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9 WEDWEDNESDAY, AUGUST 19, 2026

매출 늘어도 곳간은 비었다…피치스 대표, 사채 대신 갚아

매출 늘어도 곳간은 비었다…피치스 대표, 사채 대신 갚아

스트리트 자동차 문화를 패션과 음악, 공간으로 확장해 온 피치스그룹코리아가 외형 성장에도 자금난에 빠졌다. 매출은 1년 새 70% 넘게 늘었지만 행사 비용과 회수하지 못한 선급금, 고금리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133.2억의 순손실을 냈다.

만기가 지난 8억 규모 사모사채는 여인택 대표가 대신 갚았다. 회사는 대표이사 차입과 신규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부족한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피치스그룹코리아는 2018년 설립된 자동차 문화 기반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영상과 광고 제작, 의류·액세서리 판매를 시작으로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도원’, 음악 축제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자동차 축제 ‘피치스 런 유니버스’ 등으로 사업을 넓혔다.

2025년 매출은 179.6억으로 전년보다 70.3% 증가했다. 상품매출이 104.7억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매출 37.0억, 행사매출 23.2억, 대관매출 9.8억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매출원가가 192.0억으로 매출을 넘어섰다. 상품 판매에서는 40.3억의 이익을 냈지만 행사와 대관 사업에서 이보다 큰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차료, 지급수수료 등 78.1억의 판매비와관리비가 더해지면서 영업손실은 90.6억으로 커졌다.

행사 매출 23.2억, 원가는 105.9억

실적 악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항목은 행사 사업이다. 지난해 행사매출은 23.2억이었지만 행사원가는 105.9억에 달했다. 매출에서 원가를 뺀 손실은 82.7억이다.

행사매출은 전년보다 15.3억 늘었지만 행사원가는 83.2억 증가했다. 행사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비용이 매출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대관 사업도 매출 9.8억에 원가 17.3억이 발생해 7.4억의 손실을 냈다. 행사와 대관에서 발생한 손실을 합치면 90.2억이다. 회사 전체 영업손실 90.6억과 비슷한 규모다.

다만 이 손실을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 등 특정 행사 하나에서 발생한 손실로 볼 수는 없다. 행사원가가 행사별로 나뉘어 있지 않아 어떤 행사에서 얼마의 매출과 비용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37.0억을 기록한 기타매출에 후원금이나 협찬금, 행사 정산금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기타매출의 세부 구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타매출 전액을 행사와 대관에 관련된 수입으로 가정하더라도 해당 사업에서는 53.1억의 손실이 남는다.

피치스가 대규모 행사와 오프라인 공간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손실이 모두 예상 밖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와 같은 재무 상황에서는 행사를 열수록 얼마나 많은 현금이 필요하고, 후원과 티켓 판매로 이를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행사별 손익 관리가 필요해졌다.

[피치스 플래그십 스토어 도원(D8NE)], 출처: 피치스그룹코리아 홈페이지

미리 지급한 36.1억도 회수 어려워져

행사 원가 외에도 대규모 대손비용이 손실을 키웠다. 회사는 지난해 선급금 36.1억을 미수금으로 바꾼 뒤 같은 금액을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으로 판단해 손실 처리했다.

선급금은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받기 전에 미리 지급한 돈이다. 해당 자금이 어느 거래처에 어떤 목적으로 지급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회사가 36.1억을 정상적으로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실은 확인된다.

이에 따라 2025년 말 미수금 40.2억 가운데 40.0억에 대손충당금이 설정됐다. 재고자산도 취득원가 4.8억 가운데 4.3억에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비용 통제와 함께 계약금·선급금 집행 및 회수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실은 현금 부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업활동에서 빠져나간 현금은 82.8억에 달했다. 월평균 약 6.9억의 현금이 영업 과정에서 유출된 셈이다.

2025년 말 유동자산은 19.7억이지만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154.7억이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135.0억 많다. 현금성 자산은 0.003억 수준까지 줄었다.

자산총계는 51.1억, 부채총계는 165.5억이다. 부채가 자산보다 114.3억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024년 말 18.9억이었던 자기자본이 1년 만에 모두 소진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대표이사 차입과 사모사채로 부족 자금 충당

회사는 부족한 자금을 차입으로 메웠다. 지난해 단기차입금으로 97.3억을 새로 조달하고 사모사채 73.0억을 발행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 47.7억과 사채 49.0억을 상환했다.

대표이사의 자금 지원도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해 여 대표로부터 총 75.1억을 빌리고 44.4억을 갚았다. 2025년 말 대표이사 단기차입금 잔액은 30.7억이다.

2025년 8월 발행한 제3차 사모사채 8억은 연 20%의 금리가 적용됐다. 만기는 같은 해 11월 28일이었지만 기한 내 상환되지 않았고, 2026년 1월 여 대표가 대신 갚았다. 회사가 외부 사채권자에게 진 빚은 정리됐지만 대신 갚은 금액만큼 회사가 대표이사에게 갚아야 할 차입금이 늘어난 구조다.

회사는 2025년 12월에도 연 13.04% 조건으로 제4차 사모사채 17억을 발행했다. 이어 2026년 1월에는 연 10.58% 조건의 제5차 사모사채 8억을 추가로 조달했다.

고금리 차입이 늘면서 이자비용은 2024년 1.5억에서 지난해 12.8억으로 급증했다. 영업에서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난 것이다.

제4차와 제5차 사모사채의 만기는 모두 2026년 3월 31일이었다. 합계 25억의 사채가 실제 상환됐는지, 만기가 연장됐는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행사 수익성 개선과 장기 자금 확보가 관건

회사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재무·경영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규 투자 유치나 자산 매각, 채무 만기 연장 등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재무위험은 단순히 매출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을 크게 늘렸지만 행사 원가와 대손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여기에 부족한 현금을 단기차입과 고금리 사모사채로 충당하면서 이자 부담까지 커졌다.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선 행사별로 티켓과 협찬, 부스, 상품 판매 수입을 구분하고 출연료와 대관료, 무대 설치비, 운영비를 통제해야 한다. 행사 규모가 아니라 실제로 얼마의 현금을 남기는지를 기준으로 사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회수하지 못한 선급금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추가 손실을 막는 것도 과제다. 대표이사 차입과 연 10~20%대 단기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장기자금이나 자기자본으로 바꾸지 못하면 영업이 개선돼도 이자비용이 성과를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다.

피치스그룹코리아는 자동차 문화를 패션과 음악, 공간으로 확장하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이제는 브랜드의 성장 속도보다 그 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만들어서 다시 한번 국내 자동차 문화를 선도해가길 응원한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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