프레스가 공략해야 할 시장은 이미 대형 저가 커피 브랜드가 규모를 확보한 상태다. 2025년 등록 정보공개서 기준 가맹점 수는 메가MGC커피 3,325개, 컴포즈커피 2,649개, 이디야커피 2,562개, 빽다방 1,712개다. 같은 기준에서 기존 카페베네 가맹점은 96개, 직영점은 3개로 전체 매장은 99개다. 메가MGC커피와 비교하면 가맹점 수가 약 35분의 1, 빽다방과 비교해도 약 18분의 1에 불과하다.
가맹점 평균 매출에서도 차이가 난다. 카페베네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은 1,604만원으로 연간 환산 시 약 1.92억이다. 메가MGC커피는 3.88억, 빽다방은 3.24억, 컴포즈커피는 2.72억이다. 카페베네는 각각 메가MGC커피의 49.5%, 빽다방의 59.3%, 컴포즈커피의 70.8% 수준이다. 다만 이디야커피의 연평균 매출 1.95억과는 큰 차이가 없다.
901개 국내 매장에 해외 99개…‘1,000호점 신화’의 이면
카페베네는 2008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뒤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다. 2013년 8월 19일에는 국내 901개, 미국과 중국 등 5개국 해외 매장 99개를 합쳐 1,000호점을 돌파했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가 국내외 매장을 합쳐 1,000개를 넘어선 첫 사례였다. 외형도 빠르게 커졌다. 2012년 연결 기준 매출은 2,207억, 영업이익은 66억이었다. 당시 스타벅스코리아와 이디야커피 등을 제치고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인테리어와 장비 공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문제로 지적됐다. 카페베네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2008년 1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735개 가맹점에 대해 인테리어 시공과 장비·기기 공급을 본사 또는 지정업체와 거래하도록 했다. 카페베네가 이 기간 인테리어와 장비 공급으로 올린 매출은 1,813억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의 55.7%에 달했다. 단순히 커피와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보다 신규 가맹점 개설에 따른 인테리어와 장비 매출이 성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셈이다. 공정위는 2014년 가맹점의 거래상대방 선택을 제한하고 통신사 제휴 할인 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긴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억4,2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고액이었다.
매장 확장과 함께 추진한 해외 사업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법인에 자금이 투입됐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미국법인은 132억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카페베네 매출은 817억으로 줄었고 100억대 영업손실을 냈다. 순손실은 336억까지 불어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갔다.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도 매각했다. 카페베네는 2014년 11월 서울 청담동 토지와 사옥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363억을 조달했다. 그러나 해외 사업과 재무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3 이어 한류벤처스가 165.9억 투입…‘일괄 M&A’는 아냐
카페베네의 소유구조는 경영난이 본격화한 2014년부터 크게 바뀌었다. 카페베네는 2014년 K3제5호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대상으로 상환전환우선주 149만1,300주를 발행했다. 발행가격은 주당 1만5,000원으로 총 223.7억 규모였다. K3제5호는 2015년 12월 28일 보유 우선주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하며 지분 84.2%를 확보했다. 최대주주가 K3 측으로 바뀌면서 창업자 김선권 전 회장의 지분율은 49.5%에서 7.3%로 낮아졌다. 카페베네의 경영권이 창업자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넘어간 시점이다.
2016년에는 해외 자본이 들어왔다. 싱가포르 식품기업 푸드엠파이어와 인도네시아 살림그룹이 공동 설립한 한류벤처스가 카페베네 신주를 165.9억에 인수했다. 한류벤처스의 지분율은 38.44%가 됐고, 신주 발행으로 K3 측 지분율은 52.02%로 낮아졌다. 한류벤처스는 이후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2016년 말과 2017년 초 총 110억을 대여한 데 이어 2017년 6월 약 58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증자 발표 당시 예상 지분율은 45.8%였다. 다만 푸드엠파이어가 2018년 회생절차 과정에서 공시한 회생계획 시행 전 지분율은 44.8%로, 1%포인트 차이가 발생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계속된 자금 수혈에도 경영 정상화가 지연되자 카페베네는 2018년 1월 12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5월 회생채권의 3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70%를 10년에 걸쳐 현금으로 분할 변제하는 회생계획을 인가했다. 서울회생법원 제12파산부는 2018년 10월 11일 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했다. 회생 신청 약 9개월 만이었다. 회생계획에 따른 출자전환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자들도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출자전환 과정에서 한류벤처스의 지분율은 37.61%로 조정됐지만, 다른 주주 지분이 더 크게 희석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2024년 말 기준 지분율은 한류벤처스 37.6%, 시리우스에쿼티파트너스 25.1%, 산업은행 관련 주주 11.5%, 기타 주주 25.8%다.
시리우스에쿼티파트너스는 과거 카페베네에 투자한 K3에쿼티파트너스가 2017년 10월 사명을 바꾼 회사다. 현재 카페베네 경영은 시리우스에쿼티파트너스 대표이사이기도 한 박그레타 대표가 맡고 있다. 최대주주는 한류벤처스지만 경영은 기존 K3 계열 경영진이 담당하는 구조다.
매출 6년 새 258억에서 42.5억…10년 전 저가 브랜드 실패도 부담
회생절차를 졸업한 뒤에도 카페베네의 외형 축소는 계속됐다. 정보공개서상 별도 기준 매출은 2019년 258억에서 2021년 181.1억, 2023년 124.5억, 2024년 74.5억으로 감소했다. 2025년 매출은 42.5억으로 전년보다 42.9% 줄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6년 동안 83.5% 감소한 것이다. 영업손실은 2024년 9.7억에서 2025년 2.3억으로, 순손실은 14.4억에서 5.2억으로 축소됐다.
카페베네가 저가 커피 브랜드를 시도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4월 홍대입구역 인근에 ‘바리스텔라’ 1호점을 선보였다. 약 20평 규모의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으로, 슈퍼사이즈 아메리카노 가격을 2,9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기존 카페베네 점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별도 브랜드를 통해 기존 카페베네의 영업지역 제한을 우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세컨드 브랜드가 기존 매장의 고객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카페베네는 결국 바리스텔라를 독립적인 저가 커피 브랜드로 확대하려던 계획을 접고 기존 카페베네 브랜드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카페베네 익스프레스는 10여 년 전 바리스텔라와 달리 카페베네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별도 브랜드를 통한 영업지역 우회 논란은 줄일 수 있지만, 기존 카페베네 매장과의 가격 차이와 브랜드 내부 경쟁은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 저가 커피는 낮은 가격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대규모 가맹망을 바탕으로 원재료 조달비와 물류비를 낮추고, 많은 판매량으로 점포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1,000호점 신화를 썼던 카페베네가 2,000원 커피로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지, 10년 전 저가 브랜드 도전에서 불거졌던 갈등과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이번 재도전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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