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7 TUETUESDAY, APRIL 7, 2026

이대 앞 작은 구두점에서 K-패션 기대주로, 그리고 M&A 매물로… 50년 명가 ‘세라(SAERA)’의 엇갈린 운명

이대 앞 작은 구두점에서 K-패션 기대주로, 그리고 M&A 매물로… 50년 명가 ‘세라(SAERA)’의 엇갈린 운명

1978년 이대 앞 구두점에서 시작된 40년 이상의 '수제화 명가' 탄생

세라블라썸코리아(구 세라제화)의 역사는 1978년 창업주 박일영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 세운 작은 제화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한국 여성의 발 형태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라스트(구두골)를 개발하며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고품질 수제화의 기준을 제시해 왔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공식 협찬사로 이름을 알렸으며, 특히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장시간 신어도 편안한 '승무원 구두'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27세에 가업을 이은 박세광 대표 체제에서 1998년 백화점 유통을 시작했고, 단순한 신발 제조를 넘어 패션 전체를 아우르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법인명을 '세라블라썸코리아'로 변경하며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편안함을 강조한 자체 브랜드 '네츄럴플렉스(NaturalFlex)'를 성공적으로 론칭했으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수출바우처 지원을 받아 호주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일본 도쿄페어에 참가해 현지 파트너사(M2O)와 계약을 맺고 일본 전역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전성기를 누렸다. 한때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50여 개까지 늘리며 한국 대표 제화 브랜드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자료: 세라 홈페이지]

코로나19가 앞당긴 위기, 매출 76% 폭락과 '좀비기업' 전락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택근무와 자율 복장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정장용 여성화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고, 해외 브랜드와 국내 저가 신생 브랜드의 약진이 겹치며 브랜드 경쟁력을 크게 상실했다. 여기에 남양주 별내 카페거리 부동산 투자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가 유동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길었던 업력에 비해 재무는 생각 보다 빠르게 무너졌다. 2022년 262억 원이던 매출액은 2023년 206억 원으로 감소했고, 이 시기 회사는 10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간신히 자본을 수혈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매출이 1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나 폭락했으며, 매출원가와 판관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54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냈다. 2025년 매출은 또다시 반토막이 나 6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특수관계자인 에스알디자인컴퍼니 등에 대한 대손상각비 18.5억 원을 계상하며 자산 가치마저 크게 붕괴되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이었다. 기업은행 등 금융권 차입금의 이자율이 최고 11%에 육박하면서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끔찍한 '좀비기업' 상태가 이어졌다.

2년 연속 '의견거절'과 험난한 회생절차, 그리고 매각을 통한 돌파구 모색

현금이 바닥난 세라블라썸코리아는 결국 2024년 7월 1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인가가 나지 않았고, 2025년 10월 15일 수원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재신청하는 등 몹시 불안정한 법적 지위에 놓여 있다. 외부 감사인인 한미회계법인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고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며 2024년(제30기)과 2025년(제31기) 연속으로 감사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벼랑 끝에 몰린 회사는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통해 생존을 모색 중이다. EY한영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및 외부 자본 유치에 나섰다. 비록 회사는 위기에 처해 있으나, 투자은행(IB) 업계는 세라블라썸코리아가 남성화와 스니커즈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 중이며, 일본 등 해외 진출 인프라를 갖춘 점을 들어 'K-패션'으로서의 리포지셔닝 잠재력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결국은 M&A과정에서 가격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범롯데 2세’로 알려진 최강용 CY그룹 회장이 자본 확충 및 경영 정상화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전해지며, 이것이 향후 회사의 재도약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에포크 데이터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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