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7.14 TUETUESDAY, JULY 14, 2026

월가 딜러들의 사상 초유 '회사채·미 국채 동반 순매도(Net-Short)'

월가 딜러들의 사상 초유 '회사채·미 국채 동반 순매도(Net-Short)'

미국 월스트리트의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회사채와 미 국채 시장 모두에서 전례 없는 순매도(Net-short) 포지션을 취하며 시장의 우려와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1998년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딜러들은 총 40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회사채 순매도를 기록 중이며, 세계 최대 채권 시장인 미 국채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순매도 전환이 관측되었다. 이는 2017년 당시 기관들이 평균 160억 달러의 회사채 재고를 비축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월가의 주요 딜러들이 실제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익스포저를 시장에 내다 팔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정학적 불안과 AI 인프라 투자 속 방향성 베팅

회사채 시장의 거대한 숏 포지션은 지정학적 불안과 고금리 환경이라는 거시경제적 경계감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회사채 수익률은 미 국채 대비 불과 평균 0.74%포인트 높은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어서, 딜러들이 채무불이행 위험을 감수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딜러들은 금리 변화에 민감한 평균 만기 5년 이상의 장기 회사채에 대해 137억 달러의 대규모 숏 포지션을 취했다. 반면, 단기 회사채에 대해서는 96억 6천만 달러의 롱 포지션(순매수)을 구축했다. 최근 AI 인프라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목적으로 단기 회사채 발행이 이어지며, 단기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38조 달러 국채 압박… 미 국채 시장의 구조적 한계 노출

회사채뿐만 아니라 미 국채 시장에서도 딜러들은 한계에 직면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 온 딜러들이 최근 미 국채에 대해서도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38조 달러를 돌파하며 국채 발행 물량이 쏟아지는 반면, 규제로 인한 자본 제약으로 딜러들의 대차대조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중개 기관들이 더 이상 시장의 막대한 공급량을 소화하기 버거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재고 부족 현상이 단순히 시장의 공포나 두려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 구조의 급격한 전자화 덕분에 딜러들은 막대한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도 고객 주문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투자등급 회사채 거래의 49%, 하이일드 채권의 32%가 전자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채권 바스켓을 한 번에 매매하는 포트폴리오 트레이딩 비중 역시 전체 거래의 11.8%로 급격히 증가했다.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 등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 시장이 과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위험을 재분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비대칭적 위험(Asymmetry Risk)'에 대한 경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막대한 숏 포지션에 내재된 '비대칭적 위험'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장기 채권의 주요 매수자인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재투자하며 강력한 수요를 창출할 뿐,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 일이 드물다.

만약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채권 수익률이 하락할 경우, 딜러들은 숏 포지션을 메꾸기 위해 서둘러 채권을 사들여야(숏 커버링) 한다. 공급이 제한된 시장 환경에서 이 같은 숏 커버링 매수세가 더해지면 채권 가격의 폭발적인 랠리를 증폭시켜 안정적으로 보이던 시장이 순식간에 요동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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