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고나' 노동요로 버틴 격리, '숏폼'이 만든 탕후루 제국... K-푸드 격동의 15년사 (2부)](https://d1gl51xbrxoj65.cloudfront.net/uploads/2026/01/15/1768467269420-4cmnri.webp)
2020~2024년 먹거리 트렌드 심층 분석: 팬데믹이 쏘아 올린 '취향의 파편화'
홈카페에서 편의점 오픈런,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 소비 주기의 극단적 단축
2020년, 미지의 COVID19는 한국인의 식탁을 송두리째 바꿨다. 강제된 고립은 '방구석 셰프'들을 양성했고, 억눌린 소비 심리는 엔데믹과 함께 '오픈런'과 '스몰 럭셔리'로 폭발했다. 1부(2010~2019)가 외식 프랜차이즈의 성장과 SNS 인증샷의 태동기였다면, 2부는 비대면 소비의 일상화와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지배하는 '초단기 유행'의 시대로 정의된다. 본지는 400번 저어 만든 커피부터 두바이에서 날아온 초콜릿까지, 지난 5년간(2020~2024) 한국 사회를 관통한 17가지 핵심 푸드 트렌드를 기업과 데이터를 통해 심층 해부한다.
1. 고립의 역설: '방구석 셰프'와 밈(Meme)의 놀이터 (2020년)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와 무료함을 달래준 것은 '달고나 커피'였다. 인스턴트 커피와 설탕, 물을 1:1:1 비율로 섞어 400번 이상 저어야 완성되는 이 노동 집약적 음료는 '집콕 챌린지'의 상징이었다. 비록 2개월이라는 짧은 유행(Fad)에 그쳤지만, 이는 한국인들이 '결과'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놀이로 소비하기 시작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이어 등장한 '크로플(크루아상+와플)'은 홈카페 트렌드의 정점이었다. 아우어베이커리 등 유명 카페에서 시작된 이 메뉴는 가정용 와플 기계 판매 급증으로 이어지며 21개월간 장기 집권했다. 냉동 생지를 누르기만 하면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간편함은 가정 내 디저트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맛의 취향'이 놀이가 되었다. 호불호가 갈리는 '민트초코' 논쟁은 2020년 6월부터 배스킨라빈스, 오리온, 스타벅스 등 기업들이 관련 신제품을 쏟아내며 '민초단' 마케팅에 불을 지폈고, 15개월간 식음료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흑임자'는 2030 세대가 옛것을 힙(Hip)하게 즐기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의 서막을 알리며 14개월간 카페와 베이커리의 시그니처 재료로 사랑받았다.
2. 배달 앱의 승리: 맵느(맵고 느끼한)의 유혹과 건강한 쾌락 (2021년)
2021년은 배달 플랫폼이 미식의 기준이 된 해다. 배떡이 쏘아 올린 '로제 떡볶이' 열풍은 폭발적이었다. 고추장 베이스에 크림을 섞은 부드러운 매운맛은 엽기떡볶이, 신전떡볶이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의 참전을 이끌어내며 15개월간 떡볶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여기에 쫄깃한 식감을 극대화한 감자 전분 면인 '분모자'가 유튜브 '먹방(Mukbang)' 콘텐츠를 타고 필수 토핑으로 등극하며 15개월간 전성기를 누렸다.
반대편에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가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려는 욕구는 '제로 음료' 시장을 폭발시켰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 '펩시 제로 슈거'의 대히트는 탄산음료 시장을 '제로' 중심으로 재편했고, 이는 2023년까지 이어지며 주류와 이온 음료까지 확장된 구조적 트렌드(Trend)로 안착했다.
주류 문화 역시 급변했다. 회식이 사라진 자리를 '하이볼'이 채웠다. 산토리, 짐빔 위스키 품귀 현상이 빚어졌고, CU와 GS25가 앞다퉈 RTD(Ready to Drink) 캔 하이볼을 출시하며 36개월 이상 '취하는 술'이 아닌 '맛있는 술'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3. 레트로의 귀환과 편의점의 프리미엄화 (2022년)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은 '향수(Nostalgia)'와 '캐릭터'가 지배했다. 2월 SPC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전국적인 '오픈런' 사태를 빚었다. 빵에 동봉된 띠부띠부씰(스티커)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 물류 트럭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6개월간 이어졌고, 이는 캐릭터 마케팅의 위력을 증명하는 사례가 됐다.
베이커리 시장은 '기본'으로 돌아갔다. 화려한 토핑 대신 버터와 소금의 풍미를 강조한 '소금빵'은 24개월간 카페의 필수 라인업이 되며 '클래식의 힘'을 보여줬다. 편의점 디저트 시장은 CU의 '연세우유 크림빵'이 평정했다. 빵을 반으로 갈라 꽉 찬 크림을 인증하는 '반갈샷'이 SNS를 강타하며, 8개월간 편의점 빵의 품질 기준을 상향 평준화시켰다.
4. 극단의 시대: 설탕 과잉과 럭셔리, 그리고 희소성 (2023년)
엔데믹 2년 차인 2023년은 극심한 소비 양극화가 나타났다. 10대들은 왕가탕후루로 대표되는 '탕후루'에 열광했다. 얇은 설탕 코팅의 바삭한 식감은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소재였다. 그러나 과도한 당 섭취 우려와 끈적한 쓰레기 문제, '노탕후루존' 등장 등의 사회적 논란 속에 12개월 만에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반면, 성인들 사이에서는 '오마카세'가 유행했다. 스시를 넘어 한우, 커피, 디저트까지 '맡김 차림' 형식이 번지며 18개월간 '과시형 소비'의 정점을 찍었다.
동시에 '할매니얼' 트렌드는 '약과'로 진화했다. 장인약과 등 유명 맛집의 약과를 구하기 위해 '약게팅(약과+티켓팅)' 전쟁이 벌어졌고, SPC, 올리브영 등이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며 전통 간식을 13개월간 가장 힙(Hip)한 디저트로 재해석했다. 스낵 시장에서는 농심의 '먹태깡'이 허니버터칩의 계보를 잇는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3개월간 중고 거래 시장을 달궜다.
5. 틱톡이 만든 찰나의 유행, 그리고 '두쫀쿠'의 역습 (2024년~현재)
2024년의 식탁은 숏폼(Short-form)이 지배했다. 4월 등장한 '두바이 초콜릿'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면의 바삭한 식감이 ASMR 콘텐츠로 각광받으며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가 유사 제품을 쏟아내는 전쟁터가 됐다. 당시 '반짝 유행(Fad)'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25년 하반기, 이 트렌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감인 '쫀득함'을 입고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로 진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두쫀쿠'는 두바이 초콜릿의 핵심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필링을 마시멜로가 섞인 쫀득한 쿠키 반죽으로 감싼 형태다. "겉은 떡처럼 쫀득하고 속은 바삭하다"는 식감 평이 SNS를 타고 번지며, 영하 10도의 한파에도 유명 개인 카페 앞에는 '오픈런' 줄이 이어지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 개당 6천 원을 호가하는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CU가 출시한 양산형 제품마저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현재진행형 열풍을 이끌고 있다.
가수 비비의 '밤양갱'이 불러온 양갱 특수(2024년)가 문화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면, '두쫀쿠'는 해외의 유행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어코 한국식으로 재해석(튜닝)해내는 K-푸드의 집요한 생명력을 증명한다.
지난 5년은 코로나19가 앞당긴 '홈카페'의 태동에서 시작해, 탕후루의 몰락을 거쳐 두쫀쿠의 부활로 이어졌다. 이 역동적인 흐름은 한국 소비자들이 이제 단순한 '맛'이 아닌, '식감'과 '콘텐츠',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했다는 '성취감'을 소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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