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국내 화장품 업계를 호령하며 '1세대 K뷰티'의 상징으로 불렸던 참존이 결국 벼랑 끝에 몰려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참존이 어떻게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됐는지, 그 이면에 자리한 오너 리스크와 망가진 재무 상태를 짚어봤다.
화려했던 성장, 그리고 추락을 앞당긴 '오너 일가의 도덕적 해이'
1984년 약사 출신 김광석 전 회장이 설립한 참존은 국내 최초로 클렌징 워터를 개발하고 '청개구리' 마스코트를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 매출 3위에 올랐으며, 2004년에는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2년 연속 선정될 만큼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로드숍 중심의 유통 채널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 확보 후 잔금을 치르지 못해 100억 원 규모의 보증금을 날리며 치명타를 입었다.
여기에 쇠락의 속도를 폭발적으로 가속한 것은 창업주 일가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와 사회적 물의였다. 김 전 회장은 아들들이 운영하는 수입차 딜러사 '참존모터스'와 '참존임포트' 등 계열사가 경영난과 자본잠식에 빠지자, 합리적인 검토나 채권회수 조치 없이 무려 420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부당하게 대여해줬다. 또한,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아내를 임원으로 허위 등록시켜 약 22억 원의 월급을 지급했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가 임금 체불 등 극심한 재정난을 겪는 와중에도 김 전 회장은 본인이 다니는 대형 교회에 19년간 37억 원의 회삿돈을 헌금했으며, 2011년부터 최근까지 '메시야' 혹은 '엔젤'로 불린 의문의 여성에게 매달 1,200만 원씩 총 10억 원 이상을 송금하는 등 회사를 사금고처럼 유용했다. 결국 이러한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소비자와 협력사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와 함께 전 대표이사와 관련된 대여금 청구 소송 등 다수의 법적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쓰여야 할 경영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모됐다.

[자료: 참존화장품 홈페이지]
돌이킬 수 없는 재무 붕괴... 매출 '반토막'에 눈덩이 적자
이러한 방만 경영과 사업 실패는 참존의 재무제표를 처참하게 망가뜨렸다. 2022년 약 1,289억 원이었던 매출액은 2023년 711억 원으로 반토막 났으며, 2024년 373억 원, 2025년에는 181억 원까지 수직 추락했다.
비용 통제 시스템 역시 완전히 무너졌다. 참존은 2023년에 매출액(711억 원)의 65%에 달하는 461억 원을 판매비와관리비로 지출하며 154억 원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 220억 원을 쏟아부었던 광고선전비는 2025년 18억 원으로 줄었으나, 이는 이미 때늦은 대응이었으며 브랜드 인지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동력마저 상실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악재는 겹쳤다. 2023년 특정 거래처와의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면서 78.8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영업외비용으로 일시에 인식했다. 이는 2023년 당해 연도 순손실액의 약 30%를 차지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재무 구조를 더욱 옥죄었다.
이에 따라 2023년 말 자본총계가 66억 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4년 말에는 -268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이 완전히 바닥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나아가 2025년 말에는 부채가 자산보다 352억 원이나 더 많은 최악의 상태가 됐다. 특히 2025년 말 기준으로는 당장 갚아야 할 유동부채(532억 원)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79억 원)을 약 453억 원이나 초과하며, 사실상 자력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절대적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회계 투명성 상실과 감사의견 거절, 끝내 맞이한 법정관리
기업의 생존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자 회계 투명성도 함께 무너졌다. 2024 회계연도부터 외부 감사인은 경영진으로부터 계속기업가정 평가에 필요한 주요 자료와 경영진 진술서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감사 범위 제한을 이유로 '의견거절'을 통보했다. 이는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하며, 이듬해인 2025년에도 기초 재무제표 확인 불가와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치욕을 겪었다.
결국 극심한 자금 유동성 악화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참존은 2025년 11월 21일 서울회생법원에 채무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원은 당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려 자산 처분과 채권자들의 강제집행을 묶었고, 12월 2일 정식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한때 K뷰티의 선구자로 불리며 세계 시장을 호령했던 참존.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사업의 실패와 오너 일가의 사리사욕이 빚어낸 횡령·배임은 결국 회사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었고, 이제 참존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외부의 수혈 없이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법정관리 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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