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특수 컨테이너를 생산하는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냈다.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든 데다 거래처 매출채권에 1,277억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영향이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3,079.1억으로 전년 6,340.3억보다 51.4% 감소했다. 2024년 483억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98.7억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익도 514.3억 흑자에서 1,014.7억 적자로 바뀌었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1991년 설립된 회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저장장치와 특수 컨테이너를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하고 있다. 매출은 2023년 2,959.3억에서 2024년 6,340.3억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가 지난해 3,079.1억으로 줄었다.
매출채권 총액의 83%를 충당금으로 설정
지난해 판관비는 1,514.2억으로 전년 227.5억보다 1,286.7억 증가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매출채권 대손상각비 1,277억이다. 지난해 말 매출채권 총액은 1,533.9억이었다. 회사는 여기에 83.3%의 기대손실률을 적용해 1,277억의 손실충당금을 설정했다. 재무상태표에 남은 매출채권 순액은 256.9억이다.
대손상각비만 단순히 제외하면 지난해 영업손익은 78.4억 흑자가 된다. 다만 이는 회계상 공식 영업이익이 아니며, 지난해 매출 자체가 51% 감소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감사보고서는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한 주요 거래처를 A사로 표기했다. 지난해 A사 매출은 2,479.3억으로 전체 매출의 80.5%에 달했다. 전년에는 3,417.6억으로 전체 매출의 53.9%였다. A사의 구체적인 회사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포윈 파산 절차에서 1억달러 넘는 채권 주장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이와 별도로 미국 ESS 기업 포윈(Powin)의 파산 절차에 주요 채권자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법원에 제출된 서면에 따르면 포윈의 채권 목록에 반영된 에이스엔지니어링의 무담보채권은 1억10만4,820.79달러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1,023만2,822.69달러도 추가로 주장했다. 두 금액을 합하면 1억1,033만7,643.48달러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포윈 파산 절차에서 무담보채권자위원회 의장도 맡았다. 포윈의 청산계획은 2025년 12월 1일 법원의 인가를 받았고 같은 달 5일 발효됐다.
다만 감사보고서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한 거래처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감사보고서상 A사나 대손 대상 채권이 모두 포윈과 관련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포윈 채권의 최종 인정액과 회수액도 청산 절차가 더 진행돼야 확인할 수 있다.
총이익률 하락은 재고평가손실 영향
지난해 매출총이익률은 10.3%로 전년 11.2%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제조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매출원가에는 재고자산평가손실 61.4억이 포함됐다. 이를 단순히 제외하면 매출총이익률은 약 12.2%로 전년보다 높다. 보고서에 나타난 총이익률 하락은 재고 평가손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재고자산은 2024년 말 593.3억에서 지난해 말 1,312.3억으로 2.2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완제품 장부금액이 1,298.8억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재고 증가로 지난해 780.4억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마이너스 212.6억에 이어 지난해에도 마이너스 416.7억을 기록했다. 완제품 재고를 판매하고 매출채권을 현금으로 회수하는 과정이 올해 실적에 중요해졌다.
고객과 생산 협력사 모두 편중
지난해 해외 매출은 2,929.7억으로 전체 매출의 95.1%를 차지했다. 주요 거래처 한 곳의 매출 비중도 80.5%였다. 특정 해외 고객의 발주와 결제 상황이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매입 측에서는 서진시스템 거래 규모가 컸다. 2024년 감사보고서의 특수관계자 주석에 따르면 에이스엔지니어링이 서진시스템에서 매입한 금액은 2,521.6억이다. 서진시스템은 2024년 6월 21일부터 에이스엔지니어링의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다. 공시된 매입액이 연간 전체 거래액인지, 특수관계가 유지된 기간의 거래액인지는 보고서에 별도로 설명돼 있지 않다.
공개자료에서 확인되는 2026년 서진시스템의 에이스엔지니어링 상대 공급계약은 네 건이다. 3월 2,701.6억, 4월 1,206.5억, 5월 1,870억, 7월 537.1억으로 합계 약 6,315.2억이다. 5월 계약에는 ESS와 데이터센터용 전력변환장치가 포함됐다.
다만 이는 서진시스템이 에이스엔지니어링에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이다. 계약금액 전체를 에이스엔지니어링의 수주나 향후 매출로 볼 수는 없다. 향후 생산 예정 물량을 가늠할 수 있는 참고 자료에 가깝다.
연말 신종자본증권으로 565억 조달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2월 30일 인비전사모투자 합자회사를 상대로 565억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2055년이지만 회사가 연장할 수 있고 이자 지급도 유예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됐다.
표면금리는 발행 후 2년간 연 4%다. 이후 3년차에는 7%, 4년차에는 10%로 높아지고 5년차부터는 매년 1%포인트씩 추가된다. 전환가는 주당 3만105원이다. 전액 전환되면 약 187.7만주의 신주가 발행될 수 있으며, 이는 전환 후 전체 주식의 약 17%에 해당한다. 인비전은 이사 선임 권한도 확보했다. 감사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인비전을 회사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으로 분류했다.
지난해 말 에이스엔지니어링의 자본총계는 831.6억, 부채는 2,295.2억이었다. 부채비율은 276%다. 차입금은 1,304.3억, 현금및현금성자산은 979.7억으로 집계됐다.
상장 재도전의 전제도 달라졌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2024년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같은 해 11월 철회했다. 회사는 당시 급격한 외형 성장 이후 상장에 앞서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대규모 적자의 직접적인 원인은 매출 감소와 매출채권 대손, 재고평가손실로 압축된다. 대손과 재고평가손실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손익은 개선될 수 있다. 다만 매출 감소와 거래처 편중까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는 포윈 관련 채권이 실제로 얼마나 회수되는지, 1,300억에 가까운 완제품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지, 특정 고객에 집중된 매출 구조가 완화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들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돼야 상장 재도전 시점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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