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5.21 THUTHURSDAY, MAY 21, 2026

대고객 사과의 진정성이 가른 명운…1세대 인플루언서의 신화 '임블리'의 몰락

대고객 사과의 진정성이 가른 명운…1세대 인플루언서의 신화 '임블리'의 몰락

1세대 패션·뷰티 인플루언서 임지현 씨를 내세워 연 매출 1000억 원을 목전에 두며 승승장구했던 '임블리(운영사 비티지·구 부건에프엔씨)'가 결국 쓸쓸한 퇴장을 앞두고 있다. 특정 인플루언서의 팬덤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와 경영진의 위기관리 실패가 맞물리면서, 한때 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기업은 완전자본잠식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임블리' 신화의 탄생과 화려했던 전성기

임블리의 운영사인 비티지는 2010년 '부건에프엔씨'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인플루언서인 임지현 상무를 브랜드의 간판으로 내세운 여성복 쇼핑몰 '임블리'와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는 1030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임 씨가 착용한 옷이나 바른 화장품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기 무섭게 품절 사태를 빚는 등 막강한 팬덤을 자랑했다.

그 결과 회사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17년 661억 원이던 매출은 2018년 970억 원으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3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크게 뛰며 회사 창립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스타일난다'와 함께 1세대 패션 인플루언서 쇼핑몰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높은 기업가치가 거론 되기도 했다.

엇갈린 운명…'호박즙 곰팡이' 사태와 최악의 위기관리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신화는 2019년 이른바 '호박즙 곰팡이 사태'를 계기로 처참히 무너졌다. 당시 임블리에서 판매한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었다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랐다.

이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대처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회사는 이미 소비자가 먹은 것은 제외하고 남은 수량에 대해서만 교환해 주겠다는 무성의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불만이 폭주하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비판 댓글을 삭제하는 등 소통의 문을 닫아버렸다. 심지어 사과문을 올린 지 불과 하루 만에 자신들을 비판하는 SNS 계정과 악성 댓글에 대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경고문을 게재하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비슷한 시기 부적절한 광고 문구 논란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하고 전 직원 역사 교육 및 피해자 단체 방문 등을 실행했던 '무신사'의 위기관리와 대조되며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초기 대응 실패는 곧 대규모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졌고, 명품 카피 논란, 동대문 상인 대상 갑질 논란 등 숨겨져 있던 문제들까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키맨 리스크' 현실화와 구조적 적자의 늪

특정 개인의 팬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키맨 리스크(Key-man Risk)'는 치명적이었다. 신뢰가 무너지고 팬덤이 돌아서자 실적은 수직 낙하했다.

호박즙 사태가 강타한 2019년 매출은 453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영업손실 131억 원과 당기순손실 185억 원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 전환했다. 대중의 뭇매를 맞은 부건에프엔씨는 2020년 사명을 '비티지'로 변경하며 이미지 쇄신을 꾀했으나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2022년 11월, 브랜드를 이끌던 임지현 씨는 9년간 이어오던 패션 사업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브랜드 가치가 소멸한 상황에서도 전성기 시절 막대하게 확장해 놓은 오프라인 매장, 물류센터, 대규모 인력 등 막대한 고정비는 기업의 목을 강하게 졸랐다. 2020년 210억 원, 2021년 252억 원, 2022년 174억 원, 2023년 42억 원으로 매출이 급감하는 동안에도 수백억 원의 누적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22억 원으로 사실상 소멸 수준이며, 여전히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했고, 직원수는 2025년 8월을 기준으로 모든 직원이 퇴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볼 수 있다.

핵심 자산 강제 매각과 완전자본잠식…불가피한 파산 수순

구조적 적자의 늪에 빠진 비티지는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갚기 위해 핵심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에 내몰렸다. 2019년 장부가액 667억 원에 달했던 비티지의 핵심 부동산은 부채 상환을 위해 매각되면서 2023년 97억 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2024년 마지막 남은 알짜 자산마저 빚을 갚기 위해 강제 처분되면서, 수백억 원의 가치를 지녔던 부동산 장부가액은 재무제표상 흔적도 없이 '0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본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회사 연명을 위해 마지막 남은 알짜 담보 자산인 사옥 및 부동산마저 모두 매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회사의 독자 생존은 이미 불가능한 지경이다. 매년 쌓인 수백억 대의 적자가 이익잉여금을 전부 갉아먹으면서, 2024년 기준 회사의 자본총계는 -187억 원으로 심각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모든 우량 담보물을 처분하고도 2024년 기준 회사에는 장기차입금과 미지급금을 포함해 약 199억 원의 막대한 부채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남은 유동자산 중 현금성 자산은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은 회수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악성 매출채권과 미수금뿐이다,. 선순위 금융기관이 부동산 매각 대금으로 채권을 회수해 갔음을 감안하면, 현재 남은 부채는 오너 일가의 가수금이나 무담보 신용공여, 거래처 대금일 확률이 높다.

현금 창출 능력이 완전히 고갈된 비티지는 잔여 채권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뒤로한 채, 머지않아 법인 해산 및 파산 선고를 통해 완전한 청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객의 불만에 잘못된 위기 대응이 한때 1,000억 원대 매출을 넘보던 유망 기업을 어떻게 완전한 파멸로 이끄는지, 임블리의 사례는 국내 인플루언서 커머스 업계에 지울 수 없는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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