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9 WEDWEDNESDAY, AUGUST 19, 2026

여름 지하철 열을 겨울 청사 난방에…뉴욕, ‘계절 저장’ 실험 나선

여름 지하철 열을 겨울 청사 난방에…뉴욕, ‘계절 저장’ 실험 나선

뉴욕시와 뉴욕주,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한여름 지하철 승강장에 쌓이는 열을 땅속에 저장했다가 겨울철 공공건물 난방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계획대로 구현되면 미국 대중교통 시설에 설치되는 첫 열에너지 네트워크(Thermal Energy Network·TEN)가 된다.

뉴욕시와 MTA는 10일 로어 맨해튼의 브루클린브리지-시청역 4·5·6호선 승강장과 챔버스스트리트역 J·Z호선 구간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여름에는 승강장의 열을 제거하고, 회수한 열은 지중에 저장해 겨울철 인근 시 청사로 보내는 구상이다. 아직 건설이 확정된 사업은 아니며, 조사 결과에 따라 냉각 효과와 경제성, 실제 설계 가능성을 판단하게 된다.

평균기온이 최고 화씨 96도…에어컨만으로는 해법 어려워

브루클린브리지-시청역은 뉴욕 지하철에서도 더운 역으로 꼽힌다. 뉴욕시는 이 역에서 2025년 여름철 측정된 평균기온이 최고 화씨 96도, 섭씨 약 35.6도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조란 맘다니 시장은 일부 지하철역의 온도가 바깥보다 화씨 20도, 약 11도 높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의 열원은 승객과 외부 공기에만 있지 않다. 열차의 제동 마찰열, 통신·전자장비에서 나오는 열, 이들 장비를 식히는 냉방설비의 배출열, 객차 에어컨이 승강장과 터널로 내보내는 열이 계속 쌓인다. 계단과 출입구, 환기구가 외부에 열려 있어 냉각한 공기를 역사 안에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

예외는 그랜드센트럴역이다. 이 역에는 2000년 약 1000만달러를 들여 설치한 스폿 냉각기 43대가 있다. 현재 가치로는 약 1700만달러다. 그러나 그랜드센트럴은 역사 상부의 대형 냉동기 플랜트에서 냉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특수한 입지다. 다른 역에는 대부분 이런 설비가 없다.

현재 뉴욕 지하철의 지하역은 281곳이다. 그랜드센트럴의 비용을 전체 지하역에 단순 적용하면 약 48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공식 사업비 추산이 아니라 냉각기 설치비를 기계적으로 곱한 값이지만, 기존 방식의 전면 확대가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복사냉방으로 열을 흡수해 500∼600피트 지하에 저장

뉴욕이 검토하는 방식은 복사냉방과 지중 열저장을 결합한다.

우선 브루클린브리지-시청역의 벽과 천장 패널 또는 바닥 속 배관에 냉수를 순환시킨다. 차가워진 표면이 승강장의 열을 직접 흡수하는 복사냉방 방식이다. 챔버스스트리트역도 조사 결과에 따라 냉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뉴욕시는 복사냉방이 전통적인 공기조화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25∼35%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수된 열은 배관을 따라 챔버스스트리트역의 사용하지 않는 중앙승강장 아래로 이동한다. 맘다니 시장은 이곳에 깊이 500∼600피트, 약 152∼183m의 지열 시추공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여름철 열을 지중에 축적했다가 겨울에 순환펌프와 배관을 통해 인근 공공건물로 보내는 계절 간 열저장 방식이다.

난방 후보 건물은 뉴욕시청과 데이비드 N. 딩킨스 시립빌딩, 트위드 법원, 서로게이트 법원 등이다. 맘다니 시장은 딩킨스 시립빌딩 한 곳을 난방하는 데만 연간 약 140만달러가 든다고 밝혔다. 다만 전체 난방 수요 중 지하철 폐열로 어느 정도를 충당할 수 있을지는 타당성 조사에서 확인해야 한다.

타당성 조사비는 약 80만달러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혼잡통행료 수입이 재원으로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조사 용역은 올가을 발주할 예정이며, 지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2027년 초 설계를 시작한다. ‘2027년 초 조사 착수’가 아니라 ‘올가을 타당성 조사 용역 발주, 2027년 초 조건부 설계 착수’가 정확한 일정이다.

이번 조사는 1913년 개통한 챔버스스트리트역의 전면 개보수와 함께 추진된다. 개보수 사업에는 구조물과 타일·계단 교체, 누수와 천장 보수, 조명과 보안카메라 개선 등이 포함된다. 역 개보수 사업은 혼잡통행료 수입이 반영된 MTA 자본계획으로 진행되며, MTA는 2026년 말까지 공사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2023년 일반 냉각기술 조사에서 지열·계절 저장으로

MTA의 지하철 냉각기술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TA는 2023년 9월 지하철 승강장 온도를 화씨 85도 아래로 낮출 수 있는 냉각기술을 찾기 위해 첫 정보요청서(RFI)를 냈다.

2025년 9월에는 1호선 168번가역과 181번가역을 대상으로 지열 냉각기술에 특화된 후속 RFI를 발행했다. 두 역은 승객 공간이 지하 약 120피트, 37m에 있는 심도역이다. MTA가 제시한 목표는 최대 냉방부하 때 승객 이용구역의 평균온도를 화씨 82∼85도, 섭씨 약 28∼29도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번 로어 맨해튼 조사는 단순히 승강장을 식히는 데서 나아가 제거한 열을 인근 건물의 에너지원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확장된 구상이다.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폭염 위험이 있다. MTA가 2024년 봄 발표한 기후회복력 로드맵에 따르면 뉴욕 지역은 현재 연평균 약 두 차례의 폭염과 화씨 90도를 넘는 날 약 18일을 겪고 있다. 2050년에는 폭염이 연간 일곱 차례로 늘고, 90도 초과일은 현재의 세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런던은 2020년부터 지하철 열로 주택 난방

지하철 폐열을 난방에 사용하는 시도 자체는 뉴욕이 처음이 아니다.

런던 이즐링턴 자치구의 번힐 2 에너지센터는 2020년 3월 가동을 시작했다. 이즐링턴 자치구는 번힐 2를 지하철 폐열로 주택과 공공시설에 열을 공급한 세계 최초의 시설이라고 설명한다.

시설은 1901년 문을 열었다가 1922년 폐쇄된 시티로드역의 환기구 부지를 활용한다. 지름 2m의 대형 팬으로 노던라인 터널의 따뜻한 공기를 끌어올린 뒤 암모니아 히트펌프로 물의 온도를 최대 약 80도까지 높인다. 온수는 약 1.5㎞ 길이의 지역난방 배관망을 통해 주택과 초등학교, 레저센터에 공급된다.

2020년 가동 당시 번힐 전체 열망에는 1350여 가구와 초등학교, 레저센터 두 곳이 연결됐고 최대 2200가구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업 설계·감리를 맡은 램볼은 2026년 후속 확장을 통해 1050가구가 추가돼 전체 열망의 공급 대상이 2400가구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지하철 폐열만의 공급 규모가 아니라 기존 열병합발전 설비를 포함한 번힐 열망 전체의 연결 규모다.

번힐의 환기팬은 여름철 역방향으로 돌려 터널에 비교적 차가운 공기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실제로 여름마다 상시 역방향 운전을 한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어서 ‘설계상 가능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런던과 뉴욕의 가장 큰 차이는 열을 사용하는 시점이다. 번힐은 터널에서 뽑아낸 열을 히트펌프로 승온해 곧바로 지역난방망에 공급한다. 뉴욕은 여름철 열을 지중에 저장했다가 수개월 뒤 겨울 난방에 이용하는 계절 간 저장을 검토한다. 성공한다면 지하철 승강장 냉각과 공공건물 난방을 하나의 설비로 묶게 된다.

새로운 것은 지열이 아니라 ‘지하철을 도시의 열원으로 보는 것’

지열 냉난방 자체는 뉴욕에서도 이미 사용되고 있다. 세인트패트릭 대성당은 2017년 최대 2200피트 깊이의 지열정 10개로 냉난방하는 설비를 가동했다. 2023년 완공된 555 그리니치 오피스빌딩도 건물 기초 말뚝을 지열 저장장치로 활용한다.

이번 사업의 신규성은 지열기술 그 자체보다 교통 인프라에서 발생한 열을 도시 열 공급망의 자원으로 편입한다는 데 있다.

뉴욕주는 2022년 ‘공익사업자 열에너지망·일자리법’을 제정해 가스·전력회사가 열에너지 네트워크를 소유·운영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은 지열 시추공과 지표수, 폐수 등을 열원으로 제시하고 가스 공급망 축소와 열에너지망 확대를 연계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지하철을 열원으로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다.

지하철 활용 구상은 이후 정책 논의에서 구체화됐다. 2025년 뉴욕주 공공서비스위원회에 제출된 의견서에는 지하철망을 열에너지의 공급원과 저장처로 활용하면 여름철 역사 냉각과 겨울철 열 회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제안이 담겼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갑자기 등장한 단발성 아이디어라기보다 뉴욕주가 추진해 온 건물 탈탄소화와 도시 열에너지망 정책이 교통 인프라로 확장되는 사례에 가깝다.

냉각 효과와 비용·규제가 마지막 변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냉각 효과다. MTA는 아직 목표 온도를 제시하지 않았다. 얀노 리버 MTA 회장은 한여름 최고온도에서 몇 도만 낮춰도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사무실처럼 시원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체감하는 극심한 열을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의미다.

공사비와 에너지 절감액도 확인되지 않았다. 딩킨스 시립빌딩의 연간 난방비 140만달러는 사업성을 보여주는 기준점이 될 수 있지만, 지하철 열이 난방 수요의 어느 정도를 충당할지, 펌프 운전과 배관 유지에 얼마가 들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

시추공 규제도 변수다. 뉴욕주 환경보전국은 깊이 500피트를 넘는 폐쇄형 지열 시추공을 위한 별도 규정과 일반환경영향평가서(GEIS)를 마련하고 있다. 2026년 2월 최종 평가 범위가 확정됐지만, GEIS와 세부 규정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뉴욕 구상이 폐쇄형 시추공으로 확정되고 실제 깊이가 500피트를 넘는다면 이 규제 체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계획된 500∼600피트 가운데 상단 깊이가 규제 기준을 넘어서는 만큼 향후 설계와 인허가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이를 사업을 막는 확정적 규제 장벽으로 보기는 이르다.

결국 이번 계획의 성패는 세 가지 수치에 달렸다. 승강장 온도를 몇 도 낮출 수 있는지, 겨울철 공공건물 난방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얼마의 공사비와 운영비가 필요한지다. 타당성 조사가 긍정적인 답을 내놓는다면 뉴욕의 ‘찜통 지하철’은 제거해야 할 열의 공간에서 도시가 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열원으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뉴스에포크 데이터팀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

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

#Global#Energy#Mo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