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리의 장외시장 몸값이 1.2조를 회복했다. 2024년 10월 3,000억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 1월까지 바닥권에 머물렀지만, 이후 꾸준히 반등했다. 지난해 말 8,000억대까지 올라온 데 이어 올해 초 다시 1조를 넘어섰고, 최근에는 1.2조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적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물류비와 판촉비를 줄이며 적자를 좁히던 컬리는 지난해부터 네이버를 통해 외부 고객과 상품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적자를 줄이는 데 급급했던 회사가 매출과 이익을 함께 늘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장외가격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컬리 앱 밖으로 나온 샛별배송
컬리와 네이버는 지난해 4월 이커머스 분야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열었다. 컬리가 외부 플랫폼에 장보기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컬리N마트는 네이버가 고객과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모으고, 컬리가 상품 선별과 냉장·냉동 물류, 샛별배송을 맡는 구조다. 컬리 앱 안에서 직접 매입한 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외부 판매자의 상품과 물류까지 연결하는 쪽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양사의 협업은 단순 입점에 그치지 않았다. 컬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상품 전시, 주문, 할인 기능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는 컬리 쿠폰을 컬리와 컬리N마트에서 연계해 발급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올해 1월 컬리N마트 거래액은 출시 첫 달인 지난해 9월보다 7배 이상 늘었다. 재구매 사용자 비율은 60%까지 높아졌고, 이용자의 90% 이상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였다. 컬리로서는 별도의 대규모 고객 모집 비용을 들이지 않고 네이버 이용자를 끌어올 수 있는 창구가 생긴 셈이다.
다만 컬리의 흑자 전환을 모두 네이버 효과로 돌리기는 어렵다. 컬리는 컬리N마트 출시 전인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흑자를 냈다. 재무제표에서 산출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17.6억, 2분기는 13.1억이다. 2024년 183.3억이던 연간 영업손실도 지난해에는 131억 흑자로 돌아섰다. 기존 물류센터의 효율을 높이고 매출원가를 낮추면서 먼저 흑자 기반을 만들었고, 이후 컬리N마트가 외형 성장을 더한 것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재고 4.2% 늘 때 매출은 27.7% 증가
컬리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4,805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늘었다. 영업이익은 30.7억에서 516.3억으로 16배 넘게 증가했다. 순이익도 71.4억 적자에서 457억 흑자로 돌아섰다. 2분기만 보면 매출 7,347.6억, 영업이익 273.8억으로 모두 분기 기준 최대였다. 2분기 거래액은 1년 전보다 25.1% 증가한 1조786억이었다. 판매자배송상품과 풀필먼트 사업을 포함한 3P 거래액도 2분기 기준 32.1% 늘었다.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보다 수수료와 물류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도 좋아졌다. 2분기 매출총이익률은 35.3%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재고 흐름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매출이 27.7% 증가하는 동안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689.4억에서 올해 6월 말 718.5억으로 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23.1회에서 25.8회로 높아졌다. 재고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 매출을 키운 것이다.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89.9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2.4억의 3.8배였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453.9억에서 올해 6월 말 2,019.4억으로 증가했다. 순운전자본도 지난해 말 -446.8억에서 올해 6월 말 +301.6억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자본총계는 786.9억에서 1,604.6억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상반기 순이익 457억과 네이버를 대상으로 한 329.9억 유상증자가 함께 반영됐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46.3%에서 올해 6월 말 494.4%로 낮아졌다. 연결과 별도 실적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516.3억, 별도 영업이익은 460억으로 56.3억의 격차가 났다. 컬리넥스트마일과 컬리페이, 미국법인 등 연결 대상 자회사와 내부거래 제거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자회사별 손익이 공개되지 않아 어느 회사가 이익 증가를 이끌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3,000억대에서 1.2조로…네이버 투자가는 2.8조
피치덱이 집계한 장외거래 기준 기업가치를 보면 컬리의 몸값은 2024년 10월 3,000억대로 내려갔다. 이 수준은 지난해 1월까지 이어졌다. 흐름이 바뀐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기업가치는 큰 폭의 급등 없이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하반기 7,000억대를 거쳐 연말에는 8,000억대에 도달했다. 올해 초에는 1조를 다시 넘어섰고, 최근에는 1.2조 안팎까지 올라왔다. 2024년 말 저점과 비교하면 기업가치가 3배 넘게 오른 셈이다.
네이버가 컬리를 평가한 가격은 장외시장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말 네이버의 컬리 보유 주식은 2,151,776주였지만 올해 6월 말에는 2,650,658주로 늘었다. 증가분 498,882주는 컬리가 지난 5월 제3자 배정으로 발행한 신주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네이버가 신주를 전량 인수한 것이다. 발행가는 주당 6만6,148원, 투자금은 329.9억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 컬리 기업가치는 약 2.8조다.
현재 장외가격은 네이버 투자 가격의 약 43%다. 전략적 투자 가격과 소량 거래가 중심인 장외가격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네이버가 컬리와의 협업 가치에 장외시장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을 매겼다는 점은 분명하다.
장외시장에서 컬리는 일단 3,000억대 저점을 벗어났다. 만성 적자라는 약점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이제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일회성 반등이 아니라 흑자의 지속성이다. 여기에 추후 상장과 관련된 컬리의 행보도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 재무 데이터 · 투자 리포트 · 창업 분석을 한 곳에서
Pitchdeck 체험하기매주 엄선된 뉴스,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주 금요일 발행 · 1초 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