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유 배럴당 102달러로 하락, 중동 원유 수출 회복
정유 원가 개선은 시차…한전은 원전, 항공은 환율도 변수
S-Oil과 GS 주가가 지난 3일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우려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정유업체에는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축소 우려가 커진 반면, 한국전력과 항공사는 연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달러로 연료를 사들이는 기업들의 비용 여건도 달라지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2일 배럴당 102달러로 하루 동안 13.4달러 하락했다. 이튿날 국내 증시에서 S-Oil은 약 13%, GS는 약 8% 내렸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당장의 정유업체 이익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
원유 공급 여건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라크·쿠웨이트의 합산 원유 수출량은 하루 1553만배럴로 전월보다 10% 늘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해상에서 선박끼리 원유를 옮기는 환적과 사우디 얀부항을 통한 수출, 이라크의 수출 경로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정유, 재고손실 우려 뒤에는 원가 절감
정유업체가 먼저 맞닥뜨린 부담은 비싸게 확보한 재고의 가치 하락이다.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제품 판매가격과 원유 투입비용의 차이인 정제마진도 압박을 받는다. 하나증권은 이번 유가 하락을 정유업종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중장기 전망은 다르게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이 해소돼 유가가 내려간다면 원유 확보 위험과 운송비가 줄고, 원유를 정제하는 설비의 가동률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유국이 정하는 공식판매가격(OSP) 부담이 낮아지는 점도 원가 절감 요인으로 꼽았다.
정유사에는 가격 하락의 속도와 원료 조달 여건의 개선 시점이 함께 중요해졌다. 공급 차질이 해소돼 원유 구입비와 운임이 낮아진다면, 재고 부담이 반영된 뒤 수익성을 회복할 여지가 생긴다. 하나증권은 S-Oil의 배당 매력과 유가 하락 시 샤힌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들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석유화학도 원료비 하락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이다. 하나증권은 한국 화학업체의 원가 부담이 줄면서 제품가격과 원료비의 차이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제품별 업황이 달라 중장기 회복 속도는 합성고무·에폭시 등 개별 제품의 수급에 따라 갈릴 것으로 봤다.
한전, 유가·환율에 원전 이용률 회복까지
한국전력에는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 하락이 이익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JP모건은 한전 투자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올리고, 내년 말 기준 목표주가를 2만 6,000원에서 2만 9,000원으로 높였다. 원화 강세에 따른 연료 수입비 절감과 원전 이용률 회복, 전력 도매가격 안정 등을 반영했다.
JP모건은 여름철 원전 이용률이 전 분기보다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의 기준인 계통한계가격(SMP)도 여름철 kWh당 140~160원에서 9월 중순 이후 90~110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원전 가동이 늘고 시장에서 사오는 전력가격이 안정되면서 비용 부담이 함께 줄었다.
JP모건의 한전 2026년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 5,000억원, 4분기는 1조 5,000억원이다. 각각 시장 예상치인 2조 4,000억원과 4,000억원을 웃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상향했다.
전기요금 제도는 여전히 이익 전망의 변수로 남아 있다. JP모건은 연료비 등 단기 비용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요금 체계를 둘러싼 부담이 지속돼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연료 조달비가 줄어드는 효과와 요금 정책에 따른 영향을 함께 반영한 판단이다.
항공, 연료비뿐 아니라 정비비·여행 수요도 영향
제주항공은 7~9월에도 유류비 부담 완화와 원화 강세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별도 매출은 4,8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2% 늘었고, 영업이익은 54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국제선 운임과 탑승률 개선이 매출 회복을 뒷받침했다.
원화 강세는 정비 관련 비용에도 영향을 줬다. 신한투자증권은 유류비 부담이 낮아진 데 이어 원화 강세로 정비충당부채가 환입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순이익 2,032억원에는 외화환산이익과 항공기 처분이익도 반영됐다.
최근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 향후 항공 실적에 연료비 절감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원화 강세로 해외여행 구매력이 높아지고, 내년 내수 경기 회복과 유류할증료 인하가 여행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항공에 대해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7,800원을 신규 제시했다.
항공사 자체의 기단 교체도 비용을 낮추는 요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제주항공이 내년 말까지 B737-8 비중을 절반으로 확대해 연료비와 정비비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유가·환율 하락의 효과에 더해 항공기 운용 효율이 이익 회복의 지속성을 좌우하게 된다.
협상 기대, 실제 원유 운송 정상화로 이어져야
원유 공급 전망에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변수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가 전한 카타르 측 설명에 따르면 양국의 간접 협상은 진전을 보였으며 양측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증권의 정유업종 중장기 낙관론 역시 호르무즈를 둘러싼 공급 위험이 해소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이제는 협상 진전이 실제 원유 운송 정상화로 이어져, 낮아진 연료비와 물류비가 기업 실적에 지속적으로 반영되느냐를 지켜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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