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를 장악한 '페이팔 마피아'의 탄생과 영광
페이팔의 역사는 1998년 12월 맥스 레브친, 피터 틸, 루크 노섹 등이 공동 설립한 '콘피니티(Confinity)'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2000년 3월, 일론 머스크가 이끌던 금융 서비스 기업 X.com과 전격 합병하며 현재의 기틀을 마련했다. 초창기 페이팔을 이끌었던 이들은 훗날 일론 머스크, 피터 틸과 같은 거물급 기술 기업가들로 성장했으며, 실리콘밸리를 쥐락펴락하는 이들의 끈끈한 네트워크는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며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보안 사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며 성장한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eBay)에 15억 달러에 인수되며 세계적인 결제 서비스로 도약했고, 이후 2015년에 독립 기업으로 다시 분사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2021년 시가총액이 무려 3,600억 달러까지 치솟는 등 월스트리트가 가장 사랑하는 디지털 결제 시장의 리더로 군림했다.
안일함이 부른 정체와 끝없는 추락
하지만 화려한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페이팔의 성장은 눈에 띄게 둔화되었고, 애플 페이(Apple Pay)나 구글 페이(Google Pay)와 같은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특히 작년 미국 시장에서 애플 페이의 점유율은 페이팔을 10%포인트나 앞질렀다. 미즈호(Mizuho)의 수석 애널리스트 댄 돌레프는 페이팔이 "결제창이라는 꿀단지에서 꿀을 빨아먹는 데만 너무 안주했다"고 꼬집으며, 디지털 뱅킹과 상거래 분야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데 뒤처졌음을 비판했다.
그 결과 최근 12개월 동안 페이팔의 시장 가치는 40% 이상 증발했으며, 시가총액은 한때 고점의 10분의 1 수준인 360억 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쳤다. 올해 3월 부임한 신임 CEO 엔리케 로레스(Enrique Lores)는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성장에 집중하기 위해 대대적인 턴어라운드 작업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다.
530억 달러의 인수 제안과 거대 결제 공룡의 탄생 가능성
이러한 험난한 위기 속에서 경쟁사인 스트라이프(Stripe)와 사모펀드 어드벤트 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이 페이팔에 약 530억 달러(주당 약 60.50달러) 규모의 인수를 제안하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는 인수 소식이 알려지기 전 종가 대비 약 28%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으로, 인수자들은 은행권으로부터 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까지 확보한 상태다. 이 제안이 성사될 경우 스트라이프와 어드벤트는 페이팔을 매각해 쪼개지 않고 절반씩 동등한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페이팔 이사회는 주당 60.50달러라는 가격이 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여 현재 이 제안을 일축한 상태다. 윌리엄 블레어(William Blair)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제프리는 페이팔의 신임 CEO가 이처럼 후려친 가격(low-ball offer)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인수자들이 주당 70달러까지 인수가를 높여 다시 협상 테이블에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두 회사의 결합이 성사된다면 가맹점 비즈니스에 특화된 스트라이프와 4억 3천만 개 이상의 소비자 계정 및 벤모(Venmo) 네트워크를 보유한 페이팔이 하나로 합쳐져, 연간 3조 7천억 달러의 결제액을 처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온라인 결제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또한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같은 카드 프로세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으며, 페이팔의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과 스트라이프가 인수한 크립토 결제 플랫폼 브리지(Bridge)가 결합하여 가상자산 결제 시장에서도 거대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월스트리트의 총아에서 이제는 비자발적인 피인수 대상으로 전락한 페이팔이 과연 원치 않는 이번 거대 매각 제안을 어떻게 방어할지, 아니면 더 높은 몸값을 이끌어낼 협상 카드로 활용할지 전 세계 금융 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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