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9 WEDWEDNESDAY, AUGUST 19, 2026

무신사에서 투자한 슬로우스탠다드, 간이파산 선고

무신사에서 투자한 슬로우스탠다드, 간이파산 선고

패션 브랜드 ‘라퍼지스토어’를 운영하는 슬로우스탠다드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무신사 측 펀드가 지분 45.5%를 보유한 관계기업으로, 한때 연매출 470억원을 넘겼지만 수익성과 현금흐름 악화에 이어 핵심 판매채널인 무신사와 29CM에서 퇴점하면서 경영이 급격히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8월 7일 슬로우스탠다드에 대해 파산을 선고하고 간이파산으로 지정했다. 간이파산은 법원이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이 5억원 미만이라고 인정하는 경우 적용할 수 있는 절차다.

매출 늘었지만 수익성과 현금흐름 악화

슬로우스탠다드는 2018년 설립된 의류업체다. 라퍼지스토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2021년 294.3억원이던 매출을 2022년 475.6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외형 성장만큼 이익과 현금이 따라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1년 3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2.2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률도 55%에서 37.5%로 떨어졌다. 매출은 60% 넘게 증가했지만 상품 판매로 남기는 이익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영업현금흐름도 2021년 16.2억원 적자, 2022년 31.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확대를 위해 재고와 매출채권 등에 투입한 자금이 늘어나면서 장부상 이익보다 실제 현금 사정이 빠르게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부터는 영업적자가 본격화됐다. 2023년 매출은 421.3억원, 영업손실은 20.7억원이었다. 2024년에는 매출이 478.3억원으로 다시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30.1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32.4억원에 달했다.

특히 2024년 영업활동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60.8억원에 달했다. 기말 현금은 3.6억원에 그친 반면 단기차입금은 59.5억원까지 증가했다. 2022년 말 75.1억원이던 자본총계도 2024년 말 20.5억원으로 줄어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비용 구조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4년 광고선전비는 76.6억원, 판매수수료는 78.1억원이었다. 두 비용을 합하면 154.7억원으로, 매출총이익 193.1억원의 약 80%에 해당한다. 2024년 매출은 전년보다 13.6% 증가했지만 광고선전비는 약 75% 늘었다.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와 플랫폼 판매에 투입하는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장부상 자산 114억원에도 현금은 3.6억원

2024년 말 슬로우스탠다드의 총자산은 114.1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선급금이 48.6억원, 매출채권이 28억원, 재고자산이 20.5억원이었다. 세 항목을 합하면 전체 자산의 약 85%를 차지한다.

현금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회수 여부가 불확실한 자산 비중이 높았던 셈이다. 반면 1년 안에 갚아야 할 금융부채는 약 94.2억원으로, 대응 가능한 금융자산 약 38.6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2024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는 감사의견도 나오지 못했다. 부분 자본잠식과 영업현금 유출, 주요 판매채널 퇴점 등으로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제기됐지만, 경영진이 계속기업 평가자료와 서면진술서를 충분히 제출하지 않아 감사인은 의견을 거절했다.

2024년 말 장부상 자산이 114억원이었는데도 2026년 간이파산으로 지정된 점을 고려하면 선급금과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이 장부금액만큼 회수되지 못했거나 파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진됐을 가능성이 있다.

무신사·29CM 퇴점이 경영 악화 가속한 듯

핵심 판매채널 퇴점도 유동성 악화를 가속한 요인으로 추정된다.

무신사는 2024년 12월 라퍼지스토어가 가품 부자재 사용과 디자인 도용, 충전재 혼용률 허위표시 등 안전거래 정책을 세 차례 이상 위반했다며 판매 중단과 퇴점을 결정했다. 2025년 1월 1일부터 판매가 중단됐고 같은 해 4월 1일 무신사와 29CM에서 공식 퇴점했다.

문제가 된 패딩은 오리솜털 80%를 사용했다고 표시했지만 외부 시험 결과 실제 비율이 5% 미만으로 조사됐다. 무신사는 이후 슬로우스탠다드 대표를 사기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슬로우스탠다드의 2024년 재무제표에는 매출 대부분을 발생시키던 특수관계자 플랫폼에서 퇴점한 사실이 계속기업 불확실성의 주요 원인으로 기재돼 있다. 이미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악화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판매채널까지 막히면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점만으로 파산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매출총이익률 하락과 광고비·판매수수료 증가, 반복적인 영업현금 유출과 차입금 확대가 선행됐고, 플랫폼 퇴점은 누적된 재무 문제를 빠르게 현실화한 계기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무신사 측 지분 취득에 누적 40억원 투입

무신사 측의 슬로우스탠다드 지분 취득액은 누적 40억원으로 파악된다.

무신사 연결재무제표상 슬로우스탠다드 출자액은 2021년 10억원, 2022년 30억원이다. 2022년 출자액 30억원은 다음 해 보고서에도 전기 거래로 동일하게 표시돼 있다. 같은 거래가 두 보고서에 반복된 것이므로 두 금액을 각각 더할 필요는 없다.

슬로우스탠다드의 자본변동 내역에서는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0억원씩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회사로 직접 들어간 신주대금은 총 20억원이다.

무신사 측 출자액 40억원과 슬로우스탠다드에 유입된 증자대금 20억원 사이에는 20억원의 차이가 난다. 무신사동반성장펀드가 보유한 11,806주 가운데 두 차례 유상증자로 취득한 주식은 3,750주다. 나머지 8,056주는 기존 주주가 보유하던 구주를 취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종합하면 무신사 측은 2021년 신주 인수에 10억원을 투입하고, 2022년에는 신주 인수 10억원과 구주 등 추가 지분 취득에 20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2022년 출자액 중 20억원이 전부 구주 매입대금인지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렵다.

2024년 말 기준 주주구성은 손준호 대표 54.5%, 무신사동반성장펀드합자조합 45.5%였다. 손 대표가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슬로우스탠다드는 무신사의 종속회사나 연결대상 자회사가 아니다.

대신 무신사 연결재무제표에서는 슬로우스탠다드를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 등’의 특수관계자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무신사는 무신사동반성장펀드 지분 99.5%를 직접 보유하고, 나머지 0.5%는 자회사 무신사파트너스가 보유한다. 무신사그룹이 펀드를 지배하지만 펀드가 슬로우스탠다드에 대해서는 지배력이 아닌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대여금은 회수…지분 손실 규모는 확인 어려워

무신사는 지분투자 외에도 슬로우스탠다드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다.

2023년 말 무신사는 슬로우스탠다드에 대해 30억원의 기타채권을 보유했다. 슬로우스탠다드는 같은 금액을 무신사에 대한 선수금으로 처리했다. 이는 지분 출자가 아니라 상품 거래 등을 위해 미리 지급한 자금 성격으로 보인다. 해당 선수금과 기타채권은 2024년 말 장부에서 모두 사라져 거래대금과 상계되거나 반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신사는 2024년 슬로우스탠다드에 20억원을 별도로 빌려줬다. 이 대여금은 2025년 전액 회수돼 기말 잔액과 대손충당금이 모두 0원으로 표시됐다. 따라서 선급금과 대여금에서 확인되는 직접적인 대손손실은 없다.

문제는 지분투자다. 무신사 연결재무제표에는 슬로우스탠다드 지분의 개별 장부금액과 평가손실이 공개되지 않았다. 무신사가 2024년 인식한 전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평가손실은 47.7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슬로우스탠다드에서 발생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2025년 전체 평가손실은 2.4억원이었다.

슬로우스탠다드의 파산선고는 무신사 측이 지분가치를 이미 상당 부분 낮춰 평가했다면 파산에 따른 추가 손실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잔여 장부가액이 남아 있다면 2026년 재무제표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주주 지분은 일반 채권보다 변제순위가 뒤에 있고 슬로우스탠다드가 간이파산으로 지정된 만큼, 무신사동반성장펀드가 지분투자금을 실제로 회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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