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을 오랜 기간 양분해 온 대표 브랜드 '컨디션'과 '여명808'이 최근 뚜렷한 매출 감소세를 겪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주류 출고량 감소와 더불어, 술을 멀리하거나 마시더라도 가볍게 즐기는 '소버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데 따른 구조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제형 다변화와 신규 업체의 대거 진입으로 시장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기존 선두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HK이노엔 '컨디션', 치열해진 경쟁 속 제형 다변화 및 헬시플레저로 정면 돌파
HK이노엔의 대표 품목인 '컨디션'은 2023년 6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2024년 593억 원, 2025년에는 520억 원으로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동사의 H&B 음료인 '헛개수' 역시 2023년 124억 원에서 2025년 87억 원으로 동반 하락하며 시장 축소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실적 하락에 대해 HK이노엔 측은 과거 드링크 음료 위주였던 숙취해소제 시장이 최근 환, 겔, 젤리(스틱) 등으로 급격히 다변화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더불어 기존 음료 업체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이 대거 신규 진입해 프리미엄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과당 경쟁이 발생했고, 이것이 컨디션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감지된다. 과거 연말연초 단체 행사 중심이었던 숙취해소제 소비가,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 음주 전후로 제품을 챙겨 먹는 젊은 층 위주로 재편되었다. 이에 HK이노엔은 단순히 매출 감소를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인 리뉴얼과 라인업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숙취 개선 효능이 입증된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으며,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발맞춰 '컨디션 제로 슈거 스파클링', '컨디션스틱 제로'를 비롯해 제로 칼로리 차 음료 '티로그(Tealog)'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젊은 소비자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미 '여명808', 4개년 실적 하락세와 식약처 보완 판정의 여파
경쟁사인 그래미의 '여명808' 또한 대체 제품 다변화의 타격을 피하지 못하며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그래미의 최근 4개년 매출과 손익 흐름을 살펴보면, 2022년과 2023년까지만 해도 각각 약 207억 원, 206억 원의 매출과 13억 8000만 원, 17억 5000만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매출이 188억 원으로 감소하며 영업적자(약 4억 8000만 원)로 돌아섰고, 2025년에는 매출이 146억 원까지 가파르게 급감하며 영업손실이 14억 9000만 원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실적 부진의 배경에는 2025년 중순 진행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체적용시험 실증 평가 이슈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컨디션을 비롯한 경쟁사 제품들이 대거 평가를 통과한 반면, 여명808은 실증 자료 미흡으로 '효능 불분명(보완 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후 추가 보완 자료를 제출해 뒤늦게 숙취해소 효과를 인정받으며 명예를 회복했으나, 초기 판정 이슈가 시장의 우려를 낳으며 영업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미의 독특한 지배구조: 적자 속에서도 고정 지출되는 상표권료와 거액의 기부금
실적 하락세와 함께 그래미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남종현 회장의 개인사업자('인벤터 남') 등 특수관계자에게 지급되는 '지적재산권 사용료'다. 그래미는 일부 제품 매출액의 5%를 상표권 사용료로, 3%를 특허권 사용료로 지급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있다(매출 연동 요율 최대 8% 추정).
이로 인해 회사의 영업손실이 약 4억 8000만 원이던 2024년에도 16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상표권 사용료가 특수관계자에게 지급되었으며, 영업손실이 14억 9000만 원으로 확대된 2025년에도 8억 1000만 원이 지출되었다. 일반적인 기업이 적자 발생 시 배당이나 임원 급여를 삭감하는 것과 달리, 그래미는 매출만 발생하면 회사의 적자 여부와 무관하게 대주주 개인에게 매년 수억에서 십수억 원의 현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개인 소유 비상장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지적재산권 활용 방식이지만, 실적이 악화된 현재 회사 재무에 고정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재무적 압박 속에서도 그래미는 2024년 6억 3300만 원, 2025년 4억 49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지속적으로 지출했다. 영리기업의 시각에서는 실적 대비 과도한 비용 집행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는 사회공헌을 극도로 중시하는 그래미 특유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지출로 파악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류 소비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숙취해소제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체질 개선과 객관적인 효능 입증, 그리고 재무 구조의 합리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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