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4.04 SATSATURDAY, APRIL 4, 2026

[기획] 한국 무인매장 10년사 ②: 라면 먹고 테니스 치고... '취향' 파는 무인점포의 진화

[기획] 한국 무인매장 10년사 ②: 라면 먹고 테니스 치고... '취향' 파는 무인점포의 진화

아마존은 대형화, 돈키호테는 초소형

글로벌 생존법은 '하이브리드' (2023~현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옆에 무인 카페가, 그 옆에 무인 빨래방이 들어서던 '양적 팽창'의 시대는 지났다. 2023년 엔데믹 이후 무인 매장은 더 이상 '사람 없는 가게'에 머물지 않는다. 상주 직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취향을 즐기는 '경험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1부에서 무인 매장의 역사와 성장을 다뤘다면, 2부에서는 2023년부터 시작된 '업종의 다변화'와 '고도화', 그리고 아마존과 돈키호테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의 최신 무인화 전략을 통해 미래 생존법을 모색한다.

[진화기: 2023~현재] "없는 게 없다"... 취향과 경험의 공간으로

2023년부터 무인 창업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각화'와 '전문화'다. 과거 1세대가 편의점 모델을 차용한 단순 소매업 위주였다면, 현재는 서비스와 체험형 공간으로 영역이 무한 확장되고 있다. '무인'은 이제 특정 업종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기본 운영 모델(Operating Mode)로 정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체험형 식음료(F&B)' 매장이다. 한강공원의 전유물이었던 즉석 라면 조리기를 도심 한복판으로 옮겨온 '라면 라이브러리'는 10대 청소년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이곳은 단순히 라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다. 수십 종류의 라면 중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직접 끓여 먹고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 콘텐츠'가 된 것이다.

'틈새 취향'을 정조준한 매장들도 늘고 있다. 직원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아이템일수록 오히려 무인 매장이 선호된다는 점에 착안한 '무인 성인용품점'과 '구제(빈티지) 의류샵'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또한 24시간 언제든 사료나 간식을 살 수 있는 '무인 펫샵'은 1500만 반려인 시대의 필수 생활 시설로 자리 잡았다. 과거의 '뽑기방'은 산리오, 치이카와 등 고품질 캐릭터 굿즈를 취급하는 '2세대 가챠샵(굿즈샵)'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구매력을 갖춘 키덜트(Kidult) 족의 지갑을 열고 있다.

상주 인력이 필수라 여겨졌던 스포츠 분야의 무인화도 가속화됐다. 2023~2024년 급증한 '무인 테니스장'과 '무인 탁구장'은 스크린 골프처럼 기계가 공을 배급하고 점수를 카운트한다. 파트너가 없어도 혼자서 운동을 즐기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이 밖에도 학교 앞 문방구와 대학가 복사집이 사라진 자리는 '무인 문구점'과 '프린트 카페'가 대체하며 지역 사회의 인프라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 ①: 아마존의 반성 "소형 무인점포는 실패... 대형 하이브리드가 답"

한국이 콘텐츠 다변화에 집중하는 사이, 유통 선진국 미국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하이브리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최근 오프라인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그간 공들여온 소형 무인 매장 전략을 폐기하고, 압도적인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기술 과시형 소형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 고', '4-스타' 매장을 2023년부터 대거 폐쇄했다. 대신 미국 일리노이주 올랜드파크에 2만1270㎡(약 6400평) 규모의 초대형 단독 매장을 짓기로 했다. 이는 경쟁사인 월마트 슈퍼센터의 평균 면적(약 1만6600㎡)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아마존의 실패 원인은 명확했다. 소비자들이 원한 것은 계산대가 없는 신기한 기술(Just Walk Out)보다는 '다양한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유통의 본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아마존은 신규 매장 전면부에는 신선식품과 의류 등 수만 종의 상품을 진열하고, 후면부에는 온라인 주문을 즉시 처리하는 자동화 물류 센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거점' 전략을 택했다. 무인 기술을 고객 접점이 아닌 물류 효율화에 집중시킨 것이다.

글로벌 트렌드 ②: 돈키호테의 혁신 "대학가 파고든 AI 초소형 매장"

반면 일본의 대형 잡화점 '돈키호테'는 정반대의 '초소형 기술 매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돈키호테는 오는 7월 1일 오사카전기통신대학 네야가와 캠퍼스 내에 15.1㎡(약 4.5평) 규모의 첫 무인 매장 '캠퍼스 돈키'를 오픈한다고 발표했다.

이 매장의 핵심은 철저한 '효율'과 '보안'이다. 개방형 출입 대신 라인(LINE) 미니 앱의 QR코드를 찍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도난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매장 내에는 AI 카메라와 각 진열대의 무게 센서가 설치되어 있어, 고객이 집은 물건을 자동으로 인식해 결제한다. 편의점 셀프 계산대조차 번거로운 대학생들을 위해 바코드 스캔 과정까지 없앤 '완전 무인' 시스템이다. 돈키호테는 이를 통해 극심한 구인난을 해소하고, 대형 매장이 들어설 수 없는 대학가나 오피스 빌딩 등의 틈새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무인 매장은 '인건비를 아끼는 수단'에서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드는 공간'으로 숨 가쁘게 진화했다. 현재 국내 시장의 흐름은 '무인(Unmanned)'이 하나의 고정된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그 안을 채우는 업종과 콘텐츠만 계속 바뀌는 양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무인 창업은 아마존과 돈키호테의 사례처럼, 기술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되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줄 것인가에 성패가 달렸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CCTV 하나만 믿고 문을 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콘텐츠와 기술이 정교하게 결합된 '스마트 무인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동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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