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3 MONMONDAY, AUGUST 3, 2026

70대 피부 노화물질 55% 지웠다…해외 언론이 주목한 ‘노화 역전 효소’

70대 피부 노화물질 55% 지웠다…해외 언론이 주목한 ‘노화 역전 효소’

미국 연구진이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에 쌓이는 화학적 손상을 제거하는 효소를 개발했다. 70대 기증자의 피부와 동맥 조직에 이 효소를 처리하자 노화 관련 물질이 절반 이상 줄었다. 뉴욕타임스와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전문매체 등 해외 언론도 연구 결과와 향후 치료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사람이나 살아 있는 동물에게 투여한 연구는 아니다. 기증받은 조직을 얇게 자르거나 단백질만 분리한 뒤 실험실에서 효소를 직접 처리한 초기 연구다. 피부의 주름이나 탄력이 개선됐거나 실제 노화가 역전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미국 바이오기업 레벨 파마슈티컬스(Revel Pharmaceuticals)와 칼리코 라이프사이언스,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캠퍼스 공동연구진은 7월 1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몸속에서 천천히 진행되는 ‘갈변 반응’

우리 몸에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눈의 수정체 단백질처럼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되는 단백질이 있다. 이런 단백질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당이나 지방에서 나온 물질이 달라붙는다.

음식을 굽거나 볶을 때 당과 단백질이 반응해 갈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반응’과 비슷한 화학반응이 체온에서도 매우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물질을 ‘최종당화산물’, 영어 약자로 AGE라고 한다.

AGE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고, 조직을 딱딱하게 만들거나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성 합병증과 혈관 노화, 신장질환, 눈 질환 등과도 관련이 있다.

이번 연구가 표적으로 삼은 것은 AGE 가운데 하나인 ‘Nε-카복시메틸라이신’, 줄여서 CML이다. CML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에 붙어 단백질의 성질을 바꾸고, RAGE라는 수용체를 자극해 염증과 산화스트레스 신호를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는 CML이 새로 생기지 않도록 당화반응을 억제하는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 이미 단백질에 붙어 안정화된 CML은 사실상 제거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다.

5억개 효소 변이 중에서 골라냈다

연구진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 효소에서 해법을 찾았다. CML의 일부 구조가 글라이신이라는 아미노산과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글라이신을 분해하는 효소들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단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약 4만4800개의 효소 구조를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에 붙은 CML까지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입구가 넓은 세균 효소를 후보로 골랐다.

하지만 처음 찾아낸 효소는 CML에 약하게만 작용했다. 연구진은 효소 유전자에 계속 변이를 일으켜 5억개가 넘는 변이체를 만들고, 이들을 경쟁시키는 ‘유도진화’를 5차례 반복했다.

선별 과정에는 라이신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는 대장균이 사용됐다. CML을 정상적인 라이신으로 되돌리는 효소를 가진 대장균만 살아남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CML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효소를 개발하고 ‘CMLase’라고 이름 붙였다. CMLase는 단백질 자체를 분해하는 대신 단백질에 붙은 CML을 산화해 원래의 라이신을 복원했다.

일부 해외 매체는 CMLase를 ‘AI가 설계한 노화 역전 효소’라고 소개했다. 연구에 알파폴드 구조 데이터와 계산 기반 선별이 활용된 것은 맞지만, 최종 효소는 대규모 구조 검색과 5억개 이상의 변이체를 이용한 유도진화를 통해 개발됐다.

74세 피부에서 CML 55% 이상 감소

연구진은 먼저 알부민과 카세인, 헤모글로빈, 콜라겐 등에 인위적으로 CML 손상을 만든 뒤 CMLase를 처리했다. 단백질 종류에 따라 CML이 52~97% 감소했다.

이어 실제 노인 기증자의 조직을 사용했다. 64세 기증자의 수정체 단백질에서는 CML이 검사 방식에 따라 45~78% 줄었다.

75세 기증자의 복부 대동맥 조직에서는 CML 염색 강도가 70% 이상 감소했다. 74세 기증자의 복부 피부에서는 표피와 진피의 CML 염색이 55% 이상 줄었다.

CMLase를 처리한 74세 피부의 CML 염색 강도는 효소를 처리하지 않은 31세 피부보다 낮아졌다. 해외 언론에서 “70대 피부를 30대 수준으로 되돌렸다”고 보도한 근거다.

하지만 이는 피부 자체가 30대 상태로 돌아왔다는 뜻이 아니다. 74세 피부 조직에서 CML이라는 하나의 화학적 표지만 31세 피부보다 적게 검출됐다는 의미다. 주름과 탄력, 세포 기능, 유전자 발현 등이 젊어졌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인체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논문이 공개되자 해외 과학·장수 전문매체들이 먼저 연구를 다뤘다.

미국 생명과학 전문매체 ‘더 사이언티스트’는 7월 14일 CMLase를 원하지 않는 잡초만 골라 제거하는 ‘잔디깎이 효소’에 비유했다. 오랫동안 제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단백질 손상을 선택적으로 걷어냈다는 의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제임스 갤리건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더 사이언티스트에 “오랫동안 불가역적이라고 여겨졌던 문제에 도전한 것 자체가 대담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진이 사용한 측정 기준으로 볼 때 CML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효소를 개발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수산업 전문매체 ‘롱제비티 테크놀로지’는 같은 날 ‘불가역적이라는 말이 더 이상 영원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매체는 이번 실험이 노화 역전을 입증한 것은 아니며 연구진도 그렇게 주장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오랫동안 영구적이라고 생각했던 분자 손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효소로 복구될 수 있다는 점은 ‘개념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장수 연구 전문매체 ‘라이프스팬’도 7월 17일 연구진이 단백질 구조를 탐색하고 효소를 진화시킨 과정을 상세히 다뤘다. 특히 CMLase가 자연적으로 노화된 수정체와 피부, 동맥 조직에서도 작동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반면 얇게 자른 조직에서만 효과가 확인됐고, 처리한 조직의 기능이 실제로 좋아졌는지와 세균 유래 효소가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케미컬 앤드 엔지니어링 뉴스(C&EN)’는 7월 21일 보다 신중한 평가를 내놨다.

C&EN은 CMLase가 복잡한 75세 기증자의 대동맥 조직에서도 CML을 분해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동시에 현재 효소 활성이 아직 낮아 레벨이 당뇨망막병증 동물모델을 시험하기 전에 효능을 더 높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학뉴스 매체 ‘피즈닷오알지(Phys.org)’는 7월 22일 ‘인간 조직에서 노화의 완고한 흔적을 최대 70% 지운 효소’라는 제목을 달았다. 피부·동맥·수정체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도 아직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노화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연구가 일반 독자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뉴욕타임스가 7월 24일 ‘이 새로운 효소가 인체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부터다.

AGE 연구자인 존 베인스 전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AGE가 조직 단백질에 “녹처럼 쌓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AGE 형성을 막으려는 의약품 개발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실제 조직에서 분리한 단백질에 새로운 효소가 작동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클 주엣 스탠퍼드대 교수도 아직 임상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새로운 장수 치료의 가능성을 넓힌 개념검증 연구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연에 없던 기능을 가진 효소를 만들어낸 연구 방법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스웨덴과 독일, 스페인어권 매체들이 내용을 번역하거나 재구성하면서 연구가 일반 독자층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70대 피부를 30대로 되돌린 효소’, ‘노화 흔적을 최대 70% 지운 효소’, ‘세포 노화를 역전시킨 효소’ 같은 제목이 등장했다.

다만 ‘세포 노화 역전’은 실제 연구 결과와 차이가 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주로 오래된 단백질과 세포외 조직에 쌓인 CML의 감소다. 세포 자체의 나이나 유전자 상태를 젊게 만든 연구가 아니다.

기증자 한 명의 조직…사람에게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

이번 연구는 CML이 불가역적인 손상이라는 기존 인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로 생기는 손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손상을 직접 수리하는 접근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제로 평가하기에는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

수정체는 64세 기증자, 피부는 74세 기증자, 대동맥은 75세 기증자의 조직을 사용했다. 논문에 제시된 피부와 동맥의 ‘4개 관찰 영역’도 기증자 4명의 조직이 아니라 같은 기증자의 조직을 나눠 살펴본 것이다.

실험에는 단백질을 분리하거나 매우 얇게 자른 조직이 사용됐다. CMLase가 살아 있는 사람의 피부와 혈관, 신장, 눈에 투여됐을 때 조밀한 조직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ML이 줄어든 뒤 혈관이 부드러워졌는지, 피부 탄력이 개선됐는지, 염증 반응이 감소했는지도 조사하지 않았다. 화학적 손상이 줄었다는 것과 조직 기능이 회복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CMLase가 세균 효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점도 과제다. 인체의 면역계가 외부 단백질로 인식할 수 있어 반복 투여에 따른 면역반응과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

CML은 수많은 AGE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콜라겐을 서로 연결해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당화물질인 글루코스판 등에는 CMLase가 작용하지 않는다. CML 하나를 제거한다고 인체의 복잡한 노화 현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레벨 파마슈티컬스는 CMLase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교신저자인 애런 크레이븐스는 회사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다. 연구비 일부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중소기업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됐다.

연구 결과를 치료 가능성으로 연결하려면 다른 연구진의 재현과 함께 살아 있는 동물에서의 조직 침투, 안전성, 면역반응, 실제 질환 개선 효과를 순차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CMLase는 아직 사람의 시간을 되돌리는 효소가 아니다. 다만 한번 생기면 제거하기 어렵다고 여겼던 노화 단백질의 ‘녹’을 걷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제 노인 기증 조직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후속 연구를 지켜볼 만하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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