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 상대방과 거래 당시 대표이사 함께 제소
글로벌 골프 예약 플랫폼을 운영하는 에이지엘이 골프상품 구매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거래 상대방과 해당 회사의 거래 당시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청구액은 5.01억원이지만, 회사는 향후 청구액을 약 44억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에이지엘이 피고가 된 사건이 아니라 지급한 구매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원고로 나선 사건이다. 에이지엘은 관련 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 70.4억원을 이미 손실로 반영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재무상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소송과 별개로 본업에서도 연간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재무 부담은 작지 않은 상황이다.
골프장과 판매 채널 연결하는 플랫폼
2019년 설립된 에이지엘은 골프장과 골퍼, 여행사 등 판매 채널을 연결하는 골프테크 기업이다.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에 활용되는 글로벌 유통 시스템인 GDS를 골프장 티타임 예약에 적용한 ‘타이거 GDS’를 운영한다.
골프장이 보유한 시간대별 티타임을 에이지엘의 시스템과 연결하면 여행사나 온라인 플랫폼 등 외부 판매 채널에서 이를 조회하고 예약·결제할 수 있는 구조다. 에이지엘은 자체 예약 플랫폼인 타이거부킹도 운영하고 있다.회사는 골프상품 매출을 ‘Tee Time’과 ‘Stay & Play’로 구분한다. Tee Time은 골프 GDS를 통해 특정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수 있는 시간대별 상품을 판매한 매출이다. Stay & Play는 골프 티타임에 숙박을 결합한 상품이다. 이와 별도로 골프 GDS 사용료와 결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구독·결제 수수료로 분류한다.
거래 상대방과 ‘당시 대표이사’ 함께 제소
에이지엘의 202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당기 중 한 거래 상대방과 해당 회사의 당시 대표이사를 피고로 구매대금 반환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현재 청구액은 5.01억원이다. 에이지엘은 감사보고서에서 이를 일부 청구라고 설명하고, 추후 청구액을 44억여원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보고서가 확정된 7월 29일 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다.
에이지엘이 법인뿐 아니라 거래 당시 대표이사 개인까지 피고로 지정한 이유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해당 거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에이지엘이 대표 개인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묻고 있는지는 소장 등 추가 자료를 확인해야 알 수 있다.
재무제표로 추정해본 소송의 배경
소송의 구체적인 배경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에이지엘의 재무제표 변화를 통해 일부 정황을 추정해볼 수 있다. 에이지엘은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골프상품을 146.5억원어치 매입했다. 이 가운데 70.4억원은 재고자산에서 미수금으로 계정이 변경됐다. 판매할 상품으로 보유하는 대신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돈으로 회계상 성격을 바꾼 것이다. 회사는 이 미수금 70.4억원 전액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보고 장부상 자산가치를 사실상 0원으로 처리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종합하면 에이지엘이 골프 티타임이나 숙박을 결합한 상품을 매입한 뒤 계약이 정상적으로 이행되지 않거나,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구매대금 반환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재무제표에 나타난 계정 변화를 토대로 한 추정이다. 계약이 해제된 이유와 상대방의 귀책 여부, 미수금으로 전환된 상품의 구체적인 내용은 감사보고서에 나오지 않는다.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재고에서 미수금으로 바뀐 금액은 70.4억원인데, 에이지엘이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소송 청구액은 약 44억원이다. 두 금액 사이에는 약 26.4억원의 차이가 있다. 나머지 금액이 다른 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인지, 이미 일부를 돌려받았거나 상계한 것인지, 별도의 회수 절차가 진행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70.4억원 전체를 이번 소송의 청구 대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매출 늘었지만 매출총이익률 2.1%
소송을 제외한 에이지엘의 영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에이지엘은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46.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4년 매출 121.9억원보다 20.4% 증가했다. 회계연도 변경으로 두 기간이 직접 이어지지는 않지만 모두 12개월 실적이라는 점에서 대략적인 방향은 비교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은 15.1억원에서 3.1억원으로 감소했다. 매출총이익률은 12.4%에서 2.1%로 떨어졌다. 외형은 커졌지만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남은 이익은 크게 줄었다.
판매관리비는 75.7억원에서 102.3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은 60.6억원에서 99.2억원으로 확대됐다. 순손실도 56.5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약 3배 늘었다.순손실에는 미수금에 설정한 70.4억원의 기타 대손상각비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약 98.8억원의 손실이 남는다. 회사의 적자를 소송 관련 손실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매출 88.5%가 숙박 결합상품
에이지엘의 현재 매출 대부분은 골프 티타임에 숙박을 결합한 Stay & Play 상품에서 발생했다. 2025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Stay & Play 매출은 129.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8.5%를 차지했다. 골프장 라운드 시간대를 판매하는 Tee Time 매출은 16.6억원으로 11.3%였다.
반면 골프 GDS 사용료와 결제 서비스 등 구독·결제 수수료 매출은 0.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2%에 그쳤다. 이는 에이지엘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의 매출 구분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에이지엘이 대외적으로 골프 GDS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재무제표상 매출 대부분은 플랫폼 사용료보다 골프·숙박 결합상품 판매에서 발생하고 있다.회사가 골프상품을 직접 매입해 재고와 매출원가로 인식하면 단순 중개 플랫폼보다 매출 규모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판매되지 않은 재고나 선급금, 거래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과 환불 위험도 회사가 직접 부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구매대금 반환소송 역시 이 같은 상품 매입·유통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문제의 거래가 Tee Time 또는 Stay & Play 중 어느 상품과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 투자금 390억원…누적결손금 361.4억원
에이지엘은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총 390억원을 조달했다. 2021년에는 주당 5,000원에 24억원, 2022년에는 주당 8,000원에 66억원을 유치했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진행된 시리즈B에서는 주당 1만 7,000원에 300억원을 조달했다.
시리즈B에는 KB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 하나벤처스, 우리벤처파트너스와 KDB산업은행, SV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시리즈B의 추정 기업가치는 약 808억원이다.
2026년 3월 말 자본금과 주식발행초과금의 합은 422.1억원이다. 누적결손금은 361.4억원으로 늘었고, 남아 있는 자기자본은 60.7억원이다. 아직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자기자본은 1년 전 229.9억원에서 73.6% 감소했다. 현금과 단기금융상품을 합한 유동성 자산은 110.5억원이다. 같은 시점 이자부 차입금은 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0억원은 2025년 10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우리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이다.
회사는 해당 회계연도에 영업활동으로 110.7억원의 현금을 사용했다. 투자금이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구매계약에 직접 사용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와 같은 적자와 현금 유출이 이어지면 추가 자금조달이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는 납입 후 3년이 지나면 연복리 5%를 적용한 금액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건이다. 2021년과 2022년 투자분은 상환 가능 기간에 들어갔다. 다만 현재 누적결손 상태여서 실제 상환 가능 여부는 배당가능이익과 계약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패소 손실은 선반영…승소해도 본업 개선 필요
에이지엘은 미수금 70.4억원을 이미 손실로 반영했다. 따라서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같은 금액이 다시 한꺼번에 손실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구매대금을 실제로 회수하지 못한다는 현금흐름상의 손실은 확정된다. 반대로 소송에서 승소하고 44억원을 회수하면 대손충당금 환입을 통해 이익과 자기자본이 늘어날 수 있다. 44억원은 2026년 3월 말 자기자본 60.7억원의 약 72.5%에 해당한다.
승소 판결과 실제 회수도 구분해야 한다. 거래 상대방의 지급능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에이지엘이 승소하더라도 현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자료만으로 거래 상대방의 재무상태나 지급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
에이지엘은 2025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대상으로 선정됐고, 올해 7월에는 AI 여행 에이전트 ‘타비골프’를 출시하는 등 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다만 신규 사업의 성과는 2026년 3월 말 재무제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에이지엘의 향후 재무상태는 소송대금 회수와 본업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변수에 달렸다. 소송에서 44억원을 회수하면 재무구조를 보강할 수 있지만, 연간 약 1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이어진다면 소송대금 회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품 판매에서 적정한 이익을 확보하고 플랫폼 수수료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느냐가 더 근본적인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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